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충동 일으키는 꽃, 나뭇길 걷다보면 만납니다

김혜원 2025. 8. 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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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제국립공원 트레킹 1] 지천에 핀 물파초

[김혜원 기자]

▲ 오제습지 그림같은 오제습지
ⓒ 김혜원
너무 좋은 야생화 트레킹 코스라 누구는 두 번째 간다는 소리에 흔쾌히 여행을 결정하였다. 같이 가는 일행은 걷기 동호회 회원들이었다. 우리 일행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오제 국립공원 속에 있는 오제 습원과 닛코 국립공원 속을 걷기로 했다. 정작 트레킹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자기 키 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오제 습지 나뭇길을 걷는 '봇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오제로 가는 길
▲ 신칸센 신칸센 기차안에서 먹은 에키벤
ⓒ 김혜원
일본 오제 습원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지난 5월 29일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날 밤 서울 지하철 개화산역 근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묶고 나오니 김포공항 가는 길이 막막했다. 행인들에게 물어보니 605번 버스가 동시에 2대가 오는데 꼭 뒤에 오는 버스를 타라고 하신다. 역시 모르는 것은 물어보아야 한다.

일본의 NH 항공 비행기를 타고 하네다 공항에서 내렸다. 우리 가이드는 170엔 승차권을 구입해 주었는데 명함 반쪽 짜리 종이 티켓이었다. 이것으로 공항 쾌속 모노레일을 타고 하마마츠쵸역까지 갔다. 일본의 모노레일은 좌석 배치가 특이했다. 양쪽으로 앉기도, 창밖으로만 앉기도 하고 가운데 부분은 짐을 두는 칸이 만들어져 있는 곳도 있었다.

하마마츠쵸역에서는 JY선 야마노태선 지하철을 타고 도쿄역까지 갔다. 도쿄에 도착하자 다시 신칸센 기차를 타고 조모코겐 역까지 가는데 특이하게 승차권 1개, 특급권 1개로 차표가 2장이었다. 우리 일행은 도쿄역에서 에키벤을 샀다. 에키벤은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데 전국의 유명한 에키벤들이 배달되어 판매된다고 한다. 달리는 신칸센 기차 안에서 소풍 나온 학생들처럼 들뜬 마음으로 도시락을 까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조모고겐역에서 하차해 1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일본의 버스비는 특이하게 계산을 했다. 일단 뒷문으로 타면서 요금 정리권에서 승차권을 뽑으면 승차권에 해당 정류장의 번호가 찍힌다. 내릴 때는 앞문으로 가서 요금 표시기를 확인하고 표시기에 해당 승차권 번호와 맞는 요금을 낸 뒤 내린다. 우리가 탔을 때는 요금 표시기 1숫자에 180엔이 찍히고 버스가 달리는 거리가 많아질수록 버스 요금이 올라갔다.
▲ 저녁식사 마추우라 롯지 저녁식사
ⓒ 김혜원
2시간을 달리는 동안 점점 깊어지는 산세를 구경하다 보니 종점인 오제도쿠라에 도착하였다. 숙소는 롯지 하츠우라는 예쁜 하얀 집이었다. 저녁은 깔끔하고 구색을 맞춘 색감으로 앙증맞은 그릇에 적은 양으로 1인분씩 차려주는 밥상인데 신기하게도 먹다 보면 엄청 배가 불렀다. 맛도 아주 좋았다. 비행기, 모노레일, 지하철, 기차, 버스 등 5가지 교통편을 이용하여 오제도쿠라까지 방법이 개인적으로는 가성비도 좋고 일본을 체험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오제로 가는 이유
 오제습원
ⓒ 김혜원
본격적인 오제 트레킹의 시작은 다음 날인 5월 30일부터였다. 마을에서 전기차를 대절해 아침부터 내리는 빗속을 달려 하토마치토게(비둘기 고개)까지 갔다.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갈 때마다 기막힌 산속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비둘기 고개에 도착하니 비가 거세져 완전무장에 돌입, 비옷을 입고 우산을 준비했다. 눈 언덕 옆의 오제 국립공원 간판 앞에서 빗속의 여인들이 트레킹을 시작했다.
오제 국립공원은 군마현, 후쿠시마현, 도치기현, 니가타현 등 4개 현에 걸쳐있는 약 1억 평 정도의 공원이다. 900여 종의 고산 식물과 다양한 식생이 있는 오제 습원은 2005년 국제습지조약 람샤르 조약에 가입했다. 오제 습원은 해발 1500m~1600m 에 있으며 동서 65km, 남북 2km 혼슈 최대 고원 습지이다.
▲ 오제 습원 나뭇길
ⓒ 김혜원
비 내리는 산속의 트레킹은 자연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나뭇길(목도) 옆에는 5월 말에도 하얀 눈 무더기가 쌓여있었고 저 멀리 산 정상에 눈이 쌓여있는 설산이 보인다. 이렇게 날씨가 궂은데도 트레킹을 하는 마니아들이 많아 거대한 원시림 속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길을 가다 보면 나뭇길에 'tepco2022 (숫자는 연도)' 등의 마크가 보이는데 나무를 자르고 다시 심었다는 표시다. 자연의 순환 생태계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 오제 습지의 종 곰 퇴치용의 종
ⓒ 김혜원
나뭇길 중간중간 예쁘고 조그마한 종이 달려있는 나무 기둥들이 있었다. 곰 퇴치용이라고 한다. 그래서 트레킹 하는 사람들의 배낭에도 종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일행들은 곰 퇴치와는 상관없이 종만 보면 달려들어 종을 치고 사진을 찍었다.
▲ 물파초 오제습지 야생화
ⓒ 김혜원
어느 정도 가니 드디어 오제의 상징, 물파초 꽃이 보였다. 습지에 핀 물파초 사진 한 장 보고 오제로 온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겨울 동안 출입통제(11월~4월) 되었던 곳이 5월 말 경부터 풀리기 시작하면서 물파초도 피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한두 송이를 보고 열광했는데 가면 갈수록 물파초는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야생동물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1.2km 정도 되는 연구 견본원에는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다. 우리는 철조망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야생의 습지와 습지의 기운을 먹고 피어난 물파초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댜. 그 신비한 자연 속, 인간에게 허용된 유일한 구역이 나뭇길이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습지 끝자락에 자작나무 숲이 나목으로 우거져 있었다.

야마노 롯지에는 여러 개의 식당과 오제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방문객 센터도 보였다. 우리는 벤치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숙소인 롯지 마츠우라에서 싸준 주먹밥을 먹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찬밥 한 덩어리를 먹는 느낌이었는데 그 안에는 양념이 들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우도-류구 갈림길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다른 풍경을 보기 위해 위쪽으로 이동해 오제가하라 산장으로 가기로 했다. 왔던 길과 같은 듯하나 다른 풍경이 나타날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이 나왔다.

스쳐 지나가며 인사하는 사람들
▲ 물파초 퐁경 오제습지 물파초 풍경
ⓒ 김혜원
저 멀리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일본의 10대 명산 중 하나인 시부츠산은 계속 우리를 따라다녔다. 두 갈래 나뭇길에는 "안돼! 안돼!" 안내문이 붙어져 있었다. 나라를 불문하고 말 안 듣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오제는 해발 2500m~3000m 산 사이에 분지형 습지인 오제가하라(습지)와 오제 누마(연못)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이곳은 1만 년 전 폭발한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강을 막아 굳어진 지형으로 지금도 1년에 1mm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습지식물이 자라는 경이로운 곳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멋스러운 풍광을 자랑한다.

2개의 나뭇길은 인생을 닮았다. 쌍방향 통행도 하고 서로 스쳐 지나갈 때는 웃으며 인사하고 격려를 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서로 손잡고 나란히 걷기도 하고 썩어서 무너진 길은 건너뛰기도 하고, 서로 배려하며 즐겁게 가기도 하고.
▲ 쉼터 오제습지 쉼터
ⓒ 김혜원
▲ 오제습원 산장 가는 길
ⓒ 김혜원
오제 습지는 중간중간 쉼터 공간이 있었다. 우리 일행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서로의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온몸의 감각으로 오제 습지의 모습과 바람과 땅속으로 흘러가는 물의 소리, 풀들의 싱그런 냄새도 느껴보았다. 봇카들의 활동을 소재로 한 <행복의 속도>라는 다큐멘터리 덕에 트레킹 중 만난 오제의 봇카는 한국 방문객들에게는 거의 연예인이었다. 온갖 문명이 발달한 이 시대에 자기 몸무게 보다 휠씬 더 무거운 짐을 등판에 지고 오로지 무게의 균형만 생각하며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는 봇카들.

약 8km 정도의 트레킹을 마치고 드디어 오제의 온젠소옥에 도착했다. 두 동의 건물과 야외 카페까지 있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였다. 철 성분이 많은 온천탕에서 피로도 풀 수 있었고 난롯불 위의 냄비에는 사케가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었다. 온젠소옥의 저녁 식사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다.

이 깊은 산속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까 봤던 그 봇카 덕분이다. 오늘 저녁 사케는 내가 쏜다는 언니 덕에 유쾌하고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하늘은 오제의 별밤올 보여주지 않았지만 대신에 우리는 난롯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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