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장관도 우려한 여당의 검찰 개혁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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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장관 “1차 수사기관 통제, 견제와 균형 필요”
경찰 불송치 이의신청 4만 건…국수위가 처리 못 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전 검찰 개혁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속도전을 하는 가운데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여당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정 장관에게 “쟁점 사안은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고 주문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동안 여당은 국민 주권 검찰 정상화 특위를 중심으로 검찰 개혁안을 만들어 왔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하에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만 하는 공소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밑에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를 설치해 수사기관 간 권한을 조정하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하고,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당 안대로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로 둘 경우 경찰·국가수사본부·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 3곳이 모두 행안부에 소속된다. 행안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 장관은 또 “지금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담당하는데, 이것이 연간 4만 건 이상”이라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이를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의 말대로 1차 수사기관이 사건 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살피지 못하면 그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에도 보완수사 요구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나아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할 경우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져 자칫 범죄자가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작지 않다. 검찰 내 일부 검사가 정치권력과 유착한 게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검찰 조직 전체를 ‘악의 세력’으로 보고 검찰청 자체를 없애려 하는 것도 과도하다.
애초부터 국가의 수사 시스템 개편이라는 중대 사안을 추석 귀향길 뉴스거리로 만들겠다며 시한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것부터가 무리한 발상이다. 수사 기관의 난립을 막고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차분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등에서 보듯이 민주당은 일단 법을 통과시켜 놓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고치면 된다는 태도다. 이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책임하게 남용하는 것이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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