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4년차 남편이 수술 앞두고도 매일 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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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퇴직 전부터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남편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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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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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락 김밥과 약간의 과일 도시락 입니다. |
| ⓒ 김남정 |
"다녀올게!"
퇴직 후에도 매일 출근하는 남자
아침 7시, 주방에는 김밥 냄새가 가득하다. 나는 전날 저녁 준비해 놓은 재료로 익숙하게 김밥을 말고 썬다. 도시락통에 김밥과 약간의 과일을 곱게 담는다. 예전 같으면 출근 준비를 하던 시간. 이제 그의 출근지는 회사 대신 학교 정문이다.
남편은 퇴직 전부터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퇴직하면 틈틈이 장애인 시설이나 학교 노인 복지관 등에서 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그의 이야기는 현실로 이어졌다. 남편의 직함은 학교 안전 지킴이다.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이제는 중·고등학교까지, 주5일을 꼬박 학교 현장에서 보낸다. 아침 등교 시간, 점심시간, 하교 시간까지 청소년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그의 하루다.
"학생, 담배는 안 돼요. 가방 안에 넣으세요."
"싸우면 안 됩니다. 잠깐 이리 와요."
그는 단호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말한다. 안전 지킴이의 역할은 단순히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등굣길 사고 예방은 기본, 교내 흡연이나 폭력, 외부인 침입을 막는 것도 맡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까지 챙기는 것이 그의 임무라고 한다.
남편은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나서도 다시 출근하는 삶을 택했다. 돈이 되는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이 그를 움직인다.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더 버티자"는 말 속에는, 수술을 앞둔 발목의 통증보다 학생들을 지키는 책임감이 크다. 김밥 도시락을 들고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는 나도 그의 단단함에 다시 힘이 난다.
중·고등학교 현장은 초등학교와는 다르다. 담배를 피우는 아이, 친구와 몸싸움을 벌이는 아이, 학부모가 알기 어려운 어두운 그림자들이 있다. 그 자리에 어른이 서 있을 때, 아이들은 한 번 더 멈춘다. 남편은 말한다.
"어른이 비어 있는 공간에서 사고가 난다. 나는 그냥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남편이 말하는 봉사의 본질이다. 많은 사람이 퇴직을 '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은 봉사에서 '또 다른 사회성'을 발견했다. 단지 회사 대신 '학교'가 목적지가 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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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지킴이로 일하는 남편 |
| ⓒ wanderfleur on Unsplash |
퇴직 후 찾아온 봉사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퇴직 후 무료함을 걱정했던 그는 지금, 매일 새로운 출근을 한다. 사회를 지키는 두 번째 직업, 이름 없는 영웅의 자리였다. 남편은 곧 수술대에 오르지만, 회복 후 다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거다. 그건 '쓸모 있는 나' 를 다시 찾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퇴직을 앞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경험과 시간은 여전히 누군가의 안전을 지킬 힘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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