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어른 행세] 고속도로 괴산휴게소에 버려진 것, 믿을 수 없었다
서울, 부산, 경기도 가평, 제주, 미국에 흩어져 사는 6인이 쩨쩨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편집자말>
[임은희 기자]
지난 8월,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충청북도 괴산휴게소에서 생후 1년 미만으로 보이는 강아지를 만났다. 목걸이, 이름표, 주인 연락처 등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강아지는 바들바들 떨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휴게소 출입문을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강아지는 중간 키의 덩치가 있는 중년 남성이 나타나면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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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8월 13일, 충북 괴산휴게소에 홀로 남겨진 강아지 반려인들의 말에 따르면 생후 1년 미만의 강아지라고 했다. 주인과 비슷한 사람, 타고 온 차량과 비슷한 차를 따라다닐 정도의 지능을 갖추고 있으며, 배변 장소를 구분하는 것으로 보아 야생개는 아니라고 말했다. |
| ⓒ 임은희 |
약 20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강아지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20대 남자가 준 소시지를 조심스레 받아먹었다. 역시 반려인인 50대 여자도 천천히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20대 남자는 개껌과 생수를 50대 여자에게 건네고 속상한 눈길로 강아지를 보고는 휴게소를 떠났다.
50대 여자는 강아지가 따라와 준다면 집에 데려가 키울 용의가 있다며 약 1시간 가까이 강아지를 차로 데리고 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강아지는 SUV차량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 해서 결국 50대 여자도 남은 음식을 마저 주고는 휴게소를 떠났다.
강아지는 중간에 갑자기 인적이 드문 풀숲으로 사라졌다. 배변을 위해 자리를 뜬 것이었다. 다시 돌아와 음식을 받아먹으며 주인을 기다렸다. 우리 일행은 주인이 실수로 강아지를 놓고 간 것이길 바랐다. 강아지가 사라진 것을 알고 황급히 차를 돌려 강아지를 데려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반려인들은 모두 '그럴 리가 없다. 모를 수가 없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반려견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수많은 차들이 오고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주변에 계신 다른 분께 혹시 들개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분들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들개는 이런 곳에 내려오지도 않아요. 고의적으로 버려진 강아지입니다. 휴가철만 되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버리고 가요."
"근처 주민의 개가 휴게소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성견입니다. 강아지는 본 적이 없어요."
도심에 거주하며 버려진 고양이들은 자주 만났지만 휴게소 한복판에 개, 그것도 생후 1년 미만의 강아지를 버린 경우는 처음이라 충격을 받았다.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제주도에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위험한 고속도로에 동물을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마음은 잘 모르지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안다. 사람의 손을 탄 동물이 자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역시 안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인의 '고속도로 휴게소 유기'가 내게는 참 이상하다. 동물을 사랑해서 키우기로 결심한 사람이 왜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반려견을 버렸을까. 괴산휴게소 인근에는 동물보호소가 없어서 구조를 부탁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더욱 슬펐다.
약 1시간 30분 가까이 휴게소에 머물다 떠나는 순간까지 강아지는 주인을 찾고 있었다. 강아지는 버려졌다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울에 돌아온 이후에도 가끔 강아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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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모든 지역 유기동물 현황(2024.6 - 2025.8) 유기견 입양업체인 포인핸드에서 제공하는 유기동물 통계다. 2024년 06월 01일부터 2025년 08월 29일까지 (약 12개월) 버려진 동물의 수는 125,752마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5~2029)에 따르면 해마다 약 11만 마리의 동물들이 유기된다. |
| ⓒ 포인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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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중과 반려동물(개·고양이)) 수 추정 (2015 → 2024)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5~2029)에 따르면, 최근 양육가구비중은 28.6%, 주요 반려동물인 개·고양이는 77백만 마리 수준(’24)이다. |
| ⓒ 농림축산식품부 |
다가올 10월에는 쉬는 날이 많다. 10월 3일 개천절부터 시작해서 추석연휴를 지나 10월 9일 한글날까지 7일을 쉰다. 사람들이 장기간 집을 비우는 10월 연휴에는 또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질까. 버려진 동물들이 영문 모를 표정으로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모습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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