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독이 퍼져"...이태원 참사 악플과 직접 맞선 두 사람의 운명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았던 한 생존자는 참혹한 기억의 상처 속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세상을 등졌다. 끝까지 그를 괴롭힌 건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끊임없이 조롱하고 모욕하던 '악성댓글'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참사 이후 지난 3년간, 온라인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겨눈 악성댓글 6만 건의 실태를 빅데이터 딥러닝 분석으로 추적했다. 참사 직후부터 특별법 제정까지 특정 시기마다 폭증하고 진화를 거듭해온 악성댓글의 잔혹한 기록을 남긴다. <편집자말>
[신상호, 유지영, 봉주영 기자]
|
|
| ▲ 이태원 참사 유튜브 영상에 달린 악성댓글, 위에는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군이 악성댓글을 비판하는 댓글도 있다. |
| ⓒ 신상호 |

이군의 진심 어린 댓글 역시 '악성댓글'의 표적이 됐다. 이군이 쓴 댓글에 "친구 관리 잘 하세요", "피해자 ㄴㄴ 그냥 놀다가 다친 사람", "유명인 본다고 멍청하게 비집고 들어갔고", "경찰서장탓 정부탓 하기 전에 개념부터 심는 게 시급할 듯" 등의 악성댓글이 붙었다. 이군은 악성댓글 게시자를 향해 다시 댓글을 달았다. 슬픔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었다.
"진짜 이태원 참사 피해자 탓하는 니 개념부터 다시 심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는데 저따위로 말을 하냐 진짜..."
이군의 모친인 송해진씨는 재현군을 떠나보낸 뒤 해당 댓글들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했다. 송씨는 재현군이 악성댓글과 관련해 했던 말들을 똑똑하게 기억한다.
"저녁에 식탁에 같이 앉게 됐는데, (이재현군이)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온라인상에서) 친구들 욕을 한다고 그러면서 막 우는 거예요. 막 울면서 '친구들 보고 싶다, 죽고 싶다', 그 얘기를 했었어요.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애가 우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이군의 휴대전화에는 SBS 유튜브 영상 외에도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들을 찾아본 기록들이 남아있다. '45명의 증언, 300여 개의 제보 영상이 말하는 그날의 진실'을 비롯해,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YTN)(https://zrr.kr/ffC0Cq),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SBS)(https://zrr.kr/llEGXa),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SBS)(https://zrr.kr/gJan1G) 등이다. 해당 영상들에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악성댓글'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는 이군이 확인했던 영상을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을 골라내는 딥러닝 모델을 통해 분석해본 결과(자세한 내용 아래 상자 기사 참고) '45명의 증언'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19.9%(5448개 중 1089개)였다.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1.2%(515개 중 212개),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0.7%(423개 중 172개),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도 40.7%(423개 중 172개)로 나타났다.
해당 영상을 본 이재현군 역시, 이런 악성댓글들을 마주하면서 심리적으로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군의 모친 송씨는 온라인에 익숙했던 아들이 '악성댓글'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충격이 더했을 거란 얘기였다.
"아들이 이전과는 달라졌거든요. 스스럼없이 저랑 대화하던 재현이가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참사를 바라보는 분위기. 그 분위기를 파악하는 제일 첫 번째는 온라인상의 글들이니까, 얘한테는 (온라인) 사회라는 게 하나의 큰 사회잖아요. 중요했을 거라고 봐요, 재현이한테는."
|
|
| ▲ 이태원 참사 유가족 A씨가 보낸 메일 내용 |
| ⓒ 봉주영 |
"가짜 뉴스 같은 거 있잖아요. 간첩이네 북한에서 왔네 등등의 내용도 일일이 신고를 누르거나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런 것들 보면은 일일이 댓글을 보고 닫아달라고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게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기사 댓글창을 닫아달라고 해도 이걸 수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때는 그냥 하루 종일 멍하니 있거나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유가족 당사자인 그가 댓글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받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했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인신모욕성, 성희롱성 글들을 직접 본 기억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는 사람이 두려워졌다.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혹시나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
|
| ▲ 지난 2022년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
| ⓒ 권우성 |
|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 분석, 어떻게 진행했나 |
| <오마이뉴스>는 유튜브 API를 활용해, 이태원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부터 2025년 6월 10일까지 '이태원 참사'를 다룬 방송 및 언론사(중복 채널명 제외하고 총 68개) 유튜브 영상 929건에 달린 댓글 26만 7635개를 수집하고, 자체 개발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악성댓글을 분류했다. 악성댓글에 대한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자문을 거쳐 모두 4646건의 댓글에 대해 악성 여부를 판단해 학습데이터를 만들었고, 한국어언어모델인 KcELECTRA에 학습시켰다. 최종 댓글 분류에 활용된 딥러닝 모델은 훈련손실값(Train loss) 0.28로 적정 성능을 확보한 모델로 진행했다.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군에서 죽은 것도 억울한데, 800만원으로 퉁치자? 이 엄마의 선택
- 반클리프 회장·금거북이 부회장, 어수선한 조찬기도회..."로비단체" 폐지 목소리
- 검찰파견관이 윤석열에게 남긴 유서...다시 시작된 2차 조작 시도
- 물그릇 신화는 끝났다...강릉 가뭄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
- 안산에만 있는 특별한 카페, 지역주민들 손에 들린 이것
- 나경원 "하청 노조 원청 교섭 허용 사용자 범위 확대, 세계에 유례가 없다" 대체로 거짓
- 케데헌 '골든' 공개된 곳, 코엑스 전광판에 그려 넣은 것
- 내란특검, 추경호 정조준... 자택 압수수색 돌입
- 김정은 방중 직전, ICBM 관련 연구소 시찰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비상계엄 사죄' 거부한 군 수뇌부 전원 교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