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회의중 주식 확인... 스마트폰금지법이 공허한 이유

오성훈 2025. 9. 1. 17: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스마트폰은 기술 통제로 해결될 일 아냐, '교육의 본질'에 집중해야

[오성훈 기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부터 초중고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 chatGPT
지난 8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은 그 다음 날 아침 신문 지면을 가득 채웠고, 몇몇 신문사에서 그 논란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닫힌 수문이 열리듯 기사가 쏟아졌다. 매일처럼 교육 뉴스를 훑는 손끝은 가벼웠지만, 그날 기사들이 전하는 현실은 유난히 무겁게 다가왔다.

법안의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그려진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감시의 창살로 둘러싸인 풍경이었다. 아침마다 휴대폰을 걷둬들이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아이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계를 내놓고, 교사는 그것을 하나하나 수거한다. 잠시 후 교실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용하지 않는 낡은 폰을 슬쩍 내놓고, 진짜 폰은 깊숙이 감춰둔 아이는 들킬까 신경이 곤두선다. 교사는 그 눈빛을 잡아내려 애써 교실을 훑는다. 웃음과 호기심은 자취를 감추고, 서로를 의심하는 공기만 남는다. 그 풍경을 상상하는 순간,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언제쯤 아이들의 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까?

국회의원도, 교사도 '몰래 폰'... 신뢰를 깨뜨린 건 어른들

교육은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어른들이 먼저 그 거울을 깨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조차 아이들에겐 사용을 금지하면서 정작 회의 도중엔 휴대폰으로 주식을 거래하거나 부적절한 영상을 보는 모습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교사들이 수업 중 무심코 휴대폰을 확인하는 모습도 아이들 눈에는 다 잡힌다.

아이들의 마음은 거짓말을 모른다. 어른들이 던진 위선은 그대로 되돌아온다. "왜 우리만 휴대폰을 빼앗겨야 해요?" 이 물음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른들에 대한 실망과 공동체에 대한 불신이 숨어 있다. 규제가 힘을 가지려면, 어른이 먼저 자기 자신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어른이 먼저 내려놓을 때, 아이들도 비로소 받아들인다.

불신이 쌓이면 교육은 통제와 단속으로 흐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아이들은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단속만 강화한다면, 본질은 놓치게 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건 단순히 '중독'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엔 또래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정보를 얻고 싶은 호기심, 현실을 잠시 잊고 싶은 욕망이 섞여 있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창이자 피난처다. 그것을 '버려야 할 악'으로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함께 길러야 할 힘'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다. 기술을 피하는 훈련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지혜를 키우는 교육 말이다.

현장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의 호소를 자주 듣는다.

"교장 선생님, 우리 아이 휴대폰만 못 쓰게 해주세요. 집에서는 도저히 통제가 안 됩니다."
"아이들 휴대폰을 등교할 때 수거해주세요. 휴대폰 때문에 수업이 안 돼요."

그럴 때 나는 웃으며 말한다.

"휴대폰 보는 것보다 수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면 어떨까요?"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내 속마음은 진지했다. 통제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었다.

규제가 또다른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실
ⓒ 픽사베이
공모교장으로 부임할 때 나는 매년 '난리법석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난해 처음으로 실천했다. 학교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함께 꺼내놓고 토론하는 자리다. 올해 대토론회에는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이다. 법이 통과된 이상 제도적 틀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대로 따르기만 할 수도 없다.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규제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학교의 몫이다.

스마트폰 문제는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다. 교실이 감시의 공간으로 남을지, 신뢰와 자율의 정원으로 열릴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교실은 감시의 감옥이 아니라 배움의 정원이 된다. 그 정원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라고, 우리는 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일은 단순히 기계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다시 신뢰를 배우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