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중심’ 산업정책 DNA 복원해야[경제정책 줌인]
정부는 결국 책임에서 빠지게 돼
산업정책은 '임무 완수'하는 것
'목표달성식' 방산 마인드 배워야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펀드형 산업정책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한국이 가장 성공적인 산업정책 수립·집행 경험을 가진 나라인데 최근 선진국이 주도하는 ‘산업정책 시대’에 오히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연대 산업정책의 DNA를 대체한 것이 1990년대말 ‘펀드 중심’의 정책인데 이것의 문제는 ‘정책’을 ‘심사’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펀드 중심 체제에서는 응모, 심사, 평가 등 ‘관리’가 중요하며, 맨처음 펀드를 만들 때의 임무와 문제의식은 별로 안 중요해진다. 옛날식 산업정책이 잘 돌아가려면 갖춰야 할 임무해결 지향, 엔지니어링 접근, 현장 중심의 접근 등의 DNA가 사라졌다. 기업인들도 점점 심사 응모에 특화돼 고객과 기술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펀드 응모 컨설팅과 파워포인트 자료를 중시한다.
지 연구위원을 직접 만나 설명을 들어봤다.
- 현재 우리나라가 산업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선진국들이 막 산업정책을 내놓았던 게 문재인 정부 때부터다. 근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 관료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면 다른 나라도 하니 우리도 하자고 하면서 막 내놓을 것 같았는데 기회를 노리고 있던 사람들이 없는 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그동안 ‘산업정책을 하고 싶은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자유무역 질서 때문에 못한다’며 이를 갈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옛날 관료들 얘기인 것 같다.
-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업정책실이라는 조직이 했던 일 같은데, 지금은 산업별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관료들보다 훨씬 더 넓고 깊게 안다’, ‘정부가 민간보다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포트하는 정도다. 담당자도 1~2년마다 바뀌는 제너럴리스트 방식이다.
▲그래도 산업정책 DNA를 회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산업정책은 원래 미션 클리어링(Mission Clearing, 임무 완수)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산업정책이 벤처정책으로 대체됐다. 1980년대까지 산업정책 하다가 1990년대 말에 벤처 정책으로 대체된 다음에, 산업정책을 잃고 벤처정책 하던 관성밖에 안 남아있는 것 같다. 산업정책은 정부가 어떤 임무와 목표를 가지고 그걸 민간과 공동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산업정책 DNA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벤처정책의 문제점은.
▲벤처정책은 펀드를 만들어서 정부가 자금을 넣고 거기에 적절한 비율로 민간 자금을 매칭시키는 것인데, 심사를 민간한테 맡겨서 민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다. 정부가 뒤로 물러서는 것인데,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책임에서도 빠지는 효과가 생긴다. 펀드 심사 절차만 열심히 만들어서 아무 문제가 없게 배분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산업정책 DNA를 회복하자는 것은 단순히 과거처럼 하자는 게 아니고, ‘우리 문제를 민관이 함께 풀어가는 작업 자체가 산업정책이었다’라는 식의 기본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 지금 석유화학 업종 구조조정도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그전에 많은 노력들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석유화학 주력 제품을 바꿔보려고도 했고 IMF때(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도 했다. 근데 산업정책이 아니라 구조조정 정책이 되면 금융을 중심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나타나는 문제가 최근에는 산업정책이 펀드화, 금융화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런 금융 마인드를 벗어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금융 마인드에 과도하게 점령됐다. 현장 중심의 또는 문제해결 중심의 산업정책 마인드가 사라졌다고 본다. 그건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펀드와 금융 마인드가 혁신정책이라면서 점령하는 바람에 대체되면서 소멸해 버린 게 문제다. 그걸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중국은 과거 한국 사례를 많이 연구했다고 들었는데, 중국이 산업정책을 잘하고 있는 건가.
▲중국 같은 경우에는 카보스라고, 목을 조르는 것이라는 뜻인데, 목 조르는 과제 또는 기술이라고 한꺼번에 20개씩 지정해서 목표를 세우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우리 목을 조르고 있는 과제가 몇 개가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 등 이런 식으로 미션 오리엔티드(과제 중심)인 정책이 있는 것이다. 바닥에서 출발해서 바텀업으로 미션 클리어링을 하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하다. ‘자금을 어디에 뿌려주고 어디서 싹이 날지 보자’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산업정책은 아닌 것 같다.
- 이재명 정부가 AI(인공지능) 펀드를 100조원 규모로 만든다는 것도 비슷하다.
▲그렇다. 과연 의도한 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문재인 정부 때도 뉴딜펀드가 있었다. 성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다 펀드다. 공무원들이 그 생각밖에 안 한다. 뭐 해야겠다고 하면 펀드를 만들자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게 너무 편하다는 걸 알게 돼 버린 것이다. 액수를 보고하고, 우린 이렇게 많은 자금을 투입했으니까 우리가 할 일은 다했다는 식이다. 그 다음은 민간이 알아서 잘해야 한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펀드가 좋은 게 뭐냐면, 사람들이 벤처 펀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게 성공했냐는 걸 안 따진다. 벤처는 100개 중 두세개만 성공해서 되는 것인데, 목적 대비 결과의 성공 여부를 따지는 게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투입을 얼마 했냐, 심사를 몇 건했냐 등으로 투입을 가지고 성과를 따지는 문화가 돼 있다.

- 그래서 지금 보면 결과가 안 보이는 것 같다. 뉴딜 펀드도 그 자금이 어떻게 쓰여서 어떤 결과를 냈다는 게 없다.
▲결과가 있는 영역은 뭐냐 하면, 현재 있는 사례는 방위산업이다. 우리가 지금 산업정책 마인드를 회복한다고 하면 방위산업 마인드를 가져와야 한다. 우주산업이나 방위산업 마인드가 사실은 지금 우리 산업정책에 필요하다. 나로호를 발사해 성공해야 한다, 또는 5세대 전투기를 우리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목표달성 식의 그런 것 말이다. 우주산업도 지금 펀드화돼서 문제가 많다고 하긴 하는데, 어쨌든 예를 들어 환경 이슈 중 미세플라스틱 이슈라면 미세플라스틱을 덜 발생하게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아주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 부족해져서 막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걸 생산량을 늘려야 했다. 방법이 없으니까 삼성 엔지니어들을 중소기업 마스크 공장에 투입해서 공정 효율화 등 도와줬더니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게 필요하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쫙 덤벼들어서 해결해 내는 것이다. 아주 작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꼭 필요한 문제를, 국력을 기울여서 해야 한다. 중국이 하고 있는 게 그런 식이다.
- 과거 산업정책 답습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해결을 얘기하는 것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1960년대 1970년대의, 산업 전체를 다 육성해야 할 때는 아니다. 기술이나 공급망 측면에서 꼭 풀어야 할 병목이 있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어떤 게 있거나 이런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탄소 전환을 제조업에서 하는데 그것을 또 펀드나 비용(자금 투입)으로 다 때리고 세금으로 (지원)하고 탄소배출권으로 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나. 그냥 금액으로, 이른바 시장을 통한 압력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한다. 그게 아니라 같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해결해 줘야할 것 아닌가. 그런 식의 마인드로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정리=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빠,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Z세대 5명 중 3명 "불편하면 연락 끊어"
- "눈에 보이면 일단 사라"…다이소 또 '5000원 꿀템' 품절 대란
- '연봉 1억' 주장한 남편, 알고보니… "남편이 불쌍"VS"배신감 문제"
- '두물머리 시신' 유기男의 과거…여중생에 150명 성매매 강요
- "올해만 893% 폭등"…너무 올라 불안한데 더 오른다는 이 주식[주末머니]
- "재고 진짜 없나요"…다이소 또 '5000원 꿀템' 품절 대란
- "그냥 비염 아니었다"…석 달째 코막힘 '이것' 때문이었다니[콕!건강]
- "약국에서 사면 비싸잖아요"…단돈 '3000원'에 대신 달려가는 곳[지금 사는 방식]
- "섬 전체가 한통속" 제주도 장악한 '그들만의 룰'…"싸게 팔면 보복" 주류협회 '짬짜미' 들통
- "살목지에 진짜 뭐 있나봐"…소름돋는 소리의 정체는[실험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