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뭄, 빗물이 돈보다 귀하다

한무영 2025. 9.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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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관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한무영 기자]

 24일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8%(평년 69.0%)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 50%를 잠금 하는 방식의 제한급수를 시행 중인 강릉시는 저수율이 15%로 떨어지면 계량기 75%를 잠금 하는 강력한 제한급수에 돌입한다. 2025.8.24
ⓒ 연합뉴스
강릉의 저수지가 바닥나고,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전국에서 소방차가 몰려와 물을 공급한다. 5톤, 10톤짜리 소방차가 수십 대 달려가 물을 나르고, 한 번 채워주면 다시 달려가서 물을 퍼 와야 한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돈과 기름값, 인건비는 막대하다. 결국 시민들은 기우제를 지내며 비가 오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이 모습을 보면 분명하다. 비는 돈이다. 아니, 돈보다 더 귀하다. 하늘에서 한 차례 비가 내려준다면, 수많은 소방차와 인력, 예산이 더는 필요 없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태풍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한다. 약간의 피해가 있더라도, 그만큼 농업과 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빗물의 총량, 그러나 담을 그릇이 없다

하늘은 강릉시에 매년 엄청난 양의 빗물을 내려준다. 강릉시 면적 1,000㎢에 연평균 강수량 1,300㎜를 곱하면, 무려 13억 톤의 빗물이 된다. 그러나 이 빗물은 대부분 땅과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실제 가뭄에는 쓸 수가 없다. 문제는 빗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받아둘 물그릇이 없다는 것이다.

비가 오면 그 빗물을 받아둘 물그릇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댐과 저수지를 통해 그 역할을 해왔다. 댐은 분명히 거대한 빗물 그릇이었고, 우리 사회는 그로부터 수많은 혜택을 받아왔다. 지하저류댐 같은 새로운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댐 하나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한 지역의 대규모 저수지가 바닥나면, 해당 도시 전체가 고통을 겪는다. 강릉이 지금 그렇다. 물 관리에 있어서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교훈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댐이 받는 물은 자신이 속한 계곡 유역에 내린 빗물만 모을 수 있다. 결국 강릉시 전체 면적 중 일부에서 떨어진 빗물만 담을 뿐, 다른 산지·계곡·도시에 내린 빗물은 그냥 버려지고 있다. 다양한 크고 작은 물그릇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또한 이러한 집중형 시설은 위험도도 집중이 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 시설이 작동을 멈추면 도시 전체가 위기에 빠지고 전국민이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이번 강릉의 물사태에서 알수 있다.

새로운 물그릇: 소규모, 다목적

이제는 분산형 빗물관리라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산과 논, 도시 전체에 걸쳐 작은 물그릇들을 곳곳에 두어야 한다. 크고 작은 시설을 다양하게 두어야, 한 곳이 비어도 다른 곳에서 버틸 수 있다.
또한 저류조의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대부분의 빗물저류조는 홍수 방지만을 목적으로 설계돼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비워져 있어야 하고, 가뭄에는 쓸 수 없다. 그러나 평소 조금씩 오는 비라도 받아두면, 큰 저수지의 물을 덜 쓰게 되고, 물곳간을 지킬 수 있다. 홍수와 가뭄을 함께 대비하는 다목적 빗물저류조가 절실하다.

이미 있는 좋은 사례들

이런 새로운 빗물 관리 방식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 아파트(관련기사: 상습 침수 지역의 빗물을 모았을 뿐인데, 이런 결과가 https://omn.kr/2eaqc), 월드컵경기장, 서울대 39동은 (관련기사: 서울대 공대 39동 지하에 250톤 물 모아둔 이유, https://omn.kr/2dsdi) 이미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기술은 간단하고, 법과 조례도 마련되어 있다. 좋은 사례는 이미 많다. 문제는 이를 충분히 확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빗물을 돈처럼 여기는 사회

핵심은 인식이다. 빗물을 돈처럼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태도는 달라진다. 돈이라면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것을 허투루 흘려보내겠는가? 큰 주머니, 작은 주머니를 꺼내 들어 빗물을 모으는 장면이 펼쳐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우제는 따로 지내고, 빗물은 따로 흘려보낸다. 이 따로 노는 사고방식이 아쉽다. 시민 개개인과 정부, 지자체 모두가 빗물을 돈보다 귀하게 여기는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 그리고 빗물을 모으는 이들에게는 제도적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강릉의 가뭄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빗물을 받을 물그릇을 준비했는가?" 하늘은 이미 매년 13억 톤의 빗물을 내려주고 있다. 그것을 돈보다 귀한 자산으로 받아낼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잘 관리하면 복이 되고, 방치하면 고통이 된다. 강릉의 교훈은 분명하다. 빗물을 돈보다 귀하게 여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나는 지난 25여 년 동안 빗물을 연구하고 실천해 왔다. 서울의 스타시티, 월드컵경기장, 서울대 39동 등에서 빗물을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시설을 만들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강릉 사태는 빗물을 흘려보내는 현재의 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언제든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늘은 이미 매년 13억 톤의 빗물을 강릉에 내려주고 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내는 우리의 태도다. 빗물을 돈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회적 전환, 그것이야말로 기우제 대신 우리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길이다. 시민이 목소리를 내고 정부에 요구한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물관리 체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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