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은 이미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옥성 2025. 9. 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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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육희망네트워크 후원의 밤

[김옥성 기자]

8월의 마지막 금요일, 교육희망네트워크가 마련한 후원의 밤은 '희망으로 가득 찬 자리'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주신 회원, 선생님, 후원자, 오랜 동지들이 한마음으로 모였고, 잠깐의 폭우와 더위마저 웃음과 노래로 건너갔습니다. 그 시간은 모금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며, "교육은 결국 사람으로 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한 밤이었습니다.

교육희망네트워크의 첫 걸음은 2010년 1월 17일이었습니다. '풀뿌리 교육운동'을 표방하며 지역에서 바람직한 교육 의제를 수렴·발굴하고, 아이들의 내일을 어른의 책임으로 품겠다는 약속으로 출발했습니다. "경쟁에서 협동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단순하지만 어려운 전환을 실천으로 증명해 온 15년이었습니다. 현장의 작은 시도들이 서로를 만나고 이어질 때, 지역은 더 현명해지고 학교의 공기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번 자리는 준비 과정부터 '사람의 수고'로 서 있었습니다. 이른 오후부터 안내물을 붙이고, 메뉴판을 정리하고, 후원 티셔츠 상자를 나르며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변수도 있었습니다. 막걸리를 후원해 주시려던 선생님 댁에 급한 수술 일정이 생겼고, 우리는 회복을 빌며 급히 막걸리를 사러 대학로 마트를 뒤져야 했고 다행히 30여병의 막걸리를 마련했습니다. 첫 손님으로 달려와 주신 노동조합과 교육단체의 동지들, 그리고 오래된 회원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이면서 공간은 빠르게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상황이 일어 났습니다. 기쁜 일 앞에서 우리는 잠시 허둥댔습니다. 7시가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자리가 모자라 옥상으로 안내해 드려야 했고, 선풍기 하나 없이 더위를 온전히 이겨내야 했습니다.

주방은 쏟아지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1시간 넘게 음식을 기다리신 분들도 계셨고, 음료조차 제때 드리지 못한 테이블도 있었습니다. 주최자로서 깊이 사과드립니다. 현장에서 급히 음식을 보태고 밖에서 까지 음식을 구해와 해결하려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기다려 주신 덕분에 우리는 너무나 고마웠고 많이 배웠습니다. 이런 큰 일에는 더 꼼꼼함이 필요하다는 것, 많이 모이는 기쁨만큼 더 넉넉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요. 다음 모임에서는 공간, 냉방, 비상 계획까지 한층 더 단단하게 준비하겠습니다.
 교육희망네트워크 후원의 밤 봄날 공연
ⓒ 김옥성
순서는 소박했지만 깊었습니다. 간단한 인사로 문을 열고, 임우택 선생님의 하모니카 연주로 마음을 고르게 했습니다. 미처 진행하지 못한 낭송 순서가 있어 끝나고 나서야 죄송하다는 전화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밤이 무르익을 즈음, 연보라 색의 옷을 입고 봄날합창단이 무대에 섰습니다. '아침이슬' 첫 소절이 홀 안울려퍼지자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따라 불렀고, 누군가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박자를 맞췄습니다.

곡 사이에 우리 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이며 합창단의 중심이신 이건범 선생님이 담담히 건넨 말들은 과장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사람을 일으키는 노래의 사명을 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일어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행복의 나라로'일어나", '광야에서'로 이어지는 합창단의 노래소리는 자연스레 오늘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손뼉이 리듬이 되고, 낮은 화음이 바닥을 받쳐 주며, 높은 멜로디가 천장을 들어 올렸습니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익숙한 대중가요가 시작되자 어깨가 풀리고, 굳어 있던 표정이 하나둘 환해졌습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이어진 짧은 침묵과 긴 박수 사이로 "오랜만에 목 놓아 불렀다"는 속삭임이 퍼졌고, 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점점 옅어졌습니다.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마지막 곡에서는 모두가 손을 잡고 호흡을 모아 한 구절, 한 소절을 함께 올렸고,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숨을 나누는 공동체가 얼마나 따뜻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날의 봄날합창단은 단지 공연 팀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의 어려움마다 먼저 달려와 노래로 손을 내미는 동지였고, 지친 어깨 위에 살포시 얹히는 손바닥이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묻고 또 답했습니다. 왜 함께여야 하는지, 왜 지금 여기에서 희망을 다시 불러야 하는지. 노래는 단지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였고, 지친 마음을 건너편의 용기로 이어 주는 길이었습니다.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님의 영상 축사는 큰 격려였습니다. "교육이 국가의 미래"라는 분명한 메시지는, 지역에서 시작한 작은 실천이 제도와 정책의 뿌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 모두의 언어로 확인하게 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마음을 보태 주신 데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근식 서울교육감님은 늦은 시간 직접 자리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서울시의회 일정을 마치고 동지들과 호프 한 잔을 나누며 그간의 어려움과 고민을 진솔하게 이야기 나눈 시간은 서로에게 '치유의 순간'이었습니다. 교육행정의 무게와 현장의 목소리가 서로를 향해 열린 채 오간 대화는, 앞으로의 서울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을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우리는 다시 확인했습니다. 결국 교육은 제도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그 신뢰를 잇는 대화와 협력이 교육을 움직입니다.

행운권 추첨으로 환호가 터졌고, 여기저기서 반가운 재회가 이어졌습니다. 사회를 맡아 돌발 상황을 기민하게 수습해 준 박수진 위원, 주문을 맡아 쉼 없이 뛰어준 조윤미 선생,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를 이끈 임정희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준비위원들, 그리고 현장에서 빈틈을 메워 주신 많은 동지들 덕분에 자리는 더 따뜻해졌습니다. 이름을 다 부르지 못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몫을 기꺼이 감당해 준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만남을 한밤의 잔치로 끝내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이번 경험을 다음의 약속으로 잇겠습니다. 더 넉넉한 자리, 더 시원한 바람, 더 촘촘한 자리와 비상 계획으로 한 분, 한 분을 온전히 환대하겠습니다. 모금의 밤을 넘어 지역과 학교가 함께 배우는 '소통의 장', 서로의 사정을 듣고 지지하는 '연결의 장'으로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키워 가겠습니다.

이제 우리의 숙제는 그동안 쌓아온 현장을 제도 변화와 연결하는 일입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소음 취급받지 않고, 교사의 전문성이 정책의 출발점이 되며, 아이들의 권리가 국가의 우선순위로 기입되는 구조—그 틀을 세우는 데 새로 임명된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장관들이 제 역할을 다해 주기를 촉구합니다. 중앙이 길을 지시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현장은 이미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앙은 그 길을 넓히고, 굽은 데를 펴고, 다리가 끊긴 곳에 길을 이어주는 일을 해 주면 됩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자랍니다. 정책의 속도보다 빠르게, 어른들의 말보다 깊게 자랍니다. 그 아이들의 내일을 위한 어른의 책임을 생각할 때,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회원의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활동에 바탕을 둔 연결고리, 현장과 제도를 잇는 다리, 협동과 지원으로 학교 문화를 바꾸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다음 모임에서, 다음 정책 제안에서, 다음 수업과 생활 속에서 더 정교하게 실천하겠습니다.

그 밤에 마음을 모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더 잘 준비하겠습니다. 더 넓게, 더 깊게 연결하겠습니다. 희망을 잇겠습니다. 함께 노래하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동행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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