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초격차 특례상장 노리는 난치병 킬러 [IPO 기업 대해부]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알지노믹스가 국내 최초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한다.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은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의 빠른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한 곳에서 일정 등급 이상 평가를 받으면 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기존 기술특례상장은 최소 두 곳 이상 평가기관에서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심사 기간도 기존 45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알지노믹스가 이 제도를 통해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최초 사례가 된다. 회사는 상장 후 기술력을 고도화해 글로벌 대표 유전자 치료제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일라이릴리와 1.9조 계약 ‘눈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지노믹스는 7월 25일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2개 전문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며 예비심사 청구 조건을 충족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알지노믹스는 RNA 치환효소 기반 편집·교정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이성욱 대표가 20년 이상 연구한 독창적 기술을 바탕으로 2017년 창업했다. 알지노믹스의 RNA 치환효소 플랫폼은 염기 일부만 고치는 방식이 아니라, 구간 전체를 들어내 바꾸기 때문에 다양한 돌연변이를 하나의 치료제로 교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외부 단백질이나 세포 내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작동하는 기전을 통해 RNA를 교정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편이다.
이는 기존 유전자 치료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까지 대부분 유전자 치료는 데옥시리보핵산(DNA)을 직접 수정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DNA는 한 번 고치면 영구적인 효과가 있지만, 잘못 건드리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반면 알지노믹스 기술은 DNA 복사본을 교정하는 방식이다. 각 질환에 최적화된 약물 전달체를 설계해 표적 RNA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RNA를 집어넣는다. 만약 잘못되더라도 DNA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원형 RNA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선형 RNA는 말단이 열려 있어 분해 효소에 쉽게 분해된다. 반면 원형 RNA는 말단이 연결돼 있어 안정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유도한다.
현재 알지노믹스는 간암, 뇌종양, 유전성 망막 색소 변성증 등 암과 희귀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 신약 개발 가속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인 ‘패스트트랙’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기술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국가전략기술 확인제도 1호 기업’으로 선정되고, 같은 해 9월에는 ‘국가전략기술 보유·관리 기업’으로 지정됐다.
3년간 적자폭 개선세
글로벌 빅파마 협업 확대
일각에서는 알지노믹스가 조 단위 몸값을 넘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말 프리 IPO 투자 유치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약 1100억원. 만약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는다면 불과 1년도 안 돼 기업가치가 10배가량 뛰는 셈이다.
이 같은 전망은 글로벌 빅파마와 체결한 대규모 계약에서 비롯된다. 지난 5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최대 1조9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로 유명한 제약사다. 두 회사는 알지노믹스의 RNA 편집 플랫폼 ‘트랜스 스플라이싱 리보자임(TSR)’을 바탕으로 유전성 난청 치료제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전임상부터 초기 연구는 알지노믹스가 담당하고, 임상과 상업화는 일라이릴리가 주도하는 구조다.
특히 기술성 평가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결한 계약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회사에 따르면 일라이릴리와 처음 접촉한 건 지난 2022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다. 당시 알지노믹스 기술과 데이터를 일라이릴리에 소개했고, 이후 지속적인 기술 검증을 거쳐 이번 계약이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알지노믹스는 계약금 외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상업화 매출에 따른 판매 수수료(로열티) 등을 지급받는다.
다만 아직까지 흑자가 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적자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 2022년 192억원, 2023년 155억원, 2024년 129억원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3년 연속 감소 추세다.
회사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세 가지 수익 모델을 갖출 계획이다. 첫째는 RNA 치환효소 플랫폼 자체의 사업화다. 기존 치료법으로 접근이 어려운 대상에 대해 초기 개발을 지원하고, 후기 임상과 상용화는 협력 기업이 담당하는 형태로 사업화를 구상 중이다. 둘째, 항암제와 유전성 질환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이다. 전임상 또는 임상 1~2상 단계에서 기술을 이전하고, 글로벌 제약사는 이후 단계부터 상용화를 담당한다. 일라이릴리와 체결한 계약과 유사한 구조다. 셋째는 원형 RNA 관련 기술의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전략이다. 이 기술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만큼, 특정 권리를 일부 이전해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일라이릴리 외 유수 글로벌 제약사와 활발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상장 후 다양한 수익 모델을 구축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0년 연구 매진…목표는 ‘글로벌 표준’

A. RNA 유전자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국 유학 시절부터다. 코넬대 박사 과정 때 바이러스 복제 기전을 연구하며 시야가 트였다. 이후 듀크대 메디컬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RNA 치환효소 기술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설렌저 지도교수는 현재 알지노믹스 과학자문위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1997년부터 단국대에서 연구를 이어왔고, 유전자 전달체에 대한 기술적 진전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2017년 창업을 결심했다. 단순히 학문에 그치지 않고 기술을 실제 치료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Q. 현재 집중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A. 고형암, 유전성 망막 색소 변성증, 알츠하이머를 적응증으로 하는 RNA 치환효소 기반 파이프라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항암제 ‘RZ-001’이다. 간세포암(HCC)과 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간세포암 대상으로 진행 중인 RZ-001 임상은 삼중병용 요법으로 주목받는다. 간암과 교모세포종 적응증 모두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RZ-003’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Q. 알지노믹스 장래 모습이 궁금하다.
A. 알지노믹스 기술이 글로벌 대표 유전자치료제 기술로 자리잡고, 나아가 각 적응증에서 ‘표준 치료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체 브랜드로 신약을 개발하고 선보이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글로벌 제약사처럼 전 주기를 담당하기 어려워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경험과 노하우 축적 과정으로 생각한다. 점차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춘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4호 (2025.08.27~09.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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