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 "후반 1-1 상황, 모따 투입 시점 고민했다" 안양 팬들과 약속 지켜낸 '유병훈의 묘책'

[풋볼리스트=서울] 김진혁 기자= 유병훈 감독이 후반전 시의적절한 용병술로 안양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30일 오후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8라운드를 치른 안양이 FC서울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안양은 10승 3무 15패 승점 33점을 확보하며 9위로 도약했다. 서울은 리그 8패째를 기록하며 5위를 유지했다.
안양에 서울전은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다. 양 팀은 K리그를 관통하는 서사의 중심인 서울과 안양의 연고지 역사로 얽힌 관계다. 올 시즌 유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서울을 상대로 반드시 '1승'을 거두겠다고 각오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 첫 맞대결인 2라운드 원정에서 전력 차를 느끼며 1-2로 패했다. 두 번째인 12라운드 홈경기에서는 마테우스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막판 문선민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무승부에 그쳤다.
올 시즌 마지막일 수도 있는 서울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안양은 11위, 서울은 5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순위의 큰 변동이 없다면 상·하위 스플릿으로 나눠지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양 팀은 만나지 못한다. 사실상 올 시즌 안양이 서울을 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리에 부담을 가지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렸기 때문에 오늘 만큼은 승리에 부담감을 갖되 그 에너지를 경기력에서 보여주자고 주문했다. 시즌 시작할 때 서울전 1승 약속을 이룰 기회가 오늘인 것 같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1승이라는 목표로 똘똘 뭉친 안양은 경기 초반부터 서울을 맹렬하게 몰아 붙혔다. 전반 4분 페널티 박스 앞에서 마테우스가 공을 지켜냈고 서울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토마스를 향해 감각적인 킬패스를 보냈다. 이후 토마스가 침착하게 공을 컨트롤한 뒤 최철원의 방어를 피해 왼발로 마무리했다. 토마스의 이른 시간 선제 득점으로 안양 선수단의 이날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전력 상 우위에 있는 서울은 안양에 쉽지 않은 팀이었다. 전반 내내 린가드, 안데르손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한 서울은 과감한 슈팅과 공격 전개로 안양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후반 2분 왼쪽 측면을 연 김진수의 크로스가 조영욱과 이창용을 지나쳐 권경원을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의 동점골과 동시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서울 서포터즈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서울 쪽으로 넘어갔다.
이때 유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이 넘어간 분위기를 되찾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채현우를 대신해 야고를 투입하면서 공격의 날카로움을 더했다. 유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반 21분 모따와 문성우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확실한 변화를 감행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 외국인 공격수 모따를 대신해 김운이 이름을 올렸다. 활동량에 강점이 있는 김운은 교체 전까지 서울 수비진과 몸을 부딪히고 끊임없이 뒷공간을 파며 수비진을 교란했다. 김운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서울 수비진의 체력 부담을 야기했고 이를 무너뜨릴 마지막 수로 득점력과 경합 능력을 갖춘 모따를 선택한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 감독이 후반전 선택한 야고와 모따가 귀중한 역전골에 깊게 관여됐다. 후반 34분 상대 패스 미스를 가로챈 토마스가 마테우스에게 공을 연결했다. 마테우스는 순간 열린 서울의 오른쪽 뒷공간으로 패스를 찔러넣었고 공을 받은 야고는 속도를 살려 최철원과 1대1 상황을 만들었다. 야고의 슈팅은 최철원에게 막혔지만, 함께 뛰어든 모따가 세컨 볼을 깔끔하게 밀어 넣었다. 유 감독의 용병술로 경기를 뒤집은 안양은 리드를 지켜내며 창단 첫 서울전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유 감독은 동점 실점 후 모따의 투입 타이밍을 계속해서 쟀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용병술이 철저히 계획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후반전 생각과 다르게 시작부터 실점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선수들이 버텨주면서 모따 투입 시점을 고민했다. 김운 선수가 나가기 전까지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운 덕분에 상대가 더 지친 다음에 좋은 찬스나 경합에서 모따가 상대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그 시간에 모따를 투입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의 시의적절한 판단은 안양 팬들과 약속을 지키게 만든 묘수가 됐다. 유 감독은 "오늘 승리는 오랫동안 안양을 지켜온 헌신한 팬들에게 바치고 싶다. 안양의 오랜 역사를 알고 있고 우리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속 때문인지 몰라도 선수들이 부응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약속을 지킨 소감을 말했다.
이어 "다른 거 없이 선수와 팬들을 믿었다. 여태까지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도 팬들은 우리를 지지했다. 서울 같은 강팀을 만났을 때 내려설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자신이 있었고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 앞으로 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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