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에 나온 이 건물, 내년이면 못 본다고?
[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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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1년 촬영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서울로7017과 함께 서울의 도심 위를 걸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
| ⓒ 차원 |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영상미다. 현재 서울의 모습을 바탕으로 2050년 미래 서울의 모습을 구현한 작화는 세밀하면서도 회화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진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한 점이 옥에 티지만, 작품 감상에 크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이 영화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서울로7017, 한강, 세운상가 등 내 고향 서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세운상가는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공간이자 사랑을 싹틔우는 장소로 매우 낭만 있게 그려진다. '여기가 거기구나'라고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했는데, 익숙한 공간들에 반가움을 느낀 서울 시민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중 시점인 2050년에는 이러한 모습의 세운상가가 존재하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내년부터 서울시에 의해 단계적으로 철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운상가는 1960년대 한국 최초의 종합전자상가로 출발해 근대 산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흐르며 상권은 침체됐지만, 2010년대 들어 박원순 시장 시절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재생의 중심 무대로 재조명됐다. 낡은 건물을 허물기보다 새로운 창작자와 장인을 불러들이는 방식은, 오래된 건축물이 가진 역사성을 존중하면서도 미래로 나아가려는 시도였다.
나도 2018년 이곳을 처음 안 후 자주 찾았다. 2019년 대학교 새내기 때는 타 지역에서 서울로 온 친구들에게 꼭 이곳을 한 번씩 소개해 줬다. 모두들 서울의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감각을 보이는 공간에 감탄했다. 나는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옥상정원 전망대를 특히 좋아했는데, 몇 년 전부터 서울시와 아파트상가회 간의 보조금 협약을 둘러싼 갈등으로 옥상은 이미 폐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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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의 주요 배경이 된 세운상가의 모습. 청계천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 ⓒ 넷플릭스코리아 |
이뿐 아니라 서울시가 2022년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에 따르면, 시는 세운상가군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약 5만㎡ 규모 도심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달 17일에는 '세운지구 도심공원(1단계) 조성 사업' 실시 계획을 고시했는데, 세운상가군 중 일부인 삼풍상가가 내년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5월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도심공원 및 개방형 녹지와 함께 지상 47~54층 규모의 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찬성과 반대가 맞서고 있다. 시 측은 "종묘에서 남산을 잇는 역사경관축 조성은 서울시의 숙원 사업인데 종묘 앞 현대상가 철거 이후 멈춰 있던 남북녹지축 조성이 이번 계획 결정으로 다시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서는 "도심 일대를 싹 밀어버리고 고층빌딩을 짓는 재개발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서울을 공사판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https://omn.kr/27dfv).
한편, 서울혁신파크를 두고도 비슷한 갈등이 진행 중이다(관련 기사: "철거돼야 할 것은 혁신파크가 아닌 오세훈 시장의 탐욕" https://omn.kr/2a058).
내년 지방선거 결과와 누가 제40대 서울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세운상가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철거가 '상수'다. 세운상가와 이별하게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많은 관광객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듯 <이 별에 필요한>을 보고 많은 이들이 세운상가를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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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운상가에는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는 '느낌 좋은' 카페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한 카페 앞이 평일 낮임에도 시민들로 가득한 모습. |
| ⓒ 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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