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세계에서 지나치게 과소보호” [편집장 레터]
“부모들은 현실 세계의 위험을 엄청나게 과대평가하고, 디지털 세계의 위험은 엄청나게 과소평가한다.”
오랫동안 공감해온 문장입니다.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온라인 안전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10대의 39%가 온라인에서 증오심 표현을 경험하는 반면, 부모의 29%만이 10대 자녀가 온라인 증오심 경험을 하고 있다고 답했죠. 또 10대의 19%가 온라인에서 폭력 위협에 노출됐지만, 부모의 1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고요. 이외에 ‘자살이나 자해 콘텐츠에 대한 노출’ ‘사이버 괴롭힘과 학대’ 등도 모두 10대 자녀의 경험치에 비해 부모는 훨씬 낮은 비율로 동의했습니다.
같은 얘기를 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엔 스마트폰을 쥐여주지 말라”고 주장하는 그는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사춘기를 맞이한 Z세대에 주목한 하이트 교수는 자신의 책 ‘불안 세대’에서 “이 세대는 앞선 세대에 비해 청소년기에 더 많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해하며, 자살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라 말했죠.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상 세계에서 지나치게 과소 보호했다.”
내년 3월부터 초·중·고등학생은 학교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죠. 법 시행은 내년 3월부터랍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등이 보조기기로 사용하는 경우나 긴급한 상황에는 교사 승인을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했죠. 오랫동안 ‘학교에서 사용 금지를 넘어 미성년자는 아예 스마트폰 가입을 못하게 하자’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해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을 목격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 세계적인 바람이 불고 있는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 대열에 함께하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테죠. 특히 청소년 단체들은 “왜 학생 의견은 반영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숙재수학원을 거쳐 올해 대학생이 된 A는 기숙재수학원의 최고 장점으로 ‘스마트폰 반납’을 꼽았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어 공부가 잘됐다”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게 됐다. 스마트폰 없이 지낸 경험은 인생 최고 경험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스마트폰 없는 경험을 우리 아이들에게 강제로 쥐여주는 게 어른으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일지도요.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5호 (2025.09.03~09.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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