기후위기 시대, 이주노동자 주거권 보장 위한 4가지 정책 제안
[이기호]
이주노동자는 전 세계적인 지구온난화 등의 이상기후로 인해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그렇기에 한국 사회에서 더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계층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정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2015. 12. 12. 채택, 대한민국 2016. 12. 3. 발효)이 이주노동자를 기후위기의 취약집단으로 볼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의견표명'에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는 기업뿐만 아니라 농어민,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등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한 계층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을 보면 그 사실은 너무나 명확하다.
이제는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앙의 시대에 그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에 일하며, 가장 비참한 주거환경에서 사는 이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다. 겨울철에는 한파 속에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거나 화재에 취약한 열악한 가설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에 기거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특히 농·어업 분야에서 심각한데 2021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 중 약 70%가 가설건축물에서 기거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2021년 경기도 실태조사 또한 경기도 전체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중 80.5%가 가설건축물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제조업 등 어떤 업종을 막론하고 폭염 가운데 일하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운데, 외부의 온도보다 공장 또는 비닐하우스 등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온열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다. 그럼에도 별다른 작업 중지나 휴식시간 부여, 물 제공도 없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은 물론 역시 그러한 폭염 속에서도 별다른 냉방장치도 없이 가설건축물 숙소에서 지내야 하는 열악함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이주노동자들은 기후 위기로 인해 노동환경뿐만 아니라 주거와 연결된 생존에 있어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는 존재들인데, 그들은 기후 재앙의 원인과는 무관하게 "극한 기상현상에 직접 노출된 '노동자'로서, 그리고 에너지 이용에 소외된 자"로서, 그 기후 위기 재난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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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28일 서신면 상안리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주노동자 숙소가 전소됐다. |
| ⓒ 화성시민신문 |
즉, 내국인이 일하기 싫어하는 3D업종에 외국인을 도입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런 사업장에 외국인을 "계속하여 일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법제도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시킬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취업활동의 연장이나 재입국 취업의 기회를 모두 고용주의 권한 아래 두고 있으며, 이는 철저한 종속관계를 그 골자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더해 '내국인' 고용주에 대한 정부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행정적 지원은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러한 제도적 조건 아래에서는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포함한 여타 권리를, 그리고 그들의 노동(임금) 조건을 향상시켜 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동을 용인하는 듯한,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합법적인 노예'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 주거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그것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다고 하더라도,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은 요원한 것이다.
우리는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의 어느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가 '동사'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 사건으로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 주거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 또한 법령의 제·개정이나 고시, 지침 등 제도적 변화를 꽤하였던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주노동의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볼 수 없다.
왜 그러한가? 그렇게 법제도를 개선했음에도 왜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은 보장되지 않는가? 그 핵심은 정부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이동 금지 원칙'과 '취업활동 기간 연장, 재입국 취업 기회'를 오로지 고용주에게만 주는 사업주 우월적 제도적 장치를 그대로 둔 채,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이라는 구체적·개별적 권리로서의 '주거권' 보장의 관점, 즉 법·형식적 변화를 통한 규범적인 접근으로만 일관했다는 데 있다.
고용 허가제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 주거 문제는 그것을 이른바 '주거권'이라고 하는 구체적·개별적 권리로서의 그것에 국한한 법·형식적 변화만으로는 그 해결이 요원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 주거권은 그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속성, 즉 '권리의 묶음'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는 이주노동자 주거권 규범의 사회적 토대와 전제 조건, 그리고 그 사회적 영향을 다루는 통합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률 명칭상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로 호명되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권리 묶음'의 기초적 조건을 제한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선행하여 해결해야 이주노동자 주거권도 보장될 수 있다.
이 제안은 또다시 법·형식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법률이 그러한 제도적 장치를 둘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를 분석하고, 그것이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포함한 각종 인권을 침해하는 근본적 독소 규범임을 확인하여 폐지 또는 전환해야 함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지에 따라 이주노동자 주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주노동자의 '사업장이동 자유'이다. 사람은 당연히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가질 뿐만 아니라,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있어야 자신의 노동조건 등 주거권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이동의 자유는 단순히 사업장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인격의 자유를 의미한다. 따라서 고용허가제뿐만 아니라 전문·비전문 이주노동 제도의 강제노동적 성격이 있는 제도적 장치를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
둘째, 이주노동자의 '체류안정 보장(취업활동 기간 연장, 재입국 취업)'이다. 이주노동자는 안정적인 체류 보장을 통해 평안을 누릴 수 있다. 만약 안정적인 체류 보장이 없다면 주거권 또한 주장하기 어려우며, 이는 고용허가제상의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숙련기능(E-7-4) 이주노동자, 계절근로(E-8) 이주노동자, 난민 신청 이주노동자 등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관련된 기초적 권리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취업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그 주체성을 인정하는 이주노동 제도의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이다. 사람인 이상 건강하지 않으면 노동 또한 가능하지 않으며, 주거의 권리를 주장할 여지도 없다. 따라서 건강권은 주거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권리이므로, 고용허가제상의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내·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업종 여부, 사업장 형태 및 규모 등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근로기준법, 국민건강보험법 상의 제도적 제한 장치를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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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 서울노동권익센터 법률지원팀장 |
| ⓒ 화성시민신문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서울노동권익센터 법률지원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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