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는 순간 소득 '0원'인데, "쉴 자격 없다" 자조하는 이들의 현실

이진우 2025. 9. 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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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기고 ②] 배달과 택배, 기후위기 한복판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리

이재명정부의 국정계획이 발표되었다. 상병수당 확대, 제도화, 본 제도 시행 등의 단어가 포함되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 앞으로 제도의 논의 과정에 시민의 참여와 소통이 얼마나 다루어질지도 알기 어렵다.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은 사례공모전을 통해 ‘아프면 쉴 권리’가 필요했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체인력이 없어 쉬지 못하는 노동자, 생활비 걱정에 출근할 수밖에 없는 특수고용노동자, 그래도 병가가 있어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노동자까지, 여러 경험을 확인했다. 이중 수상작 6편을 바탕으로 세 차례 글을 싣는다. <기자말>

[이진우]

▲ 자료사진 
ⓒ rowanfreeman on Unsplash
"아프면 쉬고 싶다."

누구나 당연히 할 수 있는 이 말이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노동자)들에게는 사치처럼 들린다. 배달노동자와 택배노동자의 일상은 이미 폭염·폭우·혹한 등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유급병가도, 연차도, 상병수당도 없다. 아파도 쉴 수 없고, 쉴수록 생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2022년 8월 서울 동작구에 시간당 141mm의 폭우가 쏟아지던 날, 택배노동자 A는 미끄러운 계단에서 넘어져 크게 다칠 뻔했다. 차수막에 걸려 무릎과 정강이가 까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하루만이라도 쉬는 것은 불가능했다. 쉬는 순간 임금은 '0원'이 되고, 코로나 시기처럼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특고노동자이기에 회사에서 보장하는 유급휴가도 없었다. 유일한 대안은 '용차(외부 택배기사)'를 부르는 것이지만 하루 비용만 20만 원 이상, 닷새만 쉬어도 백만 원이 넘는 비용을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결국 임금은 끊기고 지출만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그는 다친 몸을 이끌고 다시 현장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4년차 배달노동자 B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도로 위에서 현기증으로 쓰러질 뻔했다. 전날부터 땀이 식지 않고 계속 나 온몸이 축 늘어졌지만, 생활비 걱정에 휴무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폭염·폭설과 같은 위험한 날씨일수록 배달료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플랫폼 기업은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고, 정부 역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 부재한 '아플 권리'

택배노동자에게는 연차도, 병가도 없다. 하루 3만 보 이상을 걸으며 무거운 짐을 나르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은 일상이고, 족저근막염이나 위장병은 흔하다. 하지만 대신해 줄 동료가 없고, 하루라도 쉬면 소득이 끊기기 때문에 "쉴 자격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2021년, 과로사로 숨진 택배노동자가 최소 14명에 달했다. 일부 소장은 물량이 줄어드는 목요일 이후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지시했고, 확진된 기사도 하루 이틀만 쉬고 다시 현장에 나왔다. 정부가 '쉬라'고 권고했지만, 정작 쉴 권리는 택배노동자에게 없었다.

배달노동자도 다르지 않다. 감기에 걸리거나 온열질환 증세가 나타나도 도로를 달려야 한다. 교통사고나 낙상사고가 잦지만 충분한 치료와 회복의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 기후위기로 폭우·폭설 같은 재난적 날씨에 작업중지가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고노동자가 작업을 멈추면 소득은 곧 '0원'이 된다. 배달노동자에게는 아프면 쉴 권리뿐만 아니라, 위험할 때 노동을 멈출 권리인 '작업중지권'조차 없는 것이다.

결국 기후위기와 감염병, 직업성 질환의 위험은 커지는데, 그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된다. 특고노동자들에게 '회사'는 존재하지 않고, 플랫폼은 '특수고용'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정부가 예방지침을 마련했더라도 이를 관리·감독할 주체는 없다.

필요한 변화: 상병수당과 제도적 보장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특고노동자도 포함되었지만, 보장 수준은 최저임금의 60%에 그쳤고 본사업은 연기되었다. 택배노동자들의 용차 문제 해결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멀다.

특고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시급하다. △ 상병수당은 모든 노동자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 폭염·폭우·폭설 등 극단적 기후 상황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휴무 기준 마련, 보호장비 지원, 작업중지권 보장이 필요하다. △ 특고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하여, 배달·택배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상 권리에 준하는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 기본운임 보장과 건당 최저임금 적용을 통해 안정적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운임 삭감은 노동자를 더 위험으로 내몬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폭염, 폭우, 폭설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제도는 그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겨왔다. "아프면 쉬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권리다. 특고노동자에게 상병수당과 제도적 보호를 보장하는 일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사회가 반드시 마련해야 할 생존의 안전망이다. 이제는 "아프면 쉬고 싶다"는 말이 더 이상 사치처럼 들리지 않도록, 제도가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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