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진 않지만, 아이 수학 공부 도와줄 때 내가 지키는 원칙
사교육 걱정 없이 가정에서 학습이 가능할지 궁금해 엄마가 직접 실험에 나섰습니다. 중등 과학교사인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직접 가르치며 겪는 일화를 소개합니다. 이번 글은 '6일째' 이야기입니다. <기자말>
[윤송미 기자]
학교를 다녀온 담이는 신나 보였다. 주말의 쉼 이후 수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려니, 흥분된 목소리로 자랑을 늘어놓는다.
"엄마! 오늘 내가 학교에서 제일 잘했어. 공부방 다니는 애들보다 내가 더 잘했어! 내가 영수(가명)도 가르쳐줬어!"
작은 동네에도 공부방이 있다. 몇몇 친구들은 이미 방과후학교 대신 공부방을 다닌다. 담이 역시 지난해부터 공부방에 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 하지만 영어, 난타, 바이올린 같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학습량이 많지도 않을 때라 흘려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 욕심이 있었던 아이가, 공부방 다니는 친구들이 보인 학습 성취를 보며 부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나의 부주의로 학습 적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저릿하다.
"오, 담이 오늘 수학 시간이 재밌었구나. 오늘을 잘 기억해둬. 몰랐던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짜릿하고, 친구에게 가르쳐 줄 수 있으면 더 즐겁지. 엄마는 담이가 그 재미를 자주 느끼면 좋겠어. 그런데, 어떤 걸 가르쳐 줬어? 엄마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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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이가 친구에게 설명했다는 내용. 4분의 0은 0이다. |
| ⓒ 윤송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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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모와 분자에 각각 '0' 있을 때 0이거나, 정의할 수 없거나. |
| ⓒ 윤송미 |
나는 "분모는 0이 아닌 자연수"라는 말로, 분수의 정의까지 설명했는데, 초등학생에게는 어려운 말이다. 아이가 잠든 후 교육과정을 찾아보니 실제로 초등학교에서는 분수를 '몇으로 나눈 것 중 얼마' 정도로만 가르친다. 중학교에 가서야 "분모는 0이 될 수 없다"는 표현을 접한다.
내가 처음 그 설명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0'을 분모에는 쓸 수 없지만, 분자에는 가능하다는 사실이 몹시 낯설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또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이 느껴져 놀라기도 했다. 아이에게 그 신비로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결국 또 앞서나가버린 셈이다. 자칫하면 이제 막 자신감을 얻은 아이에게 '한참 모른다'며 꾸짖은 것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애써 불안을 감추며, 수업을 이어나갔다.
"자, 복습해보자. 지난 시간에 뭘 했지?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네가 선생님이 돼 설명해줘."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담이는 책을 펴고, 자신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흥분이 터져 나오는 목소리의 끝은 "어때? 이게 나야." , "나 대단하지?" 같은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원했던 설명은, 큰 카테고리에서 상황을 나누고, 각 상황에 따른 예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설명은 이런 것이었다.
어제는, 받아 내림이 없는 분수의 뺄셈을 배웠어.
두 가지 방법으로 풀 수 있는데 하나씩 해 볼게.
첫 번째는, 자연수는 자연수끼리, 분수는 분수끼리 계산하는 방법이야.
두 번째는, 모두 가분수로 바꿔서 계산하는 방법이야.
결과가 가분수로 나오면, 대분수로 바꿔주면 돼. 끝.
하지만 아이는 곧바로 숫자부터 쓴다.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고, 며칠 전에 비하면 설명하는 것도 제법 체계가 잡혔지만, 내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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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학년 2학기 수학 받아내림 없는 분수 뺄셈의 두 가지 풀이 방법 |
| ⓒ 윤송미 |
"1번은 받아 올림이 없는 거고…"
"2번은?"
"2번은 받아 올림이 없는 거야."
나는 또 끼어들고 말았다.
"'2번은'이라고 말하면, 이미 1번과 다르다는 뜻이 들어 있어.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할까?"
"…2번도?"
아뿔사. 아이의 조사까지 꼬집어 고쳐가며 '취조'를 하고 있었다. 귀명창이 되겠다고 다짐해 놓고, 정작 내가 한 건 선생님 평가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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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른 풀이 여기 저기 중간 과정의 숫자를 산발적으로 쓰지 않고, 등호를 이어가며 답에 다다른 바른 풀이 |
| ⓒ 담 |
오늘의 실패는 아쉽지만, 작은 성취를 기억하며 내일은 더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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