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산 3배 증액 좋지만 지속가능한 연구환경 더 중요"
[유창재 기자]
|
|
| ▲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국내 4대 과학기술원 중 한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A 박사의 말이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보다 3배 이상 대폭 증가한 예산을 두고, 그는 "과학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와 전략적 지원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 예산 증액을 넘어, 연구 현장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연구 구조가 마련돼야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핵심은 AI 초혁신 경제를 통한 진짜 성장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분야에만 35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오마이뉴스>는 과학기술원(이하 과기원)을 비롯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서 연구 중인 박사급 연구원 5명에게 직접 의견을 들었다. 이들은 대체로 "연구자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환영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AI 관련 연구 중인 B 박사후과정생은 "AI 분야는 외국 쪽 투자가 너무 강력한 상황이라, '지금 (우리나라는) 상대가 좀 안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왔다"며 "(이번에) 예산을 늘려, (선도 국가와) 조금씩 좀 맞춰 나가다 보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대신 AI 이외 분야 연구자들이 느낄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우려를 조심스레 전했다.
"이제 AI 쪽은 안정적이고 혜택을 받는 입장이 되니까 좋긴 하다. 대신 다른 과목들도 참 중요하다. (최근)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 앞둔 친구들이 많은데 분야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생물 쪽은 예산이나 지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네이처>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몇 편씩 쓴 분들도 AI 분야에 비해 교수 임용도 어렵다고 한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돈을 벌 수 있는) 연구소 쪽으로 많이 몰린다고 한다. 그런 점이 아쉽다."
과기원의 C 공학박사는 "AI 분야를 하나의 연구 분야나 타겟팅(목표)이라 보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으로 놓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AI 자체를 키우기보다는 AI가 플랫폼화 되고 기준점이 되는 기술이 돼야 나머지 기술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 ▲ 2026 이재명정부 예산 중점 투자 방향 |
| ⓒ 기획재정부 |
A 박사는 "예산만 증액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평가와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규제 등도 적극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을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B 박사후과정생은 "인공지능 다음으로 바이오, 로봇 쪽이 더 중요해 질 것"이라며 "생물 바이오 쪽은 다음 세대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고, 앞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C 공학박사는 "예산의 목적과 방향, 기대효과를 기반으로 예산이 잘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출연기관의 D 박사는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분배가 적절하게 됐다"며 "대신 AI 분야는 수혜를 볼 수 있는 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아직 제한적이라서 각 기관별로 AI와 연계된 R&D 과제를 만드는 게 숙제처럼 됐다"고 짚었다.
이어 "AI를 활용한 신약, 신소재 개발, 국가 전략기술, 탄소중립 분야 등이 대폭 늘어난 것 같다"면서 "국가 전략 기술 2차 전지, eccu(전기화학적 CO₂ 전환 기술) 등 대형 과제를 중심으로 바뀌는 등 연구 기관에선 임무 중심형 R&D 예산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정부출연기관의 E 선임연구위원은 "R&D 쪽 예산은 기존의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래를 위한 투자 방향으로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선택과 집중으로 예산안을 짠 것은 긍정적이며, 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
| ▲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8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개정부 졍제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 ⓒ 이정민 |
다만 B 박사후과정생과 C 공학박사 등은 "기존 출연연 기관에 있는 분들보다 새로 진입하는 신규 박사 과정생 쪽에 더 많이 (예산) 가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래도 기존 (연구자)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적 지원과 처우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인재 유출'도 우려했다. 박사과정에 있던 연구원이 미국 쪽 인턴 제안을 받고 나가 보니, 비록 업무 강도가 높긴 하지만 높은 연봉과 자택 제공 등 좋은 처우를 받고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인재 유출이 단순한 우려를 넘어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D 박사는 "기존 (연구) 인력들이 과학자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정책적 부분에서 조금 더 보완이 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대신 그는 정부가 폐지를 추진중인 피비에스(Project-Based System, 출연기관 연구자가 과제 수주를 통해 기관 인건비를 확보하는 제도)에 대해선, 기대감을 나타냈다. PBS는 과학기술계의 30년 묵은 과제로, 향후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나아가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도 재분배된다.
D 박사는 "PBS가 폐지되면, 연구 수당들이 줄어드는 것으로 연구자 입장에서는 자칫 전체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며 "요즘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산업계랑 출연연에 왔을 때 연봉 차이가 꽤 많이 벌어져 있는 상태다. 이번에 인건비도 좀 많이 증액을 해준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대해 (연구자들이) 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A 박사는 "PBS 제도의 단계적 폐지 후 연구자들이 모두 자율적으로 열심히 성과를 내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라며 "오히려 현재의 형식적인 평가 체계와 함께 비정상적인 과제 달성률 기준, 이를 운영하는 기관들의 방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 성장'과 '지역 경제 활력'은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현장 연구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실력 있는 박사 후 연구원 등의 연구자들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 박사후과정생도 "(지역 분배는) 쉽지 않다"면서 "(지역에서) 진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집중돼 있는 학생들이 골고루 지방에도 분산돼 있어야 하지만 그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예산만 조금 늘린다고 수도권 인력이 당장 지방으로 내려오는 것은 아닐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지방 교수들이 조금 더 편하게 지내는 것 이외에 (지역 경쟁력 강화가) 안 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원을 제외한 지역 대학 연구의 현실은 더 어렵다는 것.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연구 자체가 힘들어지고 교육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연구 실적은 내세울 수 없게 되고, 이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 구조를 깰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 공학박사는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지역에서도 우수 인재 유치에 많이 노력했었다. "요즘은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냐 하면, 지금 남아 있는 인재라도 지키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인재를) 서울로 보냈더니, 해외로 가는 등 악순환이 계속 되니까 정부에서도 인재 유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수도권하고 경쟁하려면, (경쟁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임금 밖에 없는데, 예산을 갖고 지역 내 인재를 지키는 데 써야하지 않을까"라고 한탄했다.
|
|
| ▲ 2026년 의대 정원 3058명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천58명으로 확정한 지난 4월 1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
| ⓒ 연합뉴스 |
A 박사는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 진학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재 구조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으며, B 박사후과정생은 "(과학계에서 하는 말이) 중국은 공대에 대한 열망이 엄청나고, 한국은 의대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C 공학박사도 "좀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친구들이 다 의대 쪽으로 편향돼 있다는 것을 정부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의대 가는 것보다도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과학자, 더 많은 돈을 받는 과학자, 더 인기 있는 명예를 가진 과학자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를 향한 제언을 부탁하자, A 박사는 "정부가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연구 분야에만 막대한 예산을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적 기반과 연구 분야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신중하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연구 현장에서는 재료비와 장비비 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행정 절차(비교 견적서, 까다로운 해외 구매 절차 등) 때문에 오히려 구매 대행 업체를 거치면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 공학박사는 사회 전반에 걸친 과학에 대한 인식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이 의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과학·공학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생물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들이 얼마의 경제적 가치가 있고, 과학 발전에 이바지 했는지 등을 알려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D 박사는 "과기부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PBS 폐지 이후에 연구 생태계가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갈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연구 현장의 의견 수렴을 좀 많이 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E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여러 정책들이 추진이 될 텐데, 큰 방향성과 목표를 잘 맞춰서 추진되어야 한다"며"대내외적인 여건 등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정책간 연결성과 부처간 협력이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관세 폭탄' 제동 건 미국 법원, 명쾌한 세가지 논리
- 목걸이도 금거북이도, 모두 이 모임 간부들에게서 나왔다
- '중2병'이라는 말,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아시나요?
- 계속 선 넘는 김민수 "윤석열·김건희 석방해야"...난처한 지도부 선긋기
- 강릉의 '악몽'으로 기억될 8월 31일...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 대통령 질문에 동문서답 강릉시장... 전 한수원 사장 "가뭄 예견된 참사"
- 제주에서 사업하는데 국세청에 신고할 직원이 없다
- 금으로 정의를 배우겠다던 이배용 위원장의 몰락
- '김건희, 김상민 지원' 부탁 의혹에 박완수 "통화 사실 없다"
- '세계로우남학교' 두둔한 부산 강서구청장 "특혜? 사실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