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가게·곰탕집·태닝숍·탁구장…어느 날, 직원이 사라졌다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지유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jyujin1115@korea.ac.kr), 양유라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diddbfk1@naver.com) 2025. 8.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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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0일 오후, 서울 홍대 거리는 평일 낮 시간에도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세대가 삼삼오오 저마다 쇼핑과 오락을 즐기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매장마다 손님은 많은데 정작 직원은 몇 없다는 사실이다. 게임방, 뽑기방(가챠숍), 포토 부스부터 각종 의류·잡화점까지. 직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점포가 골목마다 여럿이다. 한 번 의식하고 나니 ‘무인’ 간판이 붙은 점포가 계속 눈에 들어온다. 무인 마트와 편의점, 카페를 비롯해 탁구장·태닝숍·무인 락커·무인 전자담배숍·무인 프린트카페 등이 이곳저곳 포진해 있다.

한 모자 가게는 노골적으로 무인 점포를 강조했다. ‘저희 매장은 점원이 없습니다. 눈치 따윈 1도 보지 말고 마음껏 써보세요’라는 문구가 매장 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가게에서 만난 대학생 김여진 씨(가명)는 “일반 매장에서는 점원 눈치를 보며 일일이 ‘써봐도 되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제품을 시도해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무인이라 그런지 가격도 다른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대에는 체험 클래스를 무인으로 운영한다는 ‘공방’도 있다. ‘일일 담금주 클래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방 안 테이블 위에는 말린 과일과 꽃, 각종 약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오늘의 선생님은 ‘태블릿 PC’다. 완전히 직원이 없는 건 아니다. 2~3명 직원이 상주하며 손님들이 어려워하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곁에서 가볍게 도움을 준다. 자리를 잡고 나니 직원이 다가와 “영상에서 나오는 안내 문구에 따라 화면을 터치하며 체험을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해준다. 기본 체험은 무인으로 진행돼 눈치 볼 필요가 없지만, 언제든 질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덜하다.

태블릿 시연 영상을 보면서 서툴지만 차근차근 담금주를 만들 수 있다. 취향에 맞는 재료를 고른 후 투명한 유리병에 자신이 고른 말린 과일이나 꽃잎을 담고 설탕 양을 조절한다. 한 시간 남짓이면 나만의 담금주를 완성할 수 있다. 공방을 찾은 한 손님은 “체험 자체는 무인으로 즐길 수 있어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점, 또 도움이 필요할 때는 직원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창업 시장에 ‘무인 열풍’이 불어닥쳤다. 높은 인건비와 구인난에 시달려온 자영업자가 직원 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무인점포 창업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비교적 적은 초기 창업비용과 수월한 운영, 여기에 비대면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경향 역시 무인 열풍을 풀무질하는 요인이다. 단순히 점포 수만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IT 발달로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업종까지 무인 매장 트렌드가 확산되는 중이다. 탁구장·테니스장 같은 무인 스포츠부터 음식점·태닝숍·공방 등 서비스 업종까지 번져간다.

급격한 성장 이면에 여러 그림자도 뒤따라온다. 위생과 안전, 보안 문제를 비롯해 예상보다 낮은 수익성으로 곤혹을 치르는 자영업자도 여럿이다. 만만히 봤다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선, 창업과 운영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별게 다 무인 점포인 세상

곰탕·탁구장·과일·전자담배…

요즘은 전국 어떤 상권을 둘러봐도 무인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업종도 다양해졌다. 무인 카페나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셀프 사진관뿐 아니다. 문구점·반려동물 용품점·옷 가게 같은 리테일(소비재)부터 피트니스 전문점·탁구장·태닝숍 등 여러 서비스 업종에도 무인 점포를 찾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자판기’로 판매하는 아이템도 늘어났다. 샐러드·밀키트 같은 음식을 비롯해 전자담배·폰케이스 등 각종 기기, 육류·과일·계란 등 신선식품 자판기도 점차 대중화되는 추세다.

체감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무인 매장 신규 가맹점 수는 4년 전인 2019년 대비 894% 늘었다. 같은 기간 이용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무인 라면 가게(525%)였고 무인 문방구(148%)가 뒤를 이었다. 무인 세탁소(49%), 무인 카페(25%),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16%) 같은 업종도 증가율이 상당했다. 호기심으로, 또는 싼 맛에 한두 번 방문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제 무인 점포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모습이다.

시대별 무인 점포 변천사

자판기부터 AI 스토어까지

무인 매장 트렌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와 1980년대 급격히 늘어난 ‘자판기’가 1세대 무인 매장이다. 당시엔 인건비 절감보다는 ‘편의성’에 방점이 맞춰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셀프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2세대 무인 매장’이 등장했다.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영화관이나 고속버스 터미널에 등장한 셀프 발권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이때만 해도 완전 무인이라기보다는 점포 내 인력 운용을 기계가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진정한 의미의 무인 점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점포 전체를 무인화하는 ‘3세대 무인 매장’ 트렌드다. 무인 카페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코인 빨래방과 코인 노래방, 무인 스터디카페가 이때쯤 나타났다. 편의점이 무인 테스트를 시작한 것도 이맘때다.

특히 2020년 팬데믹 이후 무인 매장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공실이 급증하며 빈자리를 빨리빨리 채워넣을 수 있는 장치·설비 기반 무인 매장이 빠르게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수요도 무인화를 부채질했다.

최근엔 ‘4세대 무인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얼굴인식, RFID 같은 첨단 기술에 기반한 무인 스마트스토어다. 진보한 원격제어와 관제 기술 덕에 이제 상주 직원 없이도 이용자 ‘출입’과 ‘설비’ 통제가 가능해졌다. 피트니스 전문점·골프장·탁구장·태닝숍 같은 서비스 업종에도 무인화가 도입된 배경이다. 카페와 음식점은 제조·조리 로봇이 도입되면서 완전 무인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냉장·냉동 기술과 스마트 터치 디스플레이 발전으로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는 아이템도 다양해졌다. 제품이 잘 안 팔리면 자판기 화면에 노출되는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전략도 도입됐다.

기존 유인 매장이 ‘무인’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키오스크와 셀프 계산대 같은 기계가 양산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주문과 계산을 손님에게 대신 맡기는 가게가 많아졌다.

이제 빵 가게도 과일 가게도 무인 점포로 운영된다. (빵아빵아, 오롯 제공)
무인 점포, 어디까지 가봤니

리테일에서 서비스 업종까지

무인 점포 트렌드가 가장 대중화된 업종은 역시 소비재를 파는 ‘리테일’이다. 점주가 제품을 진열해놓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시스템 덕분이다. 인건비 절감은 물론 24시간 운영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인 편의점과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리테일 매장도 점점 더 세분화되는 추세다. 무인 빵집·무인 과일 편의점·무인 정육점·무인 문구점·무인 꽃집·무인 반려동물 용품점 등이다. 프랜차이즈 활성화로 점포 확장세가 가파르다. 예를 들어 무인 반려동물 용품점은 ‘아무도없개(약 180개)’와 ‘견생냥품(약 175개)’ 등은 전국 매장 1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여럿이다. 무인 문구점 역시 ‘빵꾸똥꾸문구야’ ‘문구야놀자’ 같은 브랜드 매장이 각각 200개를 웃돈다. 이 밖에도 앱 기반 결제로 24시간 과일을 판매하는 국내 최초 무인 과일 편의점 ‘오롯’, 카드 인증을 통해 입장 후 무인 결제기를 거쳐 퇴장하는 무인 옷 가게 ‘츄츄다’ ‘돌핀웨일’ 등 역시 수도권에서만 수십 개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서비스 업종도 무인 창업 열풍이 뜨겁다. 눈치 볼 필요 없이 오롯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수요가 늘었다. 스스로 전신에 크림을 바른 후 태닝 기계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무인 태닝숍’, 기계에서 날아오는 공을 때리며 연습할 수 있는 ‘무인 테니스장’과 ‘무인 탁구장’, 매장 내 설명을 참고해 피트니스 장비를 이용하는 ‘무인 헬스장’ 등이다.

음식점에서도 무인화 실험이 계속된다. 키오스크로 주문·결제 후 냉장고에 있는 밀키트나 반조리 제품을 꺼내서 직접 조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 노량진에 있는 한 ‘무인 곰탕’ 가게에서 식사하는 방법은 이렇다. 얇게 썬 고기가 들어 있는 그릇을 냉장고에서 꺼낸 후 그 안에 직접 밥을 퍼 담고 육수를 따른다. 곰탕 한 그릇 가격은 5900원으로 서울 시내 평균 대비 절반 수준이다. 무인 곰탕집에서 만난 한 손님은 “다소 번거로운 점은 있지만 고시생 입장에서 저렴하게 한 끼를 챙겨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 눈치 볼 일 없이 원하는 만큼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엔 ‘무인 프린트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국내 첫 무인 프린트 매장 브랜드 ‘프린트카페’는 전국 점포 수가 300개가 넘는다. 고객은 24시간 언제든 매장에 방문해 복사·출력·스캔·팩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점주는 IT로 PC와 복합기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용지 보충과 청소를 제외하면 점주가 할 일이 딱히 없다. 프린트카페를 운영하는 이현우 유피소프트 대표는 “프린트 업종 내 매출 80%는 1000원 미만 소액 출력이다. 유인 점포는 인건비가 출력 비용보다 커지는 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유인 점포보다 매출은 적을 수 있지만 순수익률이 월등하고 문구류 소매 등 부가 매출까지 노릴 수 있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첫 무인 프린트 매장 브랜드 ‘프린트카페’에서는 IT로 PC와 복합기 등을 원격으로 제어한다. (프린트카페 제공)
‘공간 대여’를 기반에 둔 무인 점포도 성장세다. 쾌적한 공부 공간을 제공하는 ‘무인 스터디카페’, 일정 기간 물건을 맡길 수 있는 ‘셀프 스토리지’가 대표적이다.

한동안 침체했던 무인 스터디카페는 ‘스터디룸’으로 진화하며 새 전기를 맞이했다. 기존 1인실을 줄인 대신 2~4인이 함께 쓸 수 있는 스터디룸과 카페처럼 커다란 개방형 테이블에 여럿이 앉을 수 있는 공간 등으로 쪼개 객단가를 높였다. 가장 큰 난제였던 소음에 대한 불만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구조다. 강남구 작심스터디카페 대표는 “예약·결제·출입·좌석 배치·사물함 관리 등 자체 개발한 무인 운영 시스템 덕분에 유인 대비 인건비를 약 70~80% 절감할 수 있게 됐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회전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짐이나 물건을 맡길 수 있는 셀프 스토리지 시장도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부동산 상승으로 거주 공간이 좁아지면서, 부피가 큰 물건이나 귀중품을 창고에 맡기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다락’ ‘아이엠박스’ 같은 브랜드는 가맹 사업을 전개하며 국내 점포 수를 100개 이상까지 늘렸다. 서울에 직영 셀프 스토리지를 17개 운영하는 큐스토리지 박수홍 공동대표는 “17개 점포 운영을 나 혼자 도맡고 있을 정도로 진보한 무인화 기술을 보유했다. 최근에는 일 단위까지 보관 기간을 세분화하는 기능을 도입해, 그간 막혀 있던 매출 상방도 뚫을 수 있게 됐다”며 “해외여행객, 지방에서 올라오는 프리랜서 사업자 등 단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자판기 종류도 다양해지는 중이다. 왼쪽은 24시간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자판기, 오른쪽은 이용자가 원하는 사진을 인쇄해 즉석에서 폰케이스를 만들어주는 자판기. (나건웅 기자, 픽스팟 제공)
2억 미만 창업 가능 무인 점포는?

천원빵집, 5000만원으로 오픈 가능

예비 자영업자 입장에서 무인 점포 창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인건비 부담과 직원 관리 수고를 덜어낼 수 있고 초기 창업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노동 강도도 약해 부업으로 무인 점포를 선택하는 이가 많다. 다만 무작정 창업은 곤란하다. 수익성 계산과 입지 선정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창업비용별로 살펴보면 1억원 미만 창업 가능한 아이템도 여럿이다. ‘천원빵집’이 대표적이다. 공장에서 양산한 빵을 납품받아 진열해놓기만 하면 되는 완전 무인 점포다. 8평 미만 소형 창업이 가능해 권리·보증금이 저렴하다. 도합 5000만원 수준에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빵이라는 대중적인 아이템인 데다 운영이 수월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진입장벽이 워낙 낮다는 점은 리스크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매출은 자연스레 갉아 먹힐 수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도 6000만~7000만원으로 개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별다른 인테리어가 필요 없는 데다 최근에는 천원빵집 숍인숍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객단가를 높여가고 있다. 다만 현재도 워낙 포화상태라는 점, 이미 형성된 상권에는 진입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캡슐뽑기방, 이른바 ‘가챠숍’도 상권마다 다르지만 1억원 정도면 도전해볼 만하다. 10평 기준 초기 창업비용이 5000만원, 권리·보증금이 5000만원 정도 필요하다. 2030 ‘어른이’ 사이에서 피규어 뽑기 인기가 확산되는 등 최근 가장 핫한 창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뽑기 기계만 갖다놓으면 사실상 관리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다른 무인 점포보다 상권과 입지 선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핫플레이스 상권이 아닐 경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좋은 상권에 진입하려면 자연히 창업비용도 커진다. 이철주 크리에이티브스푼 대표는 “가챠숍은 크면 클수록 손님이 몰리는 특징이 있다. 10평 매장도 창업은 가능하지만 30평 이상 대형 매장에 인형뽑기 기계까지 놓고 장사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며 “당장 인기에 혹해 아무 입지에나 1억원 소자본 창업은 권장하지 않는다. 비용을 좀 들이더라도 좋은 상권에 큰 매장을 내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탁구장, 태닝숍 같은 서비스 업종도 무인으로 전환됐다. 사진 위에는 무인탁구장 ‘짱탁구장’, 아래는 무인태닝숍 ‘태닝나우’. (매경DB)
1억원에서 2억원 정도 자본을 보유했다면 무인 탁구장·무인 태닝숍·무인 전자담배숍 등에 도전할 수 있다.

‘무인 탁구장’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다. 탁구대와 라켓 등 비품을 놓고 점주는 하루에 한 번 가서 정리 정도를 해주면 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이라 수요가 한정돼 있다는 점, 또 소음 발생으로 인근 주민의 항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무인 태닝숍’도 비슷하다. 신생 업종인 덕에 경쟁이 덜하고, 선검색 후방문하는 ‘목적 구매형’ 고객이 대부분이라 입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태닝 로션 판매 등 부가 매출도 쏠쏠하다. 다만 탁구와 마찬가지로 아직 태닝이 대중화 단계는 아닌 탓에 수요가 제한적이다.

‘무인 전자담배숍’은 전자담배 기계와 액상 등을 자판기로 판매하는 형태다. 초기 창업비용은 8000만~1억원 수준이지만 번화한 유흥 상권에 입점해야 하는 만큼 권리·보증금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재고관리 정도만 해주면 되지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자판기 이용 시 신분증을 요구한다고 해도 미성년자 도용 가능성이 높고 국내 합성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정돼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회색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무인 매장으로 퇴사합니다’라는 책을 펴낸 용선영 러스 대표는 “최근 무인 창업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이 무인 전자담배점일 정도로 예비 자영업자 관심이 높다”면서도 “향후 규제 리스크가 없지 않고 이미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 레드오션 조짐도 보인다”고 말했다.

‘폰케이스 자판기’와 ‘포토 부스’도 2억원 미만이면 창업 가능하다. 폰케이스 자판기는 이용자가 본인 사진을 즉석에서 촬영하거나 원하는 사진을 고른 후 이를 인쇄한 맞춤형 폰케이스를 실시간 만들 수 있는 기계다. 포토 부스는 셀프 사진관의 진화 버전이다. AI 기술 활용으로 콘셉트가 다양해졌고 이미지 합성도 가능해졌다. 두 업종 모두 최근 AI 프로필 사진 인기가 늘어나며 덩달아 관심이 커졌다. 다만 폰케이스 자판기는 재방문율이 낮다는 점, 포토 부스는 취객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가 많이 방문하는 탓에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무인 점포, 뉴노멀이 될까

보안·위생 문제는 리스크

무인 점포 운영 시 장단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인 점포가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메가 트렌드’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인건비 상승과 AI 자동화 기술 발달, 비대면 수요 증가 등 여러 거대한 사회적 현상의 교집합에 무인 점포가 위치해 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1982년생을 기준으로 그 위 세대는 유인 서비스를, 아래 세대는 무인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간이 흐르며 무인 서비스 선호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아 무인 점포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인 점포가 대세라고 해서 무작정 창업은 금물이다. 부업 정도로 쉽게 보고 뛰어들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자영업 자체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완전경쟁 시장이다. 그런데 무인 점포는 그 장벽마저 낮아 경쟁이 더 치열하다. 별다른 노하우나 차별화가 필요 없어 우후죽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똑같은 기계와 똑같은 제품을 진열해놓는 수준이다 보니 점주 역량이 발휘될 여지가 적다. 결국에는 브랜드 경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철주 대표는 “매력적인 아이템인 건 맞지만 큰돈 벌기 어렵고 성공률도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무인 트렌드를 등에 업고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과대 홍보가 심하다”며 “일부 가맹점 매출에 현혹되지 말고 전반적으로 폐점이 적은 브랜드, 점포당 평균 매출이 양호한 브랜드 위주로 찾아보는 편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용선영 대표 역시 “아이템을 먼저 정하기보다 상권을 분석하고, 해당 상권에 맞는 아이템을 들여오는 방식이 올바르다”며 “무인이 ‘방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사장이 데이터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어떤 품목이 잘 팔리는지 관리하지 않으면 필패”라고 조언했다.

직원 역할을 기계가 대체하는 대신 ‘장비 리스크’도 존재한다. 키오스크 오류로 결제가 안 되거나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는 경우, 서버 문제로 원격 제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많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셀프 스토리지 가맹점에서는 장비 문제로 문이 열리지 않아 보관 물품을 3일 넘게 빼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인 스터디카페 이용자가 화장실에 갇혀 119를 부르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박수홍 대표는 “서버 이슈 등 원격 통제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오프라인에서도 간단히 문제 해결이 가능한 솔루션을 확보해놔야 한다”며 “장비 이슈 해결을 위해 본사 다수 직원이 동원돼야 한다거나 점주가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점포라면, 실상은 무인이라 보기 어렵고 지속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무인 점포가 급증하면서 보안·위생 등 안전 문제도 덩달아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는 중이다. 무인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채로 들고 사라진 손님, 고객이 깜빡 잊고 키오스크에 꽂아두고 간 신용카드를 챙겨간 절도범 사례, 구매도 없이 무인 옷 가게에 진열된 모든 의류를 헤집어놓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사소하게는 경쟁 무인 피트니스 전문점에 방문해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도망가는 황당한 일도 나온다. 소비기한이 훌쩍 지난 먹거리를 버젓이 판매하거나 화약총·흡입형 에너지 스틱 등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는 제품을 무인으로 파는 가게도 문제시된다.

한 무인 점포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절도 같은 범죄율이 낮아 무인 점포 운영에 적합한 국가인 건 맞다”면서도 “최근 무인 점포가 급격히 늘어나는 과도기 상황에서 법·제도 정비는 물론 점주와 소비자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지유진·양유라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4호 (2025.08.27~09.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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