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天下有道 則庶人不議(천하유도 즉서인불의)
2025. 9. 1. 00:12

중국 전설상의 성군인 요(堯)임금이 미복(微服=변복)으로 거리에 나가 “이 나라의 왕이 누구냐?”고 묻자, 백성들은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자고, 내 할 일을 하며 살면 됐지 왕이 누군지는 알아서 뭘 하겠소?”라고 답했다. 이에 요임금은 나라의 정치가 잘 되고 있음을 알고, 자신이 더는 왕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달아 허유(許由)에게 왕위를 내주었다. 그러자 허유는 더러운 말을 들었다며 냇물에 귀를 씻었다. 지나던 소부(巢父)는 더럽힌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자신의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상류로 올라가 버렸다.

참 꿈같은 이야기이다. 훌륭한 정치는 백성들 스스로 잘 살도록 놔두는 정치이지, 인위적인 통제에 대해 의론이 많은 정치가 아님을 비유한 유명 고사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자도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서민들은 이러쿵저러쿵 정치토론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만큼 정치토론의 열기가 뜨거운 나라도 드물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정부가 하는 일에 적극 참여할 뿐, 불필요한 토론과 다툼이 없이 해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는 나라이면 얼마나 좋을까? 공정과 상식으로 이끄는 정치가 펼쳐져 국민의 정치토론이 잦아드는 나라가 되기를 간구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너희들이 영계를 알아?” 통일교 문선명 충격의 첫 만남 | 중앙일보
- 李 알기위해 끝까지 파봤다…자타공인 최측근 21인 이야기 [이재명의 사람들 PDF북] | 중앙일보
- 찌를 곳 없자 항문까지 찔렀다…마약 빠진 14살 소녀의 지옥 | 중앙일보
- "배달 완료"에 현관문 열자 황당…한밤중 사라진 음식 알고 보니 | 중앙일보
- 생라면 3봉지 먹고 숨진 13세 소년…시신 부검했더니 '깜짝' | 중앙일보
- '엘베 앞 딱 붙어 뭐 하는 거지'…CCTV 속 배달기사 충격 행동 | 중앙일보
- 李∙尹∙전한길 문제 신중해졌다…'초강경파' 장동혁 달라진 까닭 | 중앙일보
- "배 아프다" 한동안 안보인 승무원…기내서 알몸으로 춤췄다, 뭔일 | 중앙일보
- "식당만 1840곳 망했어요"…석화공장 멈추자 여수 패닉 [벼랑 끝 석화] | 중앙일보
- 전투기 수백대 줄어든 中공군…"더 강력" 美국방대의 경고, 왜 [밀리터리 브리핑]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