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 부지에 아파트촌…‘굿모닝’ 문래동
# 2호선 문래역은 어떤 출구를 나서도 문래동3가로 통한다. 이곳에는 준공 20~25년 차의 고층 아파트와, 준공 40년 안팎의 구축 저층 아파트가 뒤섞여 있다.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는 1988년 준공된 ‘문래국화(국화맨션)’. 조금 더 걷다 큰길 하나 건너면 도착하는 문래동4가에는 오래된 단층 철공소가 보이고 골목마다 고철 더미가 쌓여 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른 문래동3·4가에 공통점이 있다면 최근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아파트 상가와 그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 곳곳에는 문래동3가 재건축과 문래동4가 재개발 관련 상담을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특히 용도구역상 준공업지역인 문래동4가에는 ‘주택’이 아닌 상가·공장 부지가 많아 유주택자의 투자 문의가 몰리고 있다. 문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는 “25평(약 83㎡) 안팎 소규모 토지를 찾는 문의가 가장 많다”며 “3.3㎡당 5500만원 선이었던 이곳 상가·공장 부지는 최근 6500만원으로 뛰었고, 매물 호가는 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준공업지역에 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하면서 수혜지 중 하나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정비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용적률 상향과 복합개발 허용으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자, 장기간 정체됐던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화·진주 등 소형 단지 잇단 재건축
문래동 일대는 여의도, 목동과 가까운 입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래동 일대가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 준공업지역은 도시 안에 있는 공업 지역을 뜻한다. 애초에 공장 부지로 정해진 땅이라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많다. 아파트에 대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지상층 총바닥면적 비율)이 대표적이다. 준공업지역 최대 용적률은 400%지만, 여기에 아파트를 지으면 용적률이 250%까지만 허용된다. 게다가 이미 구축 단지들이 15층 안팎, 250%에 가까운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상태라 재건축을 해도 사업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올 3월 서울시가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시행을 통해 준공업지역 내 공동주택(아파트)의 용적률 상한을 250%에서 400%로 높이고 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웠던 단지도 사업성이 개선돼 정비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생긴 셈이다.
또 서울시가 상업지역 주거복합건물의 비주거 용도 비율을 기존 20%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상업·업무시설도 줄었다. 덕분에 준주거지역 비율이 높은 문래동이 수혜지로 떠올랐다.
덕분에 최근 문래동 내 중소 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일제히 정비사업에 나섰다.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문래국화다. 1983년 준공된 이 단지는 5층, 2개동, 270가구 규모의 작은 단지다. 애초 29층, 354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상향된 용적률을 반영해 최고 42층, 662가구 규모로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했다. 현재 주민공람과 구청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후 조합설립 등 후속 절차가 본격화된다.
현재 383가구 규모 ‘문래두산위브’는 기존 용적률이 232%에 달하지만, 용적률 399%를 적용해 640가구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신청하고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확보 중이다. ‘문래현대3차(166가구)’ 역시 애초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가,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약 400%의 용적률을 적용해 272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무궁화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신탁 방식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이주를 마치고 철거가 한창인 단지도 있다. ‘문래진주(진주맨션·160가구)’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아 ‘더샵르프리베’로 재탄생한다. 완공 시 21층, 6개동, 총 324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남성아파트(390가구)’는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상태다. 2021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2023년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포레나문래’라는 이름으로 28층, 488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거듭날 전망이다.

삼성물산·대우건설 참여로 기대감↑
문래동3가에서 재건축이 대세라면 문래동4가는 재개발이 주축이다. 문래동4가 대지 규모는 9만4087㎡로 구역 내 대부분이 철공소나 단층 노후 주택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앞서 문래동4가는 지난 4월 진행된 1차 시공사 입찰에서 참여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당시에는 준공업지역 재개발 요건에 따라 아파트 1114가구와 지식산업센터 1041실을 함께 조성해야 했는데, 건설사들이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참여를 꺼렸다.
서울시 규제 완화 이후 문래동4가 재개발 조합은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를 활용해 아파트를 2358가구로 확대하고 지식산업센터의 연면적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추진 중이다. 변경안대로 추진될 경우 재개발 사업성이 한층 개선된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최근 마감된 2차 입찰에는 1군 건설사인 삼성물산·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신길철 문래동4가 재개발조합장은 “서울시의 용도 완화로 사업 추진 동력이 확보됐으며 덕분에 대형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며 “하반기 시공자 선정 절차와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들려준다.
이외에도 문래동1~3가 일대와 영등포 타임스퀘어 인근 대선제분 부지 등에서 정비사업이 초기 단계에서 논의 중이다. 아직 구역 지정 전 단계지만, 주민 설명회 개최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검토 요청 등 정비사업을 위한 사전 절차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문래동 정비사업도 매력이 적지 않다. 우선 입지가 좋다. 문래동은 2호선 문래역을 중심으로,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 2호선 도림천역까지 이용 가능한 ‘트리플 역세권’ 입지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목동 학원가도 인접해 업무, 교육, 상업 기능이 고루 갖춰져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문래동 상권은 골목 기반 전통 상권이 살아 있는 지역이지만 주거 시설은 낙후돼 있다”며 “정비사업을 마치고 주변 환경이 정돈되면 서울 도심권 내에서 보기 드문 신축 아파트 주거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측면에서 봤을 때 인근 여의도·목동과 비교해 규모가 작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문래동이 여의도·목동 배후 주거지로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인근 다른 지역 대비 사업 규모가 작아 뚜렷한 강점이 안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래동4가 재개발의 경우 향후 아파트와 함께 지어야 할 지식산업센터 비율을 어느 정도로 줄이는지가 중요하다. 문래동에는 이미 지식산업센터가 15곳 들어서 있다. 가뜩이나 지식산업센터 투자 인기가 한풀 꺾인 마당에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재개발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식산업센터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어지는 지식산업센터를 미분양 없이 완판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4호 (2025.08.27~09.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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