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잘 참았다... 기억해 둬야 할 트럼프의 무례함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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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AFP 연합뉴스 |
이 점에서 이번 회담은 외교사적 사례로도 의미를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도발과 수습 전술에 맞서 파국을 피한 드문 사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이 주목했던 이른바 '젤렌스키의 순간'을 비켜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몇 시간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한국을 겨냥해 "숙청"과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런 나라와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 발언은 동맹국을 향한 공개적 도발로, 회담 전 긴장을 극대화시켰다.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사전 도발을 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많은 언론이 한미 정상회담의 잠재적 폭풍을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고, 회담은 파국을 피해 안정적으로 관리되었다.
결국 이번 회담의 진짜 의미는 성과의 크기에 있지 않았다. 위기를 파국으로 키우지 않고 관리해 낸 과정 자체가 외교적 성취였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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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격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 연합뉴스 |
두 사건은 표면적으로 같은 전술 패턴을 공유한다. 트럼프 특유의 '공개 압박–실내 봉합' 방식이다. 그는 회담 직전 공개 언사로 상대국을 압박하고, 회담장에서는 상황을 수습하려는 태도로 전환한다.
국제정치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관객 비용'을 활용한 전술에 해당한다. 강경한 공개 발언을 해두면, 협상장에서 양보하더라도 국내 청중 앞에서 손해 보지 않았다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두 사건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시 상황에서 미국 원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비대칭 동맹의 위치에 있었다. 이런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공개적 모욕이 곧장 협상 파국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젤렌스키 사례는 '전시 원조관계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반면 한국은 관세·투자·기지 문제를 매개로 미국과 상호 의존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의 사전 도발을 회담장에서 "오해"라는 말로 물러서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언제든 이런 균형을 지켜낼 만한 국력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외교 규범 차원에서도 두 사건의 결과는 달랐다. 전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모욕한 것은 사실상 주권 평등 원칙(UN 헌장 제2조1항)을 훼손한 행위였고, 그 충격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여기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 점이 맞물리면서 상황은 한층 빠르게 격화되었다.
반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규범을 흔드는 언사가 있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달리 유연한 태도로 대응했다. 정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즉각 바로잡되, 불필요한 충돌로 확대되지 않도록 절제된 순발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 결과 공개적 파국은 회담장 안에서 차단되었고 최소한의 외교 의전과 절차적 틀은 지켜질 수 있었다.
요컨대, 두 사례는 전술적 패턴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구조와 결과의 성격에서 본질적으로 달랐다. 우크라이나가 파국으로 귀결된 반면, 한국은 위기를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차이를 만든 것은 냉엄한 국력의 격차와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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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하고 있다. |
| ⓒ 로이터 연합뉴스 |
다른 하나는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보편적 정의와 규범의 차원에서 가져야 하는 시선이다. 트럼프의 "숙청·혁명" 발언은 동맹국의 민주주의를 불안정한 체제로 격하시킨 언사였고, 이는 유엔헌장이 천명한 주권 평등 원칙과 현대 외교의 기본 의전을 정면으로 흔든 행위였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성공으로 기록하되, 그 성공이 트럼프의 무례를 성역화하는 방식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성과와 비판을 동시에 기록하는 것, 바로 그것이 언론이 져야 할 이중의 책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회담 직전 SNS 발언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숙청·혁명"과 같은 불안정한 체제와 동일시한 것으로, 동맹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언사였다.
회담 중 거론된 교회 급습과 기지 수색 문제 역시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채 한국 사회를 불안정한 체제로 묘사하는 언사였다. 이는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 외교적 언어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사례다.
이러한 태도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201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공개적으로 몰아세웠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악수 장면에서 외교적 결례를 남겼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공개 충돌을 빚었다. 이번 한국 사례는 이러한 일련의 행태가 동맹국에 예외가 없음을 확인시켜 준다.
국제법적으로 보면 동맹국을 "사업 불가" 대상으로 규정한 발언은 일종의 경제적 강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국제법에서 말하는 '강제 외교'의 전형적 신호이며,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이라는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외교학적으로도 이런 공개적 모욕은 압박 전술의 성격을 띠지만, 공식 정상회담에서 요구되는 의전과 관례를 무너뜨린 점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역사적 비교 역시 트럼프 언행의 특수성을 드러낸다. 1970년대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구사한 '연결'(linkage) 전략은 인권·안보·경제 문제를 묶어 협상력을 높이려 한 것이었지만, 상대국 정권 자체를 "사업 불가"로 규정한 적은 없었다. 트럼프의 언행은 냉전 시절의 '체제 경쟁 언어'를 동맹국에 투사한 예외적 사건이며, 동맹 신뢰의 기반을 훼손하는 심각한 행위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성과와 무례가 공존한다. 만약 '충돌을 피했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성공을 강조한다면, 트럼프의 무례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성역화되고 비판 불가능한 영역이 되어버린다. 언론의 책무는 성과를 기록하는 동시에, 국제법·외교학·역사적 맥락에서 트럼프 언행의 무례함을 엄밀히 지적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동맹의 건강한 기반이 유지될 수 있다.
트럼프의 무례함과 힘을 앞세운 야만적 권력 행태는 일시적인 외교적 봉합이나 상대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만으로 덮을 수 없다. 이는 반드시 기록되고 지적되어야 하며, 역사 속에서는 무책임하고 퇴행적인 정치의 전형으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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