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옥수수 말라 죽었다"…강릉 최악 가뭄에 호텔 사우나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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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썼지만 결국 말라 죽었다"
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 한 초등학교 옆 대파밭. 약 3000㎡의 밭에 심은 대파는 온통 누렇게 말라 있었다. 바짝 마른 밭으로 걸어 들어가자 바닥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바로 옆 배추밭에 최근 심은 모종은 물이 부족해 말라죽어 있었고, 함께 심어놓은 팥도 시들시들한 상태였다.
대파밭 앞 주택에 사는 김덕래(93)씨는 “대파를 살리기 위해 밭 주인이 무척 애를 썼는데 결국엔 말라죽었다”며 “비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위촌리 일대 밭을 둘러본 결과 대파밭은 본래의 녹색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누렇게 변해있었다. 들깨도 물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자라지 않았고 잎도 축 처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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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저수지 저수율 14.5%
황창규(70) 위촌리 이장은 “올해 농작물 수확량은 평소 절반 수준에 그쳐 어려움이 많다”며 “옥수수 농사는 가뭄 때문에 망했다. 여러 집이 수확을 못 하고 갈아엎었다”고 호소했다.
농민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했다. 그동안은 10㎞쯤 떨어진 오봉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아왔는데 지난달 30일 재난사태가 선포되면서 물 공급이 아예 중단됐다. 현재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4.5%에 불과하다. 평년 저수율(70.7%)의 20.5% 수준이다. 정부는 지금처럼 비가 내리지 않으면 4주 내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가뭄 극복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이날 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가뭄 대응 비상 대책 2차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가뭄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재난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상황실 운영을 통해 가뭄 대응 관련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과 대시민 물 절약 홍보 및 실적 관리, 원수 추가 확보 등을 추진한다.
![1일 오후 저수율이 14.5%까지 떨어진 강원 강릉시 상수원 오봉저수지에 살수차들이 줄지어 선 채 물을 쏟아 넣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1/joongang/20250901182342354czuf.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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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나 격일제 급수 공급 검토
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것에 대비해 시간제나 격일제 급수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의료시설과 사회복지시설, 교정시설 등 필수 시설에는 예외적으로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살수차를 전진 배치한다.
시는 현재 2L 생수 135만병도 비축한 상태다.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5개 권역별 배급 장소를 정해 시민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수지와 지방 하천을 활용한 대체 용수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가 맨바닥을 드러내자 용수 보충작업도 시작했다. 아직 물줄기가 흐르는 섬석천과 사천천·연곡천·신리천·군선강 등 관내 17개 하천과 장현·칠성·동막·언별·옥계 등 5개 저수지 물을 15t 살수차와 소방차 등 31대를 동원해 옮기고 있다.
주요 호텔과 리조트도 물 절약 동참에 나섰다. 강릉시 송정동에 있는 호텔 신라모노그램 강릉은 가뭄에 따른 정부 재난사태 선포에 맞춰 수영장·사우나 등 물 사용 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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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수영장도 한시적 운영 중단
썬크루즈 호텔 앤 리조트는 이날부터 호텔 내 모든 공용 수영장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씨마크호텔도 사우나 내 열탕과 노천탕, 야외 수영장 내 자쿠지(체온 유지탕) 시설 운영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강릉관광개발공사에서 운영하는 숙박 시설인 강릉오죽한옥마을은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 이곳은 최근 예약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안내했다. 이후 100명에 가까운 예약자들이 물 절약에 동참하겠다며 예약을 취소했다.
김승회 강릉오죽한옥마을 담당은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진 이후 50개 객실 중 20%를 폐쇄했다”며 “재난 상황인 만큼 취소 규정과 상관없이 전액 환불을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강릉 지역에는 비 소식이 없어 제한 급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시장은 “강릉시는 시민과 함께 모든 역량을 쏟아 반드시 이번 가뭄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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