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재정위기 심각...총리가 ‘IMF 구제금융’ 거론할 정도
국채 금리 3.5%로 그리스 추월
‘유로존 금융위기’ 악몽 재현 우려

일간 르몽드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리크 롬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개입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럽연합 통계청(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프랑스 국가 부채는 3조3000억유로(약 5000조원)로 GDP 대비 114.1%에 달한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그리스(152.5%), 이탈리아(137.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정 부실이 심각했던 스페인(103.5%), 포르투갈(96.4%)보다 나쁜 수준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도 문제다. 지난해 프랑스의 재정적자 비율은 GDP 대비 -5.8%를 기록했다. 1년 동안 나라에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5.7%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그리스(1.3% 재정흑자), 이탈리아(-4.3%), 스페인(-2.5%)보다 높은 수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재정적자 비율이 -3% 이내여야 안정적 수준으로 본다.
시장 불신은 국채 금리에 반영됐다. 26일 기준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5%로 그리스(3.44%)를 넘어섰다. 이는 2012년 유로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도 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증시도 요동치며 CAC40 지수는 1.7% 급락했고 BNP파리바·소시에테제네랄 등 대형 은행주는 6% 이상 폭락했다. 은행이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바이루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440억유로(약 65조원) 규모의 적자 감축안을 제시했다. 공무원 감축, 의약품 보조금 삭감, 공휴일 2일 폐지, 연금 상한제, 복지 지출 동결, 일부 세목 인상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여론은 비판적이었다. 특히 공휴일 축소에 대해 국민의 84%가 반대했고 좌우 정당 모두 긴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정면 돌파를 시도는 오히려 내각 붕괴 위기로 번졌다. 주요 매체들은 여소야대인 프랑스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다음 달 총리 신임 투표가 통과보다 부결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내다봤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다”며 개혁 의지를 다졌지만 이미 국가 이자 비용만 연 660억유로(약 107조원)에 달해 국방비를 웃돌고 있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2029년 이자 비용은 연 1000억유로(약 16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프랑스는 유럽연합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5%, 유로존 국가부채의 20% 가까이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2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흔들릴 경우 과거 남유럽 재정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경제 위기에 더해 이를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마저 실종되면서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복지국가’ 달성을 위해 희생한 재정 건전성의 대가가 이제는 유럽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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