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주부 백일장 장원한 '원조 고딩엄마'의 부모 이야기

유영숙 2025. 8. 29. 18: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평] 차이경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

[유영숙 기자]

TV에서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봤다. '고딩엄빠'는 남들보다 빠르게 어른이 된 '고딩'들의 특별한 육아 이야기다. 고등학생 나이에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학업을 이어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시청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어떤 회차에선 임신한 여자 친구와 아이를 책임지지 않고 떠나는 남자가 나와 화가 나기도 하고, 또 다른 회차는 어리지만 여자친구와 아이를 책임지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담아 미소가 지어지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딩 엄빠'의 부모님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닥쳤다면 쉽게 결정하긴 어렵겠지만, 결론은 나도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도와주었을 것 같다.

TV에서 본 '고딩엄빠' 이야기를 책으로 만났다. 차이경 작가가 쓴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2025년 8월 출간)다. 작가는 1980년대 고등학생으로 엄마가 되었다. 주민등록증도 없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가족들의 돌봄 지원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른 '원조 고딩 엄마'였다. 지금과 달리 고등학생이었던 작가는 학교에서 퇴학 당해야 했고, 모든 사람의 따가운 눈총도 감당해야 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책표지
ⓒ 이야기장수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를 읽으면 이것이 과연 실화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읽는 내내 펼쳐진다. 파란만장 인생사와 힘든 현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하여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것도 놀라운데, 사글셋방에서 먹을 것도, 온기도 없는 방에서 아이를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이 어린 엄마, 아빠가 끝까지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굳세게 가정을 지킨다.
우리의 아기는 세 살이었다. 나는 그 3년을 30년은 족히 되는 듯이 살았다. 시부모님에게 들었던 무수한 폭언과 욕설과 설음, 지독한 가난, 이유 없이 받아야 했던 주변의 멸시와 따가운 눈총, 닿아보지도 못한 내 꿈, 그리고 배신감, 그 모든 검정이 일순간에 내 가슴속 밑바닥에서 한꺼번에 끓어올랐다.
- p.61~62 본문 중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를 지키며 열심히 사는 작가에게 왜 자꾸 나쁜 일이 생기는지 안타까웠다. 남편의 교통사고, 큰아들의 교통사고, 작가의 췌장암 진단, 크론병 판정 등 작가는 넘어야 할 산이 계속 나타난다. 한 고비 넘으면 또 한 고비가 나타나고, 정말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열세 번 이사 후에 입주한 영구 임대 아파트는 13평이었지만, 작가는 더 이상 주인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고, 작지만 큰아이에게 방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았다. 하지만, 어느 날 울고 있는 아들에게 들었던 충격적인 말로 다시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큰아이는 학교가 끝나고 일부러 윤배를 기다렸다가 어제 일을 따졌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너하고 놀지 말래."
"왜?"

윤배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이는 몹시 당황했다고 했다.

- p.160~161 글 속 문장

작가는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힘들게 시영 아파트로 이사 가게 되었다.

"엄마, 나 이제 숨 좀 쉬는 거 같아."

이사 가던 날 큰아이 말에 어린 엄마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단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스물다섯 살에 결혼하여 스물아홉 살에 큰아들을 낳았다. 출산하기 한 달 전부터 친정엄마가 우리 집에서 함께 살며 출산도 도와주셨고 아들도 키워주셨다. 16개월 후에 둘째 아들을 낳았고, 두 아들을 돌봐주시고 살림까지 도와주셨던 친정엄마가 얼마나 고마운 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느끼게 되었다.

아이에게 당당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 작가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작가는 둘째를 임신하고 갑자기 남편의 입영 통지서를 받은 뒤 살길이 막막해서 청와대 영부인에게 구구절절 편지를 쓴다. 편지를 읽은 영부인은 어떻게든 도와주라고 부탁한다. 또한 방송국에서 진행한 주부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실력이다.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여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다. 그래서 술술 읽히는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작가는 말한다.

뒤돌아보면 참으로 견디기 힘든 긴 시간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됐다. 자주 굶었고 굴욕을 견뎌야만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의 아이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어른이 되고 싶어서였다. 당시에는 어른이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어른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아이를 훌륭한 사회인으로 키워내려 애썼고, 나 자신도 컸다고 생각한다.

-p.351 글 속 문장

부모가 되는 것은 책임과 노력이 따른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가정을 지키고 두 아들을 잘 키운 작가를 응원한다. 그동안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살고 있는 작가에게 '정말 수고했다'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지금 내가 가장 힘들게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를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위로가 될 것이다. 또한 작가의 앞으로의 삶은 하고 싶은 일 하며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길 응원한다.
《 group 》 시니어그룹 : https://omn.kr/group/senior_2024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