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현장을 가다]①말라버린 아랄해…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손선희 2025. 8. 2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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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서쪽, 서울 112배 아랄해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에 현재는 10%만 남아
한국 ODA사업, 메마른 땅에 삶의 희망

맹렬히 내리쬐는 햇볕에 눈조차 뜨기 힘든 광활한 모래사막. 긴 세월 뙤약볕 아래에서 녹슬다 못해 벌겋게 익은 것만 같은 배 십여 척이 난데없이 놓여 있다. 완전히 메말라버린 땅. 모랫바닥을 헤쳐보니 손톱만 한 조개껍데기들이 우수수 섞여 있다. 곳곳에 말라 굳은 소금 결정체들도 눈에 띈다. 이곳이 과거 한때엔 바다처럼 넓은 호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우즈베키스탄 카라칼파크스탄 자치공화국 무이낙(Moynaq) 소재 아랄해(Aral Sea) 전경.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이른바 '배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서울 112배 면적' 초대형 호수, 60여년 만에 사막으로…아랄해의 비극

지난 12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영토 서쪽,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댄 카라칼파크스탄 자치공화국 무이낙(Moynaq)에 위치한 아랄해(Aral Sea)를 찾았다. 아랄해는 과거 서울 면적의 112배에 달하는 약 6만8000㎢ 규모의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륙호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 등 탓에 급격히 수면이 줄어 현재는 10%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해(海)'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사막화가 진행돼 기후위기 피해 사례의 상징적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말라버린 아랄해에서 발생한 염분이 모래바람에 섞여 인근 지역으로 퍼지면서 중앙아시아 전역에 피해를 주고 있다.

(왼쪽)무이낙 현지 주민 샤디노브 알리 오라즈바예비츠씨가 외교부 공동취재단에 아랄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1950대 러시아인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과거 아랄해의 모습. 여러 마리의 철갑상어를 잡아올리고 있다. 오라즈바예비츠씨 제공. [외교부 공동취재단]

무이낙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주민 샤디노브 알리 오라즈바예비츠씨(74·남)는 취재진과 만나 "어린 시절 동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했다"며 "무이낙은 물에 둘러싸인 섬이었고, 공기가 맑아 집에서도 바다 내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럴(화물용 대형 원통)에 철갑상어를 쌓아놨고, 캐비어(철갑상어의 알)도 먹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과거 무이낙 지역은 내륙국가인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수산업이 성행했던 지역이다. 오라즈바예비츠씨에 따르면 고급 식재료인 캐비어를 유통할 정도로 풍요로웠고, 물고기가 많이 잡혀 세 개의 통조림 공장이 활발히 운영됐다고 한다. 그러나 아랄해의 물이 마르면서 염도가 올라가 일부 미생물 외의 물고기는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다. 급격한 사막화로 가뭄·폭염은 더욱 심해져 어업은커녕 경작조차 쉽지 않은 척박한 땅이 됐다. 통조림 공장들도 1976년 이후 모조리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 이주가 발생했다. 물도 사람도 다 사라진 셈이다.

당초 수위가 낮아진 아랄해엔 약 1100척의 배가 멈춰선 상태로 남겨졌는데, 생계가 어려워진 지역 주민들이 배 철골 구조물마저 뜯어 내다 팔았다고 한다. 현재 남은 십여 척의 배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 보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라즈바예비츠씨도 생업을 잃고 이른 나이에 은퇴, 현재는 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마저도 젊은 시절 근무기록이 적힌 종이들을 재활용 회사에 팔아버려 일한 세월에 비해 연금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해졌는지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1989년(왼쪽)과 2014년에 촬영한 아랄해 위성사진. 코이카

메마른 땅에도 이어지는 삶…韓 ODA 사업, '지속가능' 농업기술 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협력해 2021년 7월부터 아랄해 사막화로 인해 생계 수단을 잃은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총 590만달러(약 82억원) 규모의 원조 사업을 시행했다. 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개발해 전파하고, 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특히 관개 호수에 일정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원하는 위치에 물방울이 떨어지게 하는 '점적 관개(drip irrigation)' 시스템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아랄해 지역에 큰 도움이 됐다. 아랄해에서 육로로 약 3시간 거리의 누쿠스(Nukus)시에는 카라칼파크스탄 공화국 고용빈곤경감부 산하기관인 '모노센터(Mono Center)'가 있는데, GGGI가 개발한 기후 스마트 농업 교육자료가 활용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모노센터에서 코이카 지원을 받아 농업을 하고 있는 쿤디즈 키디르니야조바씨가 외교부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모노센터에서 온실, 점적 관개 등 농업기술을 전수받은 쿤디즈 키디르니야조바씨(37·여)는 "원래는 그냥 물을 주고 채소를 재배했는데, 모노센터에서 관개 시스템을 배웠다"며 "원래는 작은 비닐하우스였는데 지금은 1㏊(약 3025평)가 됐고 수입도 늘었다"고 말했다. 과거 집안일을 하며 농업에 관심만 가졌던 그는 현재 직원만 80명에 달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토마토와 오이 등 생산한 농작물을 러시아로 수출한다고 밝혔다.

코이카의 재원이 투입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총 4년의 기간을 거쳐 올해 6월 종료됐다. 결국 ODA 지원은 한시적 조치일 수밖에 없는 만큼, GGGI는 아랄해 친환경 재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현지 은행을 대상으로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업채권 발행을 지원했다. 이승연 GGGI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은 "녹색채권 발행은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성과"라며 "이 자금은 앞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친환경 농업을 포함한 녹색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이낙·누쿠스(우즈베키스탄)=손선희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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