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인사 '매관매직' 이야기 들어본 적도 없다"

이진민 2025. 8. 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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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이배용과 각 세웠던 정대화 국교위 상임위원 "새 술은 새 부대에, 이재명 정부 국교위가 반면교사 삼아야"

[이진민, 김화빈 기자]

 정대화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학 입시에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해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이배용 위원장에게도 '이 총재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했어요. 한은 총재도 던진 아젠다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관심도 없던 겁니다."

끝까지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방향성을 책임지려 했던 정대화 상임위원은 '김건희씨에게 금거북이를 주고 국교위 위원장 자리를 매관매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 위원장에 대해 묻자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일화를 하나 꺼내들었다. 이 위원장이 국교위를 이끌 전문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정 상임위원은 "제가 공직생활을 하면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장관급 자리를 매관매직했다는 건 정말 처음 겪는 상황"이라며 "한 나라의 교육을 총괄하는 기관에서 이런 비리가 벌어진 건 불명예"라고 지적했다.

정 상임위원은 "이 위원장은 임기 3년 동안 교육 아젠다를 제시하거나 국교위의 방향성 내지 한국 교육의 미래에 대해 깊이 이야기한 적 없는 인물"이었다며 "이 위원장이 이끄는 국교위 아래에서 모든 국민들이 합의할 만한 교육 방향성을 세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새 술은 새 부대에다 담으면 된다. 부디 1기 국교위의 활동을 2기가 반면교사 삼아 난제가 산적한 대한민국 교육에 방향성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며 "윤석열 정부와 이 위원장에 의해 망가진 국교위의 본래 취지를 이제라도 실현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국교위는 정권의 성향에서 벗어난 중장기 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2022년 9월 출범한 사회적 합의 기구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편찬 참여 ▲친일 인사 옹호 경력 등으로 지명 당시 반발이 일었으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이 된 이 위원장은 김건희에게 고가의 금품(금거북이)을 전달한 정황이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나 지난 28일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국교위에 들어간 정대화 상임위원은 임기 내내 이 위원장과 각을 세워왔다. 정 상임위원은 상지대학교 교수 재직 시절 사학재단 비리 투쟁에 앞장선 뒤 대학총장까지 지낸 사학비리 투사이기도 하다. 30일 진행한 정 상임위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2022년 10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배용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배워야 한다’는 발언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를 ‘선덕여왕’에 비유한 과도한 칭송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 철회 요구가 제기되었지만 임명이 강행되었다.
ⓒ 연합뉴스
"2기 국교위, 정권-교육부 관료주의 넘어선 중장기 교육계획 수립해야"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어땠나.

"너무 놀랐다. 공직 생활을 하며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장관급 자리를 두고 매관매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국교위는 한 나라의 교육을 총괄하는 곳이다. 교육 관련 기구에서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불명예이자 큰 타격이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기관의 장으로서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도 잠적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

- 곁에서 지켜본 이 위원장은 어떤 인물이었는가.

"함께 일하면서 이 위원장의 운영에 의문을 가졌던 적이 많다. 이 위원장이 임명된 뒤 처음 진행한 행사가 워크숍이었다. 그때 다 함께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통도사에 갔다. 위원회 차원에서 간 워크숍인데도 이 위원장은 문화유산 이야기만 했다. 한국근대사를 전공한 사람이란 걸 알았지만, 이 위원장의 관심사가 교육보다 문화유산에 집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죽하면 당사자에게 '문화예술위원회에 가시지 왜 국교위에 오셨냐'고 물은 적도 있다.

이후 (우려대로) 3년동안 이 위원장은 교육에 대해 뚜렷한 아젠다를 제시한 적이 없었다. 입시 문제나 사교육, 아니면 자사고 등 교육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방향성을 말한 적 없다. (지난 3년간) 이 위원장에게 쌓였던 의심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명백해졌다. (매관매직 의혹이 팩트로 확인돼야 하지만) 위원장 임기의 마지막을 비리 의혹으로 종결짓게 된 것 아닌가. 그간 위원장 행보에 대한 나의 염려가 확인된 것 같은 심정이다."

- 이 위원장의 그간 행보 중 가장 우려됐던 순간은 언제였나.

"이 위원장이 교육에 관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을 가졌다고 느끼곤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4회까지 응시 가능하게 바꾸자'는 등 비합리적인 발전 계획이 국교위서 논위되는 순간도 있었다. 한국 교육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고려해야 할 때 이 위원장이 회의를 졸속으로 끝낸다거나 구성원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내부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소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런 순간들이 점점 쌓이면서 국교위가 모든 국민이 합의할 만한 최저선의 교육 방향성을 세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출범한 국교위가 출범 목적인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달성했다고 평가하는가.

"국가교육위는 국가 교육의 전반적인 계획을 설계하라고 만들어진 기구인데, 실제 운영 과정이나 이 위원장이 가진 전문성은 기구를 형해화하는(내용은 없고 뼈대만 남음-기자 주) 수준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구성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국회는 기관 구성 인원을 약 104명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출범 인원은 3분의 1도 못 미치는 28명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국교위가 출범했고 이후에도 불안정하게 운영됐다. 특히 국교위는 다양한 토론과 회의를 진행하는 곳임에도 개최 일정이나 회의록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 '위원장 압수수색'까지 치른 국교위에 어떤 쇄신이 필요한가.

"여러 부적절한 사건과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난 3년이 허송세월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간 경험을 반면교사로 활용하거나 내부에서 진행한 논의를 비판적으로 승계한다면 더 나은 기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국교위는 정권 (성향)과 교육부의 관료주의를 넘어서는 정책을 제안해야만 한다. 사교육 시장 과열과 학교 서열화를 막아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청과 (국교위가) 협업해야 하고 필요한 입법도 제언해야 한다

1기 국교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9월 중 2기가 출범할 것이다. 새로 시작할 위원회는 윤석열 정권 하 이배용 위원장에 의해 망가진 교육을 해결하고, 중장기적 교육계획 설립 기관으로서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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