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하청 노조 원청 교섭 허용 사용자 범위 확대, 세계에 유례가 없다"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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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8월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있다. |
| ⓒ 연합뉴스 |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허용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제2조)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새롭게 맡게 된 나경원 국회의원이 '노란봉투법'은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법"이라며 "세계에 유례가 없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회는 지난 8월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이 주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제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혁신당은 반대표를 던졌고, 국민의힘은 아예 표결에 불참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움직임은 민주당과 과거 정의당 주도로 여러차례 이루어졌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재임 기간에는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막혀 입법이 좌절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투쟁에 나섰던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액이 청구되자 이를 돕기 위해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전달하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개별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남발되는 것을 방지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가 '실질적' 사용자라 할 수 있는 원청업체에 교섭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노란봉투법'의 골자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입법 전은 물론, 입법이 된 후에도 법리적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헌법 소원'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율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은 지난 8월 20일 SNS 글에서 "노란봉투법은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기형 입법이다"라며, 그 근거로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허용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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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만7000원씩 10만 명이면 해고노동자에게 청구된 47억 원을 갚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노란봉투 운동에 동참한 가수 이효리씨가 아름다운재단에 보낸 손편지. |
| ⓒ 아름다운 재단 |
나경원 의원의 주장과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경우에 따라 사용자의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가 있다. 캐나다 연방 노동법(Canada Labour Code) 제35조 1항은 아래와 같다.
해당 노동조합이나 사용자로부터 신청이 있는 경우, 두 명 이상의 사용자가 공통의 지배나 지휘 하에 관련되거나 연계된 연방 사업·영업·업무를 운영한다고 위원회(Board)가 판단하면, 위원회는 명령으로써 이들 사용자를 각각 단일 사용자(single employer)로,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연방 사업·영업·업무를 단일 연방 사업·영업·업무로 선언할 수 있다.
노사관계위원회가 복수의 법인을 단일 사용자(Single Employer)로 선언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은 '선언된' 단일 사용자(원청+관련사 등)와 교섭이 가능하다.
즉, 하청업체 등 여러 사용자가 사실상 하나의 지배·통제 아래 있다고 인정된다면, 위원회가 이들을 '단일 사용자'로 묶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노조는 원청·하청을 구분하지 않고 관련된 모든 사업자를 하나의 사용자로 상대해 교섭할 수 있다.
호주 역시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을 통해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다. 호주는 공정근로법 개정안(Secure Jobs, Better Pay Act 2022)을 통해 하청업체 역시 '안정된 일자리'와 '더 나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단일 이익 교섭 절차(Single Interest Bargaining Stream)와 지원 교섭 절차(Supported Bargaining Stream)의 도입이다.
해당 절차에 따라 노사관계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승인할 경우, 공통의 사업 모델·이익 구조를 가진 복수의 사용자를 한 묶음으로 선언할 수 있다. 예컨대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혹은 원청과 다수 하청업체 등이 단일 사용자 그룹이 된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이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힐 수 있게 된다. 설사 해당 기업이 교섭을 회피하려고 해도 위원회가 강제할 수 있다.
특히, 호주 정부는 돌봄·청소·보육 등 저임금 업종·취약 노동자들이 원청을 포함한 다수 사용자와 교섭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파견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 원청의 임금과 단체협약 기준을 똑같이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노사관계위원회 전원합의부는 약 2200명으로 추산되는 파견 노동자들의 임금도 원청 기준에 맞춰 인상하라고 호주 최대 광산기업 BHP에 명령했다.
[검증 내용②] 미국·일본, 행정 해석이나 판례로 사용자 범위 확대
법률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행정 해석이나 판례로 제도화한 경우도 있다. 미국은 전국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1935)으로 사용자(Employer)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용자의 범위를 정할 때 적용하는 게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 법리이다. 공동 사용자라는 표현 자체가 법률에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전미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는 두 개 이상의 기업이 동일한 노동자의 고용관계나 근로조건에 대해 공동으로 통제(Control)하는 경우, 공동 사용자로 간주한다. 공동 사용자로 인정되면, 노동조합은 하청뿐만 아니라 원청도 교섭 상대로 삼을 수 있고, 양측 모두에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건설 하도급, 물류·유통, 프랜차이즈 사례에 적용된다.
다만, 공동 사용자 인정이 위원회 규정과 해석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집권당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2015년)에는 공동 사용자를 인정할 때 직접 통제(Direct)뿐 아니라 간접(Indirect) 혹은 잠재적 통제(Reserved)까지 고려하도록 했다. 즉,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제로 지휘하지 않더라도 '가능성'만으로도 공동 사용자로 인정됐다.
하지만 크게 확대됐던 원청의 책임은,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2020년)에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통제'로 규정을 바꾸며 축소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 다시 '간접·잠재적 통제'도 포함하도록 확대(2023년)했으나, 2024년 3월, 텍사스 연방법원이 이를 무효로 함으로써 2020년 기준으로 재차 축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임명한 강경 보수 성향 판사가 내린 결정이었다.
일본은 사용자의 범위가 판례를 통해 확립된 경우이다. 일본은 노동조합법 제7조를 통해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일본 대법원은 1995년 '아사히방송 사건'을 통해 사용자에는 직접 고용주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 판결 이후 일본에서는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 지배력이 원청에 있다고 인정될 경우, 하청 노동조합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원청은 교섭에 응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되어 처벌받는다.
참고로, 우리나라 역시 중앙노동위원회와 하급심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다.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 중 하나는 이 같은 법리를 명문화하여 보다 체계화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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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나경원 의원 측은 <오마이뉴스>에 "미국의 기준이나 일본의 판례나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기준을 우리나라의 '노란봉투법'에서 규정하는 정도로 확대하지는 않는다"라며 "의원실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한 결과, 사용자의 범위를 노란봉투법만큼 확대해서 해석할 수 있게 한 입법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선진국에 거의 없는 입법례"라고 반론했다.
그러나 캐나다·호주 등은 법률로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서 인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공동 사용자 법리에 근거한 행정 해석을 통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할 수 있고, 일본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원청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를 '유례가 없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나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보론] 노동 선진국에 노란봉투법이 없는 이유
흔히 노동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독일 및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별도의 명문 규정이나 제도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유럽의 노동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산별 노조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노동조합 가입률·조직률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산별·직종별 단체협약 체계가 이미 사업장을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작동한다. 굳이 원청과 하청을 구분할 필요 없이, 노사가 합의한 조건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다시 말해, 노란봉투법이 불필요한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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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팩트] |
| 나경원 |
| (국민의힘/외교부 기후환경대사) |
| "노란봉투법은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기형 입법이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을 허용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제2조)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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