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 민주교육의 섬이 되다

전정일 2025. 8. 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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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IDEC & APDEC 유치 확정의 길 위에서

[전정일 기자]

 2027년 IDEC & APDEC 개최 알림 웹자보
ⓒ 대안교육연대 제주대안교육협의회
2027년 세계와 아시아의 민주교육 공동체가 제주에 모인다. 나는 대안교육연대의 2027 국제민주교육회의(IDEC) & 아시아태평양민주교육회의(APDEC) 제주 유치위원장으로 지난 7~8월에 인도네시아와 벨기에를 다녀왔다. 2027년 IDEC&APDEC의 한국 유치가 확정되면서 긴 여정 끝에 하나의 약속을 이뤄낸 기분이다.

1993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매년 열리는 IDEC는 민주적이고 대안적인 교육 실천가, 학자, 청소년, 학부모가 함께 모여 교육의 미래를 논의해온 국제 네트워크다. APDEC는 2016년 대만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서 개최되며 아시아 지역 대안교육의 연대를 강화해왔다. 2027 제주 컨퍼런스는 두 행사가 함께 열리는 역사적 자리로, 50여 개국 1000여 명이 모여 '민주적 배움과 지구적 연대'를 주제로 다양한 워크숍, 발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개최는 한국 대안교육운동 30주년의 의미와 맞물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된 대안교육 운동은 전국 인가대안학교 100여 개, 등록대안교육기관 265여 개로 확산하며 "마을이 학교, 자연이 교실, 삶이 배움"이라는 철학을 실천해왔다. 한국의 대안교육기관학교 연대체를 대표하는 대안교육연대는 이번 IDEC & APDEC을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 기후위기와 생태전환교육, 청소년 주도 학습, 교육공동체 운동을 세계와 공유할 계획이다.

먼저 2014년 광명 IDEC를 떠올려야 한다. 한국 대안교육연대와 광명시가 개최한 그 대회는 우리에게 큰 선물이었다. 세계 각국의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배움을 나누던 모습, 마을과 학교가 하나 되어 축제를 만들며 어깨를 맞대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한국의 비인가 대안학교의 성장기였다. 그 경험은 한국 대안교육이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이번 제주 유치의 깊은 뿌리가 되었다.

세계 무대에서 함께한 한국 참가단
 2025년 인도네시아APDEC 개막식 뒤 함께 찍은 사진
ⓒ 2025인도네시아APDEC조직위
나는 여러 차례 한국 대안 교육을 세계 무대와 잇는 노릇을 했다. 나는 2023년 네팔 IDEC, 2024년 대만 IDEC에서 '한국의 대안 교육과 미래 교육'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2025년 벨기에 IDEC과 인도네시아 APDEC에서는 맑은샘학교 20년의 실천 경험을 나누며 미래 교육의 비전을 함께 모색했다. 강연이라기보다 우리의 걸음을 전하는 고백이자 미래를 향한 다짐이었다.

물론 한국의 IDEC과 APDEC 참가에는 한국의 아이덱맨이라 불릴만한 하태욱 선생(2014년 광명IDEC조직위원장, 현 신나는학교 교장)이 있었고, 2023년 네팔 IDEC에는 70여 명의 한국 공동참가단이 함께했고, 2024년 대만 IDEC에는 130여 명으로 늘어났다. 2025년 인도네시아 APDEC에는 68명, 벨기에 IDEC에는 17명이 참여하며 한국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참가단에는 한국 대안교육연대 소속 학교들뿐 아니라, 점점 더 많은 공립 대안학교 교사와 학생들도 동참했다. 해외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직접 국제 무대에 나서는 학교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대안교육학과가 있는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주임교수 여태전, 이병곤) 학생들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단순한 참관자가 아니었다. IDEC과 APDEC의 꽃인 오픈스페이스에서 다함께 '한국문화의 날'을 열어 한국의 놀이와 음식, 문화를 세계에 소개했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오픈스페이스를 운영하며 학교와 마을을 알렸다. 인도네시아 APDEC에서는 맑은샘학교, 지혜학교, 산학교, 산마을고등학교, 솔가람고등학교, 신나는학교 학생들이 다 함께 한국문화의 날을 열었고, 벨기에 IDEC에서는 고양자유학교 고등부 학생들이 날마다 오픈스페이스를 열어 세계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들의 모습은 한국 대안교육의 자랑이자 미래였다.
▲ 오픈스페이스 양말목 공예 2025벨기에IDEC에서 오픈스페이스로 양말목공예를 펼치는 모습
ⓒ 전정일
나에게도 특별한 무대가 있었다. 2019년 시드니 APDEC에서 나는 오픈스페이스를 열어 직조와 밧줄놀이를 함께 했고, 다섯 가지 버전의 아리랑을 불렀다. 나에게는 낯선 땅에서 울려 퍼진 노래가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세계와 한국을 잇는 매개체였고, 도전이었다.

이 경험은 2022년 써머힐 IDEC, 2023년 네팔 IDEC, 2024년 대만 IDEC으로 이어져 맑은샘학교 참가단과 함께 직조와 탈춤을 알리는 오픈스페이스를 열었다. 2025년 APDEC과 IDEC에서도 양말목 직조놀이로 사람들과 웃음을 나눴다. 그리고 올해 벨기에 IDEC의 폐회식 전날 밤, 탤런트쇼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아리랑을 불렀다. 세계의 친구들이 함께 박수치며 따라 불러준 그 순간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배움의 길

2025년은 나에게 안식년이다. 성찰과 배움을 위해 나는 일 년 동안 해외 민주교육 현장을 직접 찾고 있다. 호주의 자유학교에서, 태국와 인도네시아의 민주학교와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유럽의 민주학교에서 나는 아이들과 교사들을 만나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물었다. 그 길의 연장선에서 나는 인도네시아 APDEC과 벨기에 IDEC에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한국의 이야기를 다시 전할 수 있었다. 안식년의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더 깊이 배우고 성찰하는 길이었고, 그것은 곧 제주 유치의 의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2025년 벨기에 IDEC에서 2027년 IDEC 개최 국가를 결정하는 모습
ⓒ 전정일
2027년 IDEC 개최를 희망한 미국 AERO 측과의 긴 대화와 편지 교환도 있었다. 때로는 설득의 시간이 길고 고단했지만, 나는 한국 대안교육연대(대표 이진형)와 제주대안교육협의회(대표 정연일)의 준비와 결심을 믿었다.
2025년 7월 2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이나그로의 회의장에서, 또 2025년 8월 4일 벨기에 숲 속 회의장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세계의 민주교육 친구들은 결국 제주를 택했다. 7월 21일 APDEC과 8월 4일 IDEC 개최국이 결정되던 순간, 마음속 깊이 뜨거운 벅참이 솟구쳤다.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고 주최하는 수고로움을 미리 알기에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2025년 인도네시아 APDEC에서 2027년 APDEC 제주 코리아를 결정하는 모습
ⓒ 전정일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사 유치가 아니다. 지난 30년간 한국 대안교육이 뿌려온 씨앗들이 세계와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믿고 만들어온 연대의 결실이며, 동시에 더 넓은 길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2027년 7월 제주에서, 우리는 다시 모일 것이다. K컬쳐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때, 세계의 청년과 청소년들, 교육자들, 교육주체들이 함께 평화와 민주, 그리고 기후 위기와 배움의 본질을 놓고 밤늦도록 이야기할 것이고, 노래하고 춤추며 아이들의 미래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 자리는 한국 대안교육이 걸어온 발자취를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세계와 함께 새로운 약속을 만드는 자리이리라.

나는 믿는다. 제주가 그 길의 중심에서 세계 민주 교육의 섬으로 빛나게 되리라는 것을.

덧붙이는 글 | 2027년 7월, APDEC과 IDEC 이 한국의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20205년 10월에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준비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후원과 협찬, 자원봉사, 참여방법들이 자세히 안내될 것입니다. 세계 교육의 축제가 한국에서 열리는 특별한 해, 2027년에 함께 세계 친구들을 맞이할 분들은 언제든지 대안교육연대와 제주대안교육협의회에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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