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주거시설,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쳐"
[화성시민신문 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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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8월 8일 쏟아진 폭우로 화성시 정남면 산사태가 발생해 기숙사에 있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
| ⓒ 화성시민신문 |
2021년 경기도 외국인 정책과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 중 51.6% 956개소는 적법한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농지법 또는 건축법 중 하나를 위반한 경우는 23.1% 427개소, 농지법과 건축법을 중복 위반한 경우는 25.3% 469개소로 나타났다. 48.4%의 주거시설이 불법적인 부분을 지니고 있었다. 전체 건축물 중 신고가 되어있는 등기 건축물은 44.6%로 826개소였다. 등기건축물 중 주택이 아닌 가설건축물을 제공하는 경우가 전체의 56.1% 464개소이며, 미등기 건축물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0.5%인 1490개소가 가설건축물이었다.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자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2021년 11월 사업주를 대상으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업주 387명의 응답 중 전체 69.6%가 가설건축물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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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분리가 되지 않아 박스와 행거 등으로 공간을 자체 분리한 기숙사 내부 모습. |
| ⓒ 화성시민신문 |
"국제적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현실"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조건은 고용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안에 기숙사 등의 주거환경조건을 사실상 고용주에 맡겼다. 외국인 고용법 제22조 2의 1항은 '사용자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100조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건강과 안전을 지킬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 기준과 현장에 있어서 불법은 현재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1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비닐하우스 안 가설건축물을 금지했지만, 사업주가 컨테이너 와 같은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필증을 받고 정부가 현장점검을 마치면 가설건축물이라도 이주노동자 숙소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는 기숙사 미제공으로 근로계약을 해놓고 불법 기숙사 등을 제공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화성시민신문> 자체 설문조사 결과 이러한 기숙사에서 비용 공제를 하는 곳이 65%가 이용 비용을 사업주에게 낸다. 무엇보다 기숙사 면적이나 화장실의 유무, 1인당 공간의 면적 등의 상세한 기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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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평택시 한 농장에 위치한 기숙사. |
| ⓒ 화성시민신문 |
오이농장주는 "지난해 쏟아진 집중 폭우 속에서 황구지천이 넘쳐 농장이 물에 잠겼다. 이틀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농장 한편에 마련된 이주노동자 숙소도 물에 잠겨 큰일 날까 봐 무척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폭설에는 비닐하우스가 반쯤 무너지기도 했다. 농장주는 "만약 완전 무너졌다면 이주노동자의 숙소도 그 안에 갇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농장 사업주는 "우리 기숙사도 불법이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농장과 떨어진 곳에 기숙사로 제공할 주택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처음 허가를 받을 때 기숙사의 샘플이나 최소한의 조건 등을 알려준다면 그것에 맞춰서 만들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는 근로자의 숙소는 구조적 안전과 적절한 수준의 품위, 위생, 편의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주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에게 동일한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치조건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내국인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들을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인력법에 따라 고용주에게는 외국인 근로자가 적절한 주택에 거주하도록 보장하고 주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출처:경기도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의 현황 고찰) 싱가포르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주거시설을 운영한다. PBD, CTQ등 다양한 주거시설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이 마련돼 있다. 체육관, 야외게임 코트, 세탁, 미니 마트, 전용 조리 공간 등이 필요 시설로 지정돼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면을 위한 생활공간은 최소 50평방피트를 제공해야 하며, 근로자가 요리하고 살고 잡을 자는 방에는 1인당 최소 100평방피트가 제공된다. 목욕시설 및 욕실, 조명 개수, 등의 아주 세세한 것도 정해져 있다. 미국 미시간주도 2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근로자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이주노동자의 적정 주거권을 마련해야"
이에 반해 한국의 이주노동자 주거권은 국제 기준에도 못 미치며,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박스 등의 임시 건축물만 안된다는 고지만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고용허가제 구조에서 사실상 주거권도 사업주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화성시 특성상 공장이나 농장 등 일터와 숙소의 구분이 안 되어 있다면 더더욱 사업주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정부 관리지침과 지자체의 지원,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시설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 노동자가 잘 쉬고 기후 위기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곧 노동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책과 지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이주평등연대도 기후위기속 이주노동자 주거권은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희은 경기이주평등연대 집행위원장은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7~8명의 주거공간은 비닐하우스 내 시설,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을 비롯한 임시가설 건축물이다. 안전에 취약하고 주거공간에도 부적합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에 대한 정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경기도 이민사회국은 고용노동부와 이주노동자 주거시설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김원규 경기도 이민사회국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비닐하우스와 같은 위법하고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고용노동부와의 협의를 통해 도내 이주노동자 주거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계도 불이행 시 보다 적극적인 행정처분을 추진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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