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회의중 주식 확인... 스마트폰금지법이 공허한 이유
[오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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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부터 초중고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
| ⓒ chatGPT |
법안의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그려진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감시의 창살로 둘러싸인 풍경이었다. 아침마다 휴대폰을 걷둬들이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아이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계를 내놓고, 교사는 그것을 하나하나 수거한다. 잠시 후 교실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용하지 않는 낡은 폰을 슬쩍 내놓고, 진짜 폰은 깊숙이 감춰둔 아이는 들킬까 신경이 곤두선다. 교사는 그 눈빛을 잡아내려 애써 교실을 훑는다. 웃음과 호기심은 자취를 감추고, 서로를 의심하는 공기만 남는다. 그 풍경을 상상하는 순간,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언제쯤 아이들의 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까?
국회의원도, 교사도 '몰래 폰'... 신뢰를 깨뜨린 건 어른들
교육은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어른들이 먼저 그 거울을 깨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조차 아이들에겐 사용을 금지하면서 정작 회의 도중엔 휴대폰으로 주식을 거래하거나 부적절한 영상을 보는 모습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교사들이 수업 중 무심코 휴대폰을 확인하는 모습도 아이들 눈에는 다 잡힌다.
아이들의 마음은 거짓말을 모른다. 어른들이 던진 위선은 그대로 되돌아온다. "왜 우리만 휴대폰을 빼앗겨야 해요?" 이 물음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른들에 대한 실망과 공동체에 대한 불신이 숨어 있다. 규제가 힘을 가지려면, 어른이 먼저 자기 자신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어른이 먼저 내려놓을 때, 아이들도 비로소 받아들인다.
불신이 쌓이면 교육은 통제와 단속으로 흐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아이들은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단속만 강화한다면, 본질은 놓치게 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건 단순히 '중독'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엔 또래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정보를 얻고 싶은 호기심, 현실을 잠시 잊고 싶은 욕망이 섞여 있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창이자 피난처다. 그것을 '버려야 할 악'으로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함께 길러야 할 힘'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다. 기술을 피하는 훈련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지혜를 키우는 교육 말이다.
현장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의 호소를 자주 듣는다.
"교장 선생님, 우리 아이 휴대폰만 못 쓰게 해주세요. 집에서는 도저히 통제가 안 됩니다."
"아이들 휴대폰을 등교할 때 수거해주세요. 휴대폰 때문에 수업이 안 돼요."
그럴 때 나는 웃으며 말한다.
"휴대폰 보는 것보다 수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면 어떨까요?"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내 속마음은 진지했다. 통제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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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 |
| ⓒ 픽사베이 |
스마트폰 문제는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다. 교실이 감시의 공간으로 남을지, 신뢰와 자율의 정원으로 열릴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교실은 감시의 감옥이 아니라 배움의 정원이 된다. 그 정원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라고, 우리는 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일은 단순히 기계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다시 신뢰를 배우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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