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 단순 통폐합 넘어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

나영재 2025. 9. 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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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이재명 대통령 "공공기관 너무 많아 숫자 못 세겠다" 발언 이후 개혁 논의 본격화

[나영재 기자]

지난 8월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 재정 절약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 통폐합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공공기관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8월 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며 "비서실장 주재 별도 TF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보면 12대 중점전략과제 중 첫 번째가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진짜 성장 전략'이다.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과 공공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정과제 18번은 "성장과 민생에 기여하는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또한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 중에서 공공개혁을 위해 공공기관 임원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개혁과 혁신을 다양하게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위상과 수준은 어떠할까.

공공기관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24년 기준 공공기관 정원은 42.3만 명으로 행정국가공무원 76.3만 명과 비교하면 55.43%에 이른다. 공공기관 예산은 947.4조원으로 올해 정부예산 673.3조원과 비교하면 140%에 이른다. 그러므로 공공기관의 인력규모는 중앙정부보다 적지만 적은 인력으로 정부보다 많은 공공서비스를 현장에서 제공하거나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공공기관의 숫자가 공기업 31개, 준정부기관 57개, 기타공공기관 243개로 총 331개로 중앙행정기관(부처청) 47개에 비교하게 되면 704%에 이르고 있고, 산업부 산하에 31개 기관, 국토부 산하에 29개 기관, 문체부 산하에 33개 기관, 복지부 산하에 28개 기관, 교육부 산하에 23개 기관에 달한다. 정부부처가 대부분 공공서비스를 공공기관을 통해서 집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3일 나라 재정 절약간담회에서도 경제개발연대에서 주무부처의 감독부서 조직과 산하 공공기관의 사업, 집행방식 등이 함께 개혁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므로 공공기관 개혁은 행정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베르니에(Luc Bernier, 2020) 교수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집행수단으로 공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총 수입과 비교해서 자체 수입 비율이 높아 공기업 유형으로 분류되는 공기업의 수가 31개에 달한다. 기타공공기관 중에서도 공기업 지정요건상 공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을 고려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 같다. 공공기관의 경제적인 부가가치는 의미가 있으며 산업적 기반을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민간경제 발전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캄파니아대학 올리비에 부츠바흐(2025)가 말하는 바와 같이, 국제적인 무역 분쟁과 경제전쟁의 심화, 저성장 시대에서 국가자본주의의 부활이라는 시각에서 보게 되면, 공기업 또는 금융과 기금형 준정부기관의 경제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진짜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첫 번째로 2020년 피츠버그대학의 피터스(Guy Peters)와 스웨덴 고덴버그대학 존 피에르(Jon Pierre) 교수는 공공부문의 개혁은 구조와 절차도 중요하지만 지배구조(Governance) 개편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게 되면, 공공기관의 국가 관리권 또는 국가소유권 행사의 민주성과 전문성 강화, 그리고 공공기관의 기업지배구조 개편이 더 중요한 개혁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교체되고 새로운 국정의 방향이 설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기관장이 최고경영진 자리에 있으면서 지난 정부에서 주무부처와 계약한 기관장 경영계약을 개정도 하고 있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큰 경영문제가 없을 것이다.

경영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장된 임기 뒤에 숨어서 바뀐 정책 환경과 국정방향에 따른 경영의 비전과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책임경영의 위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바뀐 정부도 이전 저부에서 선임된 기관장이 새로운 국정목표와 철학을 잘 공유하고 새로운 국정과제를 이행할 의지와 자격이 있다면 굳이 기관장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OECD 국가들은 공기업의 소유권행사의 민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 1984년 시작된 정부투자기관의 경영평가제도가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통제력과 정책의 책무성 이행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정부가 바뀌어도 국정의 방향과 목표보다는 경영평가제도의 변화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공공기관에서는 "기승전결(起承轉結) 경영평가"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이제는 정부가 미시적인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통해서 공공기관의 성과나 책무성을 통제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공공기관의 자율에 부합하는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국가소유권 기능을 행사하고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소유권을 행사는 기획재정부도, 사업의 규제와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주무부처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설립목적사업을 공익성, 효과성, 효율성에 관점에서 경영과 관리 또는 집행을 평가받고 경영실적에 따라서 경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리와 감독 관행과 제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2025년 9월 말 정기국회에서 정부조직법과 공운법 개정이 있다고 한다. 제발 단편적인 개편에 머물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새롭게 부각되는 국가자본주의 시대와 공공기관의 경제·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도 재편하고 국가유권의 민주성과 전문성이 강화되어 앞으로 100년, 진짜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하여 공공기관을 개혁하는 첫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라영재 님은 건국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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