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악몽'으로 기억될 8월 31일...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진재중 기자]
강릉 시민들에게 '8월 31일'은 두 번의 '악몽'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태풍 루사가 하루 870.5㎜의 기록적 폭우를 쏟아내며 도시를 초토화시킨 날, 그리고 2025년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져 '제2의 제한급수'에 돌입한 날로 말이다.
|
|
| ▲ 지원생수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은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 지원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23년이 지난 지금, 역설적이게도 그 상황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태풍이 아닌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강릉이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은 뚜렷하다. 그때도, 지금도 전국의 도움으로 강릉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
| ⓒ 진재중 |
이번 조치로 강릉 시민 5만 3천 가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수돗꼭지를 아무리 돌려도 물은 가늘게 졸졸 흐르는 정도의 상황이 된다.
그간 강릉시는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정부 역시 각 부처 장관과 여당 대표가 현장을 직접 찾아 대책을 논의했고, 8월 30일 마침내 이재명 대통령이 강릉을 직접 방문해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비비 투입, 군 병력 및 장비 지원, 긴급 급수차 운영 등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릉노암동의 주부 김진희(45)는 "이 어려운 상황에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며 발빠르게 대처해준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
|
| ▲ 강릉시 홍제정수장 재난사태로 선포된 강릉에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가 모여 급수 지원을 펼치고 있다.(2025/8/31) |
| ⓒ 진재중 |
|
|
| ▲ 강릉시 홍제정수장 서울,인천,경기 울진 등 전국에서 지원온 소방관들(2025/8/31) |
| ⓒ 진재중 |
한낮 기온이 35℃까지 치솟은 이날 오후,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들고 쉴 새 없이 정수장에 물을 쏟아부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소방관들은 숙련된 손놀림으로 정수장에 물을 채워 넣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긴급 급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해 '물 부족 재난'을 막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울진에서 지원 온 이재오 소방관은 "울진 산불이 발생했을 때 강릉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어 큰 힘이 되었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강릉 시민들에게 보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빨리 비가 내려 시민들의 걱정을 덜었으면 좋겠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물을 싣고 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
| ▲ 급수지원하는 소방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소방관들은 산불 현장에서 불을 끄는 것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며 현장 대응에 나섰다(2025/8/31) |
| ⓒ 진재중 |
|
|
| ▲ 전국에서 도음을 주는 소방관 |
| ⓒ 진재중 |
|
|
| ▲ 생수 전국에서 지원된 생수가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2025/8/31) |
| ⓒ 진재중 |
|
|
| ▲ 오봉댐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진 오봉저수지는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라기보다 폐광산을 연상케 한다.2025/8/31)( |
| ⓒ 진재중 |
아직도 일부 상가에서는 제한급수 시간에 대비해 물을 과도하게 저장하거나, 일부 가정에서는 불필요한 세탁과 샤워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비만 오면 해결된다"는 안일한 인식도 여전하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언젠가 올 비'에 기대는 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강릉 노암동에사는 박성옥(56)씨는 "아직도 일부 시민들이 물이 소중한 것을 모르고 펑펑 쓰고 있다"며 "같은 강릉 시민으로서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
|
| ▲ 물절약 캠페인 플랭카드가 내걸린 수영장 |
| ⓒ 진재중 |
23년 전 태풍 루사는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 가뭄은 또 다른 교훈을 던지고 있다. 도시의 생존은 거대한 댐이나 국가적 대책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습관으로 지켜진다는 사실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십 대의 소방차가 강릉을 위해 밤낮없이 물을 나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며 최고의 대응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끝낼 수 없다.
|
|
| ▲ 오봉댐 강릉시민에게 물을 가득 채워줄 날을 기다리는 저수지이지만, 현재는 시민들이 갈증을 느끼게 하는 저수지가 되어 있다. |
| ⓒ 진재중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