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알바인 줄 알았더니 보이스피싱 수거책…법원 판단은?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던 퀵서비스 일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이었던 것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성화 판사는 범행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난 22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생활고를 겪던 A씨는 지난해 7월 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퀵서비스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다. 생활비가 필요했던 그는 공고에 있는 링크를 클릭했고 ‘김 실장’과 연결됐다.
김 실장 “회사와 관련된 서류를 배송하는 퀵 서비스 업무”라며 “건당 5만원씩 당일 지급이 가능하다”고 A씨에게 제안했다. 이에 응한 A씨는 김 실장의 지시대로 특정 메신저를 깔았고, 이를 통해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된 박스를 가져오라는 일감을 받았다. A씨는 박스를 수거해 관악구 한 지하철역에서 이름 모를 40대 남성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업무를 3차례 반복한 A씨는 어느날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약식기소됐다. 그가 수거한 박스 안에는 ‘예금담보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은 피해자의 체크카드가 들어있었고, 카드에 연결된 계좌는 실제 범죄에 사용됐다. 퀵서비스인 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자신은 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업무 방식이 이례적이고, 단순 배송임에도 일당이 많은 점 등을 언급하며 A씨가 범죄 관련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거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 판사는 “A씨가 접근 매체(카드)를 전달한다는 인식이나 의사를 갖고 박스를 전달했다는 점을 확인하거나 추단할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조사 중 “택배 박스가 무거워 마약 같은 이상한 물건이 아니냐고 물어봤다”고 진술하고, 법정에서도 “박스가 묵직해 카드가 들어있을 거라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는 점을 종합할 때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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