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강진 피해에 발만 동동... 탈레반 정권 외면하는 국제 사회

정주진 2025. 9. 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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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명 이상 사망, 2800명 부상... 탈레반 여성 인권 탄압으로 국제지원 감소

[정주진 기자]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부상자들을 이송하는 탈레반 군용 헬리콥터. 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와 쿠나르에서 발생한 규모 6.0의 얕은 지진과 여러 차례의 여진으로 최소 800명이 사망하고 약 2,000명이 부상했다. 2025.9.1
ⓒ EPA=연합뉴스
지난 28일(이하 현지 시각) 자정 직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해 29일까지 800명 이상의 사망자와 2,800명 정도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밝혔다. 지진은 파키스탄과 접하고 있는 쿠나르주와 낭가르하르주의 동부 산악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특히 쿠나르주의 피해가 심했다. 이곳의 3개 마을은 완전히 파괴됐고 이곳에서만 610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구조대와 헬기 파견 등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40대의 헬기가 420명 정도의 부상자를 이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의 샤라파트 자만 보건부 대변인은 "많은 사람이 생명과 집을 잃었고 도움이 필요하다"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피해 지역이 도로 접근이 어려운 오지고 구호와 의료 체계도 열악해 향후 사상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사망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지원의 필요를 언급했다. 국제적십자연맹의 조이 싱갈 사무총장은 "생존의 가능성이 급격히 줄고 있다"라며 "빨리 그곳에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의 케이트 카니 사무관은 "지진 피해 지역이 지난 밤 폭우 피해도 입었기 때문에 산사태와 낙석 피해 또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고 이 때문에 많은 도로가 끊겼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질병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구조대와 당국이 동물 사체를 치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고 여러 국가와 단체가 애도를 표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도움은 아직 현장에 도달하지 않고 있다. 29일 아프가니스탄 정부 외교부 대변인은 "아직 어떤 외국 정부의 구조나 구호 지원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발표 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의 필요와 중국의 역량에 맞춰 구호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사무국은 29일 사회관계망에 지진 피해 상황을 게시했다. 그러나 지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매체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의 유엔 사무소가 지진 피해 주민들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진과 대규모 피해에도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2021년 8월 20년의 전쟁이 끝나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한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재집권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했던 탈레반 정권은 국제사회 및 외국 정부와의 관계 수립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탈레반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국제사회 및 외국 정부와의 관계는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거의 고립됐다.

국제 정치와 거리를 두는 구호 지원조차 탈레반 정부의 여성 탄압 정책으로 아프간 전쟁 종식 당시보다 훨씬 줄었다. 2022년 12월 탈레반 정부는 여성의 대학 교육을 금지한 이후 국제기구들과 구호단체들의 여성 고용도 금지했다. 이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조치에 대해 유엔과 국제사회는 탈레반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조치의 철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엔을 포함한 국제 구호단체들은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유엔에 따르면 당시 국제단체 현지 직원의 약 3분의 1, 유엔 현지 직원의 5분의 1은 여성이었다. 여성 직원 금지로 국제단체들은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각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지원액도 감소했다. 전쟁 후 국제사회의 식량과 의료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탈레반 정부가 이를 차버린 셈이었다. 결국 많은 구호단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국제사회 지원의 감소는 지진 후 긴급 구호 대응에 여러 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는 국제기구와 구호단체의 활동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과 지원도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이뤄진 미국의 지원 중단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의 아프가니스탄 국장도 이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되도록 신속히 대응하려고 하지만 지진 피해 지역 대응이 아프가니스탄 전체 재난 대응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지진 지역인 쿠나르주와 낭가르하르주의 44개 의료지원센터가 중단되거나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올해 초 미국의 지원 중단이 가져온 영향이 이번 지진으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은 국제사회 지원 감소로 인해 열악해진 의료 체계를 가지고 이제 수천 명의 지진 피해자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지진 이전부터 심각했던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한층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진 이전부터 구호 지원이 감소해 가장 취약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이 구호 지원 없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원이 2022년 약 380억 달러에서 올해는 7억 6,700만 달러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원 감소에는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은 물론 우크라이나, 수단, 가자지구 등의 긴급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정부는 지진 직후 국제사회 지원이 감소한 상황에서 재난에 직면했기 때문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압둘 라만 하비브 경제부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기구도 지원을 호소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지진으로 도전적인 인도주의 상황이 한층 심각해졌다면서 국제사회에 구호 활동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에 "구호 노력 지원에 망설임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유니세프 또한 사회관계망에 지진 피해 지역에 있는 수천 명 어린이들의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 호소가 얼마나 국제사회를 움직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당장 생존자 구조, 부상자 치료, 피해 지역 지원 등이 신속하고 충분하게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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