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정책 설계자가 말하는 이재명 정부 '코스피 5000' 로드맵
이재명 정부 5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가 60일간의 활동을 모두 마쳤습니다. 국정 혼선을 막는다는 이유로 국정기획위 내부 논의에는 철저한 함구령 내려졌는데요. 국정기획위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명을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말>
[류승연,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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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까지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 경제1분과 위원으로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 자본시장 정책을 설계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 ⓒ 남소연 |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 관련 정책이라면 당 내 가장 정통한 인사다. 지난해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에서 단장을 맡아 '주주 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5대 상법 개정 사항을 설계했고, 정권 교체 후 규모를 키워 재출범한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에서도 위원장으로서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지난 25일 민주당표 두 번째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일차적으로 민주당이 세웠던 자본시장 활성화 목표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 목표뿐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주가 조작 행위의 엄벌,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세제 모두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최근까지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 경제1분과 위원으로서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 자본시장 정책을 설계한 오기형 의원의 입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 의원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무공개매수제·자사주 소각 고심
- 국정위가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으로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12대 중점 전략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추가로 어떤 입법을 염두에 두고 있나?
"몇 가지 이슈들이 대선 과정에서 추가로 발표됐다. 대표적인 게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이다. 또 기업 합병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합병 비율 문제도 시장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처럼 말이다. 또 LG 에너지솔루션의 사례처럼 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 분할한 후 증시에 재상장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니, 자회사 재상장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 또는 상장을 허용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상장을 앞둔 자회사 지분에 대한 기회를 보장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지배주주가 지분을 팔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2~3배 가격으로 파는 데 비해 일반 주주들의 주식은 그렇게 판매하지 못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해 주주에게도 똑같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이 법은 이미 작년 말부터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라있는데 이번 정기국회 때 처리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공시 제도를 강화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연장선상에서 상장 시장을 코넥스와 코스닥 코스피 등 세 개의 시장으로 구분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와 협의해야 할 내용이다."
- 앞서 공시 제도를 개선한다고 했다. 기업이 무엇을 공시하도록 할 생각인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기자본수익률(PBR)이 높은 회사나 주주친화적인 기업, 밸류업에 잘 참여하는 기업들을 별도로 공시한다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좀 더 (투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 금융위원회와 더 협의해야 한다."
-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금융당국이 기업들에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내용의 공시를 하도록 했다. 다만 '기업 자율'에 맡겨지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단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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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까지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 경제1분과 위원으로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 자본시장 정책을 설계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 ⓒ 남소연 |
"가령 일본은 '밸류업' 과정에서 5개 시장을 3개로 개편했는데, 특정 기준을 맞추면 (다른 시장으로) '승급'되는 느낌이 있다. 더 많은 투자 자금을 모으고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공시 기능을 강화해 특정 시장에 있어야 할 인센티브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있다. 만일 공시 기능을 강화해 작은 기업이 가장 큰 시장으로 갈 수 있다면 오케이(OK)다. 물론 코스피, 코스닥 시장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 있으니 그대로 머무르려는 기업이 있다면 그것도 인정한다."
- 기업들이 3개 시장 중 원하는 곳으로 골라 갈 수 있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시장마다 요건이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만의 개성이 있지 않나. 우리 증시 역시 그런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면 그대로 존중하지만, 단순히 규모 중심으로 구분돼 있다면 바꿔볼 수도 있다. 무리하게 바꿀 건 아니다. 공시 기능을 강화하면서 이런 수요가 있다면 유연하게 대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최근에 민주당 내에서 '자사주 소각'에 대한 각기 다른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무엇이 최종 당론이 될까?
"토론을 통해 정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원칙적으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하는 안을 고민해야 한다. 자사주 취득 자체가 해악이라기 보다는 회사가 자사주를 일정 기간 보유하고 있다가 처분을 할 때,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회사 자금이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넓히는 데 활용되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처분 과정에서 특정 주주가 편익을 독점하는 행태는 바꿔야 한다. 이 지점을 논의해서 처분 유형별로 기준이나 절차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일환으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언급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잘 집행하면 된다.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가령 현재는 한국거래소에서 주가 조작 징후를 포착하면 일정 기간 후 금융감독원으로 안건이 넘어가 별도 검사를 받는다. 거기서 문제가 적발되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가 되는데 이런 과정들이 신속하게, 정치적 고려 없이 작동이 되는 관행을 쌓아야 한다. 삼부토건이나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신뢰를 잃지 않았나.
둘째는 점점 교묘해지는 주가 조작 패턴을 잡아내기 위해 시스템을 계속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처벌이다. 2021년도에 발효된 법 하나가 있다. 주가 조작을 하면 벌어들인 이익뿐만 아니라, 투자한 금액까지 몰수하는 법이다. 확실하게 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아직까지 집행된 사례는 없다. 수사 기관들이 몰수하는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 이재명 정부 내 코스피 5000포인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의지의 표현이지만 많은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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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 ⓒ 남소연 |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는 (밸류업 정책을) 이제 겨우 3개월 했다. 내란 전 우리 코스피는 2600~2700포인트 정도였다. 내란 이후, 지난 4월 229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6월이 된 뒤에야 원점을 회복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 이후 대통령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 500포인트가 올랐다. 엄청난 상승이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왜 앞으로 더 안 가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시장에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배구조 개혁을 하겠다고 한 것만으로 짧은 기간 올랐다는 시선도 있다. 그 후 8월 초 출렁이고 지금까지 횡보하는 모습이다.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
우리 자본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금 1.06~1.07 수준이다. MSCI 기준 선진국의 평균 PBR은 약 3.2~3.5 수준이다. 신흥국 PBR은 약 1.8 정도된다. 우리 주가가 '더블'로만 인정받아도 코스피 5000이 넘어간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우리 시장 가치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외부 투자자들의 불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 최근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의 '코스피 PBR 10배' 발언도 투자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 발언은 나도 황당했다."
- 8월 초 코스피 급락의 원인 중 하나로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을 꼽는 시선이 많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겠다고 했는데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주가가 들썩인 데) 세제개편안 영향도 있다. 부정은 못 한다. 다만 정책적 수단에는 세금 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지배구조 개혁과 전체적인 유동성 확보, 공시제도 개선 등이다. 세금 문제로 모든 걸 다 풀어낼 수는 없다. 10억 원과 50억 원 기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과) 소통을 해야겠다는 의미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그 이야기(50억 원으로 하자는 의견)를 한 것이다. 민주당 입장이 그렇게 정리되지 않을까 한다."
- 앞으로 증시 관련 세제는 어떤 방향으로 개편돼야 할까?
"긴 호흡으로 보면 분산, 장기 투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본다. 시간적으로나 상품 간 분산 투자가 허용돼야 주식 시장도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가령 5년 손익을 통산해 수익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 제도가 있다고 했을 때 장기 투자에 도움이 되는 유연한 세제도 가능할 것이다."
-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이른 바 금투세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 금투세 역시 투자로 인한 손실은 5년간 이월공제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투자자 반발이 심했다.
"긴 호흡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안한 안들을 들여오다 시장과의 소통 과정에서 일단 멈췄다. 다만 자본시장 활성화와 세제가 충돌한다면 소통을 하고 유연하게 가겠다는 것이지, 세금 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 주가 문제는 아니지만 지난 6월 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로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대출로 실수요자들조차 발이 묶였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대출 규제는 계속 강도 높게 유지돼야 한다고 보나?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 시한 폭탄이다. GDP 대비 부채가 80%가 넘으면 소비와 성장잠재력이 위축된다. 지금은 90% 전후다. 누군가는 대출을 규제하면 대출 받아서 집을 못 산다고 이야기하지만,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라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GDP 대비 80% 이하로 줄이고, DSR 40%를 일관되게 관철시켜야 한다.
가계 대출이 소비 위축으로 직결되는 구조도 문제다. 변동금리 체제 아래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 소비자에게 다 전가되고 있다. 미국은 80% 이상의 대출 상품이 고정 금리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기준금리를 5%로 인상해도 국민은 충격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내 책임이 아닌데도 변동금리로 인해, 은행에서 돈 빌린 국민 대부분이 손해를 본다. 금융 전문가인 은행은 책임을 안 지고 60조 원씩 예대마진을 누린다. 생각해 볼 일이다."
- 최근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위원이자 규제합리화TF 팀장으로 활동했는데 두 달의 활동 기간 동안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업무 초기 세종과 국정기획위를 오가며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전반적으로 참 쉽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더라도 국정기획위 내용은 보안 유지가 필수라, 밖에 설명하거나 상의할 수 없었다. 논의 내용이 공개된다면 그를 토대로 토론을 할 때마다 설명을 해나갈 계획이다."
- 경제1분과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100조 원 국민성장펀드 조성안을 기획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루 전날 대국민 보고대회 보고서에 국민성장펀드 관련 내용이 담겼다가 최종안에서는 사라졌다. 이유가 뭔가.
"여러 자금 조달에 대해 논의를 했고 책임 있게 논의 결과물들을 정리했다. 다만 아직 세부계획안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다. 공개된 내용을 갖고 설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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