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점포, 뉴노멀이 될까…보안·위생 문제는 리스크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지유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jyujin1115@korea.ac.kr), 양유라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diddbfk1@naver.com) 2025. 9. 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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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미만 창업 가능 무인 점포는?

천원빵집, 5000만원으로 오픈 가능

예비 자영업자 입장에서 무인 점포 창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인건비 부담과 직원 관리 수고를 덜어낼 수 있고 초기 창업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노동 강도도 약해 부업으로 무인 점포를 선택하는 이가 많다. 다만 무작정 창업은 곤란하다. 수익성 계산과 입지 선정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창업비용별로 살펴보면 1억원 미만 창업 가능한 아이템도 여럿이다. ‘천원빵집’이 대표적이다. 공장에서 양산한 빵을 납품받아 진열해놓기만 하면 되는 완전 무인 점포다. 8평 미만 소형 창업이 가능해 권리·보증금이 저렴하다. 도합 5000만원 수준에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빵이라는 대중적인 아이템인 데다 운영이 수월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진입장벽이 워낙 낮다는 점은 리스크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매출은 자연스레 갉아 먹힐 수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도 6000만~7000만원으로 개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별다른 인테리어가 필요 없는 데다 최근에는 천원빵집 숍인숍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객단가를 높여가고 있다. 다만 현재도 워낙 포화상태라는 점, 이미 형성된 상권에는 진입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캡슐뽑기방, 이른바 ‘가챠숍’도 상권마다 다르지만 1억원 정도면 도전해볼 만하다. 10평 기준 초기 창업비용이 5000만원, 권리·보증금이 5000만원 정도 필요하다. 2030 ‘어른이’ 사이에서 피규어 뽑기 인기가 확산되는 등 최근 가장 핫한 창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뽑기 기계만 갖다놓으면 사실상 관리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다른 무인 점포보다 상권과 입지 선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핫플레이스 상권이 아닐 경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좋은 상권에 진입하려면 자연히 창업비용도 커진다. 이철주 크리에이티브스푼 대표는 “가챠숍은 크면 클수록 손님이 몰리는 특징이 있다. 10평 매장도 창업은 가능하지만 30평 이상 대형 매장에 인형뽑기 기계까지 놓고 장사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며 “당장 인기에 혹해 아무 입지에나 1억원 소자본 창업은 권장하지 않는다. 비용을 좀 들이더라도 좋은 상권에 큰 매장을 내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탁구장, 태닝숍 같은 서비스 업종도 무인으로 전환됐다. 사진 위에는 무인탁구장 ‘짱탁구장’, 아래는 무인태닝숍 ‘태닝나우’. (매경DB)
1억원에서 2억원 정도 자본을 보유했다면 무인 탁구장·무인 태닝숍·무인 전자담배숍 등에 도전할 수 있다.

‘무인 탁구장’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다. 탁구대와 라켓 등 비품을 놓고 점주는 하루에 한 번 가서 정리 정도를 해주면 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이라 수요가 한정돼 있다는 점, 또 소음 발생으로 인근 주민의 항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무인 태닝숍’도 비슷하다. 신생 업종인 덕에 경쟁이 덜하고, 선검색 후방문하는 ‘목적 구매형’ 고객이 대부분이라 입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태닝 로션 판매 등 부가 매출도 쏠쏠하다. 다만 탁구와 마찬가지로 아직 태닝이 대중화 단계는 아닌 탓에 수요가 제한적이다.

‘무인 전자담배숍’은 전자담배 기계와 액상 등을 자판기로 판매하는 형태다. 초기 창업비용은 8000만~1억원 수준이지만 번화한 유흥 상권에 입점해야 하는 만큼 권리·보증금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재고관리 정도만 해주면 되지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자판기 이용 시 신분증을 요구한다고 해도 미성년자 도용 가능성이 높고 국내 합성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정돼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회색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무인 매장으로 퇴사합니다’라는 책을 펴낸 용선영 러스 대표는 “최근 무인 창업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이 무인 전자담배점일 정도로 예비 자영업자 관심이 높다”면서도 “향후 규제 리스크가 없지 않고 이미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 레드오션 조짐도 보인다”고 말했다.

‘폰케이스 자판기’와 ‘포토 부스’도 2억원 미만이면 창업 가능하다. 폰케이스 자판기는 이용자가 본인 사진을 즉석에서 촬영하거나 원하는 사진을 고른 후 이를 인쇄한 맞춤형 폰케이스를 실시간 만들 수 있는 기계다. 포토 부스는 셀프 사진관의 진화 버전이다. AI 기술 활용으로 콘셉트가 다양해졌고 이미지 합성도 가능해졌다. 두 업종 모두 최근 AI 프로필 사진 인기가 늘어나며 덩달아 관심이 커졌다. 다만 폰케이스 자판기는 재방문율이 낮다는 점, 포토 부스는 취객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가 많이 방문하는 탓에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무인 점포, 뉴노멀이 될까

보안·위생 문제는 리스크

무인 점포 운영 시 장단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인 점포가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메가 트렌드’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인건비 상승과 AI 자동화 기술 발달, 비대면 수요 증가 등 여러 거대한 사회적 현상의 교집합에 무인 점포가 위치해 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1982년생을 기준으로 그 위 세대는 유인 서비스를, 아래 세대는 무인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간이 흐르며 무인 서비스 선호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아 무인 점포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인 점포가 대세라고 해서 무작정 창업은 금물이다. 부업 정도로 쉽게 보고 뛰어들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자영업 자체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완전경쟁 시장이다. 그런데 무인 점포는 그 장벽마저 낮아 경쟁이 더 치열하다. 별다른 노하우나 차별화가 필요 없어 우후죽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똑같은 기계와 똑같은 제품을 진열해놓는 수준이다 보니 점주 역량이 발휘될 여지가 적다. 결국에는 브랜드 경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철주 대표는 “매력적인 아이템인 건 맞지만 큰돈 벌기 어렵고 성공률도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무인 트렌드를 등에 업고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과대 홍보가 심하다”며 “일부 가맹점 매출에 현혹되지 말고 전반적으로 폐점이 적은 브랜드, 점포당 평균 매출이 양호한 브랜드 위주로 찾아보는 편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용선영 대표 역시 “아이템을 먼저 정하기보다 상권을 분석하고, 해당 상권에 맞는 아이템을 들여오는 방식이 올바르다”며 “무인이 ‘방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사장이 데이터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어떤 품목이 잘 팔리는지 관리하지 않으면 필패”라고 조언했다.

직원 역할을 기계가 대체하는 대신 ‘장비 리스크’도 존재한다. 키오스크 오류로 결제가 안 되거나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는 경우, 서버 문제로 원격 제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많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셀프 스토리지 가맹점에서는 장비 문제로 문이 열리지 않아 보관 물품을 3일 넘게 빼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인 스터디카페 이용자가 화장실에 갇혀 119를 부르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박수홍 대표는 “서버 이슈 등 원격 통제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오프라인에서도 간단히 문제 해결이 가능한 솔루션을 확보해놔야 한다”며 “장비 이슈 해결을 위해 본사 다수 직원이 동원돼야 한다거나 점주가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점포라면, 실상은 무인이라 보기 어렵고 지속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무인 점포가 급증하면서 보안·위생 등 안전 문제도 덩달아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는 중이다. 무인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채로 들고 사라진 손님, 고객이 깜빡 잊고 키오스크에 꽂아두고 간 신용카드를 챙겨간 절도범 사례, 구매도 없이 무인 옷 가게에 진열된 모든 의류를 헤집어놓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사소하게는 경쟁 무인 피트니스 전문점에 방문해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도망가는 황당한 일도 나온다. 소비기한이 훌쩍 지난 먹거리를 버젓이 판매하거나 화약총·흡입형 에너지 스틱 등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는 제품을 무인으로 파는 가게도 문제시된다.

한 무인 점포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절도 같은 범죄율이 낮아 무인 점포 운영에 적합한 국가인 건 맞다”면서도 “최근 무인 점포가 급격히 늘어나는 과도기 상황에서 법·제도 정비는 물론 점주와 소비자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지유진·양유라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4호 (2025.08.27~09.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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