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km 이동 중 딱 한 번 쉬는 곳... 큰뒷부리도요 휴식처가 위험하다

김규영 2025. 8. 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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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 선고일 맞춰 서울로 향하는 '새, 사람행진'

[김규영 기자]

 8월 13일 수라갯벌에서 '새, 사람행진'을 소개하고 있을 때 아주 가까이에서 황새가 날아왔다.
ⓒ 김규영
내가 '새사람'이 됐나 보다!

땡볕 아래 아스팔트를 딛는 걸음이 가볍다. 폴짝폴짝 뛰고 덩실덩실 춤춘다. '새, 사람행진'은 사람을 '새'로 만들고, 사람을 '새로' 만든다.

지난 12일, 전북지방환경청(전주 혁신도시 소재) 앞에서 출발 기자회견을 마친 '새, 사람행진단'은 서울행정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의 선고일인 9월 11일에 며칠 앞서 도착해 새만금신공항 취소판결을 바라는 기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25일 행진단은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뜨거운 발언과 노래, 그리고 춤을 펼쳤다. 다음 날인 26일, 비가 내려도 행진은 계속했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뜬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매년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한다. 오전부터 30도가 넘는다.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태양광선이 따갑고 무겁다. 씩씩하던 걸음도 몇 km를 지나면 쉴 곳을 찾는다. 행진단 후미 차량에서 꺼내온 물과 간식은 그렇게 시원하고 달콤할 수가 없다.

큰뒷부리도요가 6천여km 날아가기 전 들르는 수라갯벌

하물며 수천Km를 날아와 처음으로 갖는 휴식은 얼마나 간절할까. 매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1만km 넘게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를 출발해 한 번을 쉬지 않고 8여 일을 날아온다. 번식지인 알래스카를 향해 가기 전에 머무는 단 한 번의 휴식처가 새만금 수라갯벌을 포함한 한반도의 서남해안이다.(관련기사 : 호주에서 금강까지, 8400km 날아온 큰뒷부리도요 https://omn.kr/23zm8)

새만금 수라갯벌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충남의 서천갯벌과 전북의 고창갯벌 사이에 있다. 1991년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모두 없어진 줄 알았던 갯벌이 아직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본 사람들이 줄을 지어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곳이 새만금신공항 예정지다. 곧 매립돼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밴딩된 큰뒷부리도요
ⓒ 이경호
기후재난의 시대에 갯벌은 세계적으로 귀한 탄소흡수원이니 보존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현재 수라갯벌은 새만금 방조제 내부에 있어 규칙적으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으니 갯벌이 아니라고 국토부는 말한다. 그러나 수라는 갯벌이였고 지금도 갯벌이다. 현재 뻘갯벌보다 탄소흡수율이 높은 염생식물이 자라는 염습지 모습이 많지만, 상시해수유통이 이뤄지면 수년 안에 국토부가 말하는 갯벌로 돌아간다.

국토부는 2022년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2023년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위해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전라북도는 현재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610배 달하는 높은 조류충돌 가능성이 있는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새와 사람, 비행기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이 계획, 막을 수 있다.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로 막을 수 있다. 전북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막을 수 있다. 천막농성은 곧 1300일이 돼 간다.

사람만큼 큰 큰뒷부리도요가 '새, 사람행진'의 선두에 선다. 현대의 인간은 큰뒷부리도요와 같다. 우리는 더 이상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다 그곳에서 죽지 않는다. 전생을 거쳐 전국과 전세계를 누비며 살고 있다. 길가는 새와 길가는 사람에게 낯선 길은 어렵다. 내비게이션을 손에 쥐고도 이럴진대, 수천 년 동안 DNA에 기록된 정보로 날아오는 새들에게 대체서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라갯벌이 매립된다면, 그곳을 향해 간신히 날아온 새들은 다른 곳을 찾지 못한다. 쉬지 못하고 먹지 못해 죽는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2006년, 붉은어깨도요가 그렇게 죽었다. 국내에 흔하게 보이던 그 새가 현재 멸종위기종이 됐다.

도요새를 자신의 조상이라 여기고 있는 뉴질랜드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는 이번 8월 전북지방환경청에 수라갯벌 보존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국토부는 수라갯벌을 매립해도 인근의 '대체서식지'로 새들이 옮겨갈 것이라고 지금도 주장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폴짝폴짝 새사람행진단. 우금티를 출발해서 세종으로 향하는 8월 22일 '삵의 날' : '새,사람행진'은 날마다 뭇생명의 이름을 붙여 기억하고 있다.
ⓒ 새사람행진단
재판관이 아닌 우리는, 환경청 공무원이 아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 하나를 붙들고 길을 나선다.

"법은 큰뒷부리도요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짐 하나를 붙들고 길을 나선다.

"우리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 '새, 사람행진단'은 휴식과 정비의 시간을 가지며 잠시 행진을 멈추고 군산 팽팽문화제에 참석했다. 미군기지 확장으로 사람이 쫓겨난 하제마을에 남은 600년 팽나무를 지키기 위한 문화제다. 그곳에서 신동엽의 시 '금강'의 일부를 읽었다.

신동엽(1930~1969) 시인은 1894년 동학혁명, 1919년 3·1만세혁명, 1960년 4·19혁명에 이어 다시 혁명이 올 것을, 다시 만날 것을 외친다. 자본의 시대에 생명의 목소리는 무력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생명의 혁명을, 사랑의 혁명이 올 것이다.

사랑을,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는 새사람이다.

그러나
이제 오리라.
갈고 다듬은 우리들의
푸담한 슬기와 자비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우리 세상 쟁취해서
반도 하늘 높이 나부낄 평화,
낙지발에 빼앗김 없이.

우리 사랑밭에
우리 두레마을 심을, 아
찬란한 혁명의 날은
오리라.

겨울 속에서
봄이 싹트듯
우리의 마음속에서
연정이 잉태되듯
조국의 가슴마다에서,
혁명, 분수 뿜을 날은
오리라.

-신동엽, '금강' 일부

행진단은 31일엔 평택 진위역에서 세계 연대의 날을 기리고, 9월 5일엔 남태령을 넘어가고, 9월 6일은 광화문에서 생명지킴이대회를 함께한다. 9월 8일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9월 11일까지 서각기도를 이어간다. 새 사람은 언제든 함께할 수 있다.
 '새, 사람행진' 일정표. 2025년 8월 12일부터 9월 11일까지 이어진다.
ⓒ 새사람행진
 수라갯벌의 풍광. 붉게 물든 염생식물로 아름다운 수라갯벌은 미군기지와 군산공항 바로 옆에 있다. 이곳은 새만금신공항 예정지로 매립 위기에 놓여있다.
ⓒ 김규영
 전북지방환경청 앞 천막농성장. 세종시 환경부 앞에 있던 천막농성장이 2025년 3월 전주 전북지방환경청으로 옮겨왔다. 평화바람의 문정현 신부는 3월부터 매일 이곳에 머물며 서각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 김규영
 도요새 솟대. 수라갯벌을 보존하려는 마음은 뉴질랜드와 한반도에 서로 다르지 않다. 두 마음을 모아 만든 솟대를 심고 있다. 솟대는 지방환경청 천막농성장에서 한여름의 더위를 잊고 만들었다. 몸에 두른 몸자보 역시 더위 속에서 한땀 한땀 바느질해 만들었다.
ⓒ 김규영
 8월 22일 '새, 사람행진'은 우금티 전적지에서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동학혁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 88세 생일을 맞은 문정현 신부도 새사람행진의 행진단원이다.
ⓒ 김규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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