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서 1조…금융권 덮친 ‘교육세 폭탄’
정부가 연수익 1조원을 초과하는 대형 금융사를 대상으로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로 두 배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조세 원칙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과세”라며 전면적인 ‘조세 저항’ 분위기가 나타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개정안 내용 무엇?
1조 이상 금융사 세율 0.5% → 1%
정부가 2025년 세제 개편안의 일환으로 발표한 교육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형 금융·보험사를 대상으로 누진세율 구조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금융·보험업자의 전체 수익 금액에 0.5%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개정안은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해 연간 수익 금액 1조원까지는 현행 세율을 유지하되 1조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세율을 기존의 두 배인 1%로 인상해 적용하도록 했다.
여기서 과세표준이 되는 ‘수익 금액’은 이자, 수수료, 보험료, 유가증권 매각 이익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각종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매출’에 해당한다. 이번 세율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26년 1월 1일부터 발생하는 수익분부터 적용돼 2027년에 첫 납부가 이뤄진다.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이미 5063억원의 교육세를 납부한 5대 시중은행의 부담액은 약 4758억원이 추가, 총 9821억원, 사실상 1조원에 육박한다.

안정적 재원 확보·금융 공공성 강화
정부가 교육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핵심 명분은 미래 교육 투자를 위한 안정적인 교육 재정 확보다. 정부는 1981년 도입 이후 45년간 고정됐던 현행 교육세 체계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 교원 처우 개선 등 급증하는 교육 분야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재원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목적세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정책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 제고를 또 다른 축으로 내세웠다. 이번 세율 인상은 전체 금융사가 아닌 수익 금액 1조원을 초과하는 약 60개 대형 금융·보험사에 한정된다.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잠깐용어 참조)에 입각한 조치로 해석 가능하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 막대한 이익을 거둔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더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은행 등 금융 회사는 규제 산업 성격이 짙고 금리 상승기에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은 자체적인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의 영향이 크다”며 “이런 초과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공공성과 연대 의무를 지는 금융사의 당연한 책무이며 교육세 인상은 이를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산업이 정부 인허가는 물론 예금자 보호 등 공적 시스템과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그 이익의 일부를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곧 금융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길이라는 논리다.

조세 원칙 무시한 ‘정치적 과세’
금융권은 정부 논리가 여러 조세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금융만 하게 만들어놓고 이익이 많이 났다는 이유로 횡재세 비슷하게 받아가는 정치적인 규제”라고 잘라 말한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과세의 형평성 문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실제 반발의 근원에는 과세표준의 불합리성이 자리한다. 현행 교육세는 이자, 수수료, 유가증권 매각이익 등 금융사의 ‘수익 금액’에 부과되는데, 이는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조업의 ‘매출’ 같은 개념이다. 때문에 만약 경제 위기가 와서 대출 부실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보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수익 금액만 크면 세금은 꼬박꼬박 내야 한다. 이건 기업의 실제적인 담세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야말로 ‘외형만 보고 걷는’ 세금이라는 논리다.
또한 목적세의 근간인 수익자 부담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점도 주요 비판거리다. 은행권은 의견서에서 “이미 혜택과 상관없이 업권 성장을 명분으로 부과된 교육세를 성실히 납부하고 있는데, 다시 부담을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교수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이미 내국세의 20.79%에 달하고 인구 감소에 따라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교육세의 목적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금융권은 간접세 성격의 교육세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입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업권별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은행권은 전체 교육세의 43% 이상을 이미 부담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더욱 편중될 것을 우려한다. 보험 업계는 재무건전성 악화, 카드 업계는 삼중고 속 경영 부담 가중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세 인상분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에서 논의된 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대출금리의 가산금리에 포함할 수 없는 비용 항목을 법적으로 명시했는데 여기에 교육세는 빠졌다. 즉 정부가 ‘부자 은행’을 겨냥해 추진하는 세금이, 다른 법안을 통해서는 대출을 이용하는 일반 국민과 기업에 전가될 수 있는 구조적,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말이다. 즉, 교육세를 늘리면 가산 금리도 따라 오를 수 있게 됐다.
관련법 통과될까
정부 의견 조율 거쳐 강행 의지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을 검토한 뒤 8월 말이나 늦어도 9월 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2027년부터 본격적인 납부가 시작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치열한 법률상 조율 과정을 거치겠지만 여하튼 세수 부족을 내세워 재정 안정화를 꾀하는 정부의 취지를 모르는 바가 아닌 만큼 관련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내년, 내후년 재무 전략을 짜야 할 듯하다”라고 털어놨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세수 확보’ 논리와 금융권의 ‘시장 왜곡’ 논리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율될지, 그 결과는 향후 정부와 산업계의 관계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잠깐용어 *응능부담의 원칙 | 개인의 소득이나 재산 등 경제적 능력에 따라 세금 부담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4호 (2025.08.27~09.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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