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지방'을 아시나요
[김준호 기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흔히 기회와 발전이 집중된 곳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수도권'이라는 명목하에 각종 규제와 역차별을 겪으며 소멸 위기에 처한 낙후지역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온갖 규제를 받으면서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혜택에서 소외되어 발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 연천군은 그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
|
| ▲ 기회발전특구 프로세스 기회발전특구 개요 |
| ⓒ 지역균형발전 비전 대국민 발표회 |
기회발전특구는 세제 감면, 규제 특례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패키지로 제공하며 지방에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정책은 비수도권 지역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4차 지정까지 이어지며 비수도권 지역 55곳이 기회발전특구로 선정되었다. 현재까지 유치된 전체 투자 규모는 약 74조 3천억 원에 달하며, 충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 강원의 액화수소 생산시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처럼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수도권 내 진짜 지방'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바로 경기도 연천군과 같은 지역이다.
비수도권의 '면적 초과'... 수도권은 '1평'도 없는 현실
기회발전특구 지정 면적에는 법적인 한도가 있다. '도' 단위 지역은 최대 200만 평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기회발전특구의 혜택을 받는 일부 비수도권 지자체는 이미 이 한도를 모두 소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면적 지정을 위한 법 개정까지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경상남도는 법적 상한인 200만 평을 모두 지정받았지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 면적 상한을 초과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이 개정되었다.
수십, 수백만 평의 특구가 비수도권 대도시에 지정되는 동안, 연천군, 가평군과 같은 수도권 인구소멸지역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1만 평은커녕 단 1평의 특구 지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이름의 족쇄, 중첩 규제에 갇히다
연천군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한 정책적 소외를 넘어선다. 연천은 지리적으로 수도권에 속하지만, 그 경제적·인구학적 현실은 여느 지방 소멸 지역만큼 심각하다. 인구는 1980년대 초 7만 명에서 현재 4만 1천여 명으로 줄어들었으며 , 이는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다른 비수도권 지역과 유사한 통계적 현실이다.
연천을 옥죄는 것은 중첩 규제다. 첫째, 전체 면적의 95%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 기업 유치를 위한 공장 설립 등 경제 행위에 대해 군부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사실상 접근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둘째,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족쇄다.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는 이 법에 따라 연천군은 인구소멸지역임에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여러 혜택에서 차별을 받으며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두 가지 중첩 규제는 연천의 발전을 40년 가까이 가로막아 온 근본적인 걸림돌이다.
|
|
| ▲ 지방시대위원회 지방시대위원회 로고 |
| ⓒ 지방시대위원회 |
법적 근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기준안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 "수도권에 대한 특구 지정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으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언급했지만, 수도권 지정과 관련하여 전혀 진전이 없어 법률이 보장한 가능성을 행정부가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자체 담당자는 "지방시대위원회는 법적 정당성이 갖춰졌음에도, 비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할 수 있는 절차조차 지정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이 정말 기회가 필요한 '지방'이냐를 봐야 한다"며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시대'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이다. 인구소멸의 고통은 수도권이든 비수도권이든 다르지 않다. 연천군을 비롯한 수도권 내 낙후 지역들은 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를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균형발전 국정과제인 "소멸위기지역 재도약을 위한 지원 강화" 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소멸 지역들은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균형 발전은 '지도상'의 행정구역이 아니라, 현실의 고통과 필요에 따라 기회를 분배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가 외치는 '지방시대'가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수도권 낙후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군에서 죽은 것도 억울한데, 800만원으로 퉁치자? 이 엄마의 선택
- 반클리프 회장·금거북이 부회장, 어수선한 조찬기도회..."로비단체" 폐지 목소리
- 검찰파견관이 윤석열에게 남긴 유서...다시 시작된 2차 조작 시도
- 권성동, 이번엔 구속 못 피한다
- 물그릇 신화는 끝났다...강릉 가뭄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저승사자를 따라서
- 안산에만 있는 특별한 카페, 지역주민들 손에 들린 이것
- 이 대통령, 한 달 만에 다시 방미... 23일 UN총회 기조연설
- '윤석열 내란 손배소' 확산일로, 부울경 2500명 소장 제출
- 내란특검, 추경호 정조준... 자택 압수수색 돌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