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젠더 밴딩', 무대 오른 새로운 항우울제 임상 실험
[안지훈 기자]
새로운 항우울제의 임상 실험을 소재로 인간의 복잡한 감정에 물음을 던지는 연극 <디 이펙트>가 국내에 소개됐다. 영국 유명 극작가 루시 프레블이 쓴 연극으로 2012년 영국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고, 이후 여러 국가에서 꾸준히 공연이 이루어졌다.
지난 6월부터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디 이펙트> 한국 공연에서는 세계 최초로 '젠더 밴딩'이 이루어졌다. 이전까지 다른 국가들에서의 <디 이펙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도다. 흔히 말하는 '젠더 프리'는 원작 캐릭터의 성별은 그대로 둔 채 다른 성별의 배우가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남성 캐릭터를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식이다. 젠더 밴딩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연기하는 배우의 성별에 맞춰 캐릭터의 성별도 바꾸고 각색을 더한다. 즉 같은 작품이지만 어떤 날에는 이 캐릭터가 여성인 설정, 또 다른 날에는 이 캐릭터가 남성인 설정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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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디 이펙트> 공연 사진 |
| ⓒ 레드앤블루 |
로나와 토비는 새로운 항우울제를 개발하기 위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코니와 트리스탄은 그 실험에 참여한다. 이들이 실험하는 항우울제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동반 상승 작용을 유도하는 약물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투여량을 늘리며 실험을 이어간다.
하지만 실험 중에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 발생한다. 코니와 트리스탄은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고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다. 트리스탄은 이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코니는 약물로 인해 호르몬이 변화해 끌림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코니와 트리스탄은 미묘한 감정을 사이에 두고 욕망하고 때로는 의심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피실험자가 정해진 구역을 떠나 서로 사랑하고 격동적인 감정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로나는 당황한다. 그리고 자신이 위약을 투여한 트리스탄에게서 더 격렬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다른 이유를 찾으려 애쓰기도 한다. 이후 실험 파트너 토비를 통해 트리스탄에게 투여되는 약물이 위약이 아닌 진짜 약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로나는 더 큰 혼란에 빠진다.
뿐만 아니라 코니와 트리스탄의 경우처럼 로나와 토비 역시 인간의 감정을 둘러싸고 대립된 의견을 보인다. 무엇이 진짜 감정인지, 진짜 감정이 있기나 한 것인지, 감정을 약물로 조절할 수 있는지, 그렇게 조절된 감정을 진짜 감정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 이미 정신의학 역사에서 오래된 문제들을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인다. 연구는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이들의 갈등은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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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디 이펙트> 공연 사진 |
| ⓒ 레드앤블루 |
트리스탄이 부리는 재주는 곧 진심의 표현이다. 코니는 재주를 부리는 트리스탄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며 진심을 확인하고, 요동치는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 감정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고 규정하려 했던 트리스탄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심을 따른다. 그리하여 필자는 진심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진심 앞에 부질없는 것일 수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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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디 이펙트> 공연 사진 |
| ⓒ 레드앤블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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