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으로 살아남기] '중년의 에겐남' 8명, 4박 5일 동안 이러고 놀았습니다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신재호 기자]
여행의 좋은 동반자는 길이 더 짧아 보이게 한다.
아이작 월튼의 명언이 가슴에 콕 박혀 떠날 줄 몰랐다. 그건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드넓은 평야에서 소, 말, 염소 등과 하나의 객체로 존재했고, 그 옆엔 일곱 명의 중년 남성들과 함께였다. 바글대는 군중, 거대한 구조물 속에서 1분 1초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이 왠지 꿈처럼 다가왔다.
이번에 여행을 함께 떠난 8명은 특별한 인연이었다. 대학원에서 선후배로 만났는데, 전공이 상담이어서 다수가 여성인 곳에 소수의 남성은 깊은 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금세 가까워졌고, 대학원 앞 선술집에 자주 모여 불안전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요즘 '에겐남'이 대세인데 우리 모두 섬세하고 감성적인 면으론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았다. 상담 특성상 타인 감정에 민감하고 배려는 필수로 장착했다. 그래서인지 오랜 기간 만나왔어도 흔한 갈등 하나 겪지 않았다.
이제는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결혼과 육아의 터널을 지나왔다. 어떤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7년 전부터 이름도 있는 정규모임을 구성해서 다달이 회비도 내고 정기적인 모임을 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한동안 만나지 못했고 회비가 두둑하게 모였다.
올해 초였던가. 노량진 수산시장에 모여 싱싱한 횟감에 술 한 잔을 하던 중 여행 이야기가 나왔고, 여름에 한번 해외를 나가보자고 중지를 모았다. 어디를 갈지 여러 의견이 나오던 중 "은하수 보러 몽골 가자!"란, 우리 중 가장 연장자인 A형의 외침에 술기운이 돌았는지 모두가 동의했고 곧바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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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의 드넓은 평야 파란 하늘과 회색 구름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몽골의 드넓은 평야 |
| ⓒ 신재호 |
난 모임의 막내로서 여행 총무를 맡아 여행 일정, 예산, 준비물 등등 여행사와 조율하고 관련 사안을 모임 카톡방에 공유했다. 누구 하나라도 까다롭게 이것저것을 요구했다면 상당히 피곤할 수 있었지만, 누구 하나 그렇지 않고 나를 잘 따라왔다.
드디어 몽골 여행 첫날을 맞이했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내내 날이 좋더니 하필 떠나는 날 비가 억수로 내렸다. 그 탓인지 약속 시간보다 늦은 사람도 있었지만, 무사히 탑승 수속을 모두 마쳤다. 출발 예정인 비행기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건만 시간이 되어도 부르지 않아 확인해보니 폭우로 연착이 되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대었다. 불안함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다행히 빗줄기가 조금 잦아들었고, 2시간 지연해서 비행기가 출발했다. 자칫하면 여행 자체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략 3시간의 비행 끝에 몽골에 도착했다.
8월의 몽골은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였다. 공항에 나오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때렸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공항에서 만나 가이드는 순박한 모습의 몽골 청년이었는데 어찌나 활발하고 재밌던지 한국에서 5년 8개월 생활했고, 개콘으로 한국어를 배웠다며 끝도 없이 한국식 개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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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에서의 새벽러닝 몽골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빠지지 않고 뛰었던 새벽러닝 |
| ⓒ 신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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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토록 고대했던 몽골의 은하수 마치 과학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 몽골의 은하수 |
| ⓒ 신재호 |
점심을 먹고 나오니 끝도 없이 펼쳐진 평야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자유시간에 숙소에서 쉴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다 같이 걸어 동산의 정상에 다다랐다. 한눈에 저 끝까지 보이는 그림같은 풍경에 잠시 말도 잊은 채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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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르 위에 펼쳐진 신비로운 은하수 우주 속에 있는 듯 신비로운 몽골의 은하수 |
| ⓒ 신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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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하수 아래서 캠프파이어 은하수 아래서 새벽까지 이어진 캠프파이어 |
| ⓒ 신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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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하수 체험에서 빠질 수 없는 사진 은하수 체험에 가면 꼭 찍어야 하는 사진 |
| ⓒ 신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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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기구 보단 재밌었던 푸르공 마치 놀이기구를 탄 듯 신나고 재밌었던 푸르공. 단, 멀미약은 필수 |
| ⓒ 신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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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 아리야발 사원 108개 계단으로 이루어진 아리야발 사원. 가이드 덕분에 몽골의 역사를 많이 알게 되었다. |
| ⓒ 신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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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의 전통공연 몽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칭기즈칸의 생애를 연출한 전통공연 |
| ⓒ 신재호 |
지난 여행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함께한 사람들 때문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피곤했지만, 그보다는 여행의 감흥에 사로잡혔다. 언제나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걸 다 했고, 모든 일정이 다 좋았고, 함께 한 사람들과 한 줌의 불편함 없이 지내고 왔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카톡방에는 미처 공유하지 못한 사진들이 계속 올라왔다. 사진 속에 추억이 소환되었다. 그러던 중 벌써 다음 여행에 대한 계획이 나왔다. 아마도 그곳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될 것 같다. 물론 몇 년의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아무렴 어디든 상관없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그곳이 최고의 여행지가 될 테니깐.
어쩌면 여행이 그리운 건 다녀온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및 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개인블로글 및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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