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관객 돌파한 '귀멸의 칼날', 흥행 이유는 뭘까?

김건의 2025. 8.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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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김건의 기자]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스틸
ⓒ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아래 무한성편)은 극장판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6~8편 분량을 하나로 엮은, 시리즈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이다. 침체된 한국 극장가에서 단기간 내 20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한성 편>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착실히 챙겨 본 관객들에게는 시각적 어트랙션으로서 최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작사 유포터블의 화려한 시각효과

2000년 설립된 스튜디오 유포터블(ufotable)은 처음부터 기술 실험을 정체성으로 삼았다. <공의 경계>(2007-2013) 극장판 시리즈에서 보여준 3D와 2D의 결합 시도는 당시로서는 도전적인 시도였고 이후 'Fate' 시리즈를 거쳐 액션 시퀀스에 특화된 스튜디오로서 명성을 쌓았다.

<귀멸의 칼날> 시리즈는 이러한 기술 축적의 집대성이다. 2019년 첫 TV 시리즈에서 액션 시퀀스의 표현은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화려함을 선보였다. 이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0)에서는 이를 극장 스케일로 확장시켰다. <무한성편>은 화려한 시각효과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작품이다. 유포터블 작품들을 관통하는 특징은 기술이 서사를 이끄는 구조다. 서사에 맞춰 영상을 설계하는 게 기본이겠지만 유포터블은 원작 만화가 갖는 서사 골조를 믿고 영상 아이디어에 집중한다. 이번 영화에서 무한성이라는 공간 자체를 원작을 재현하는 선을 넘어서 유포터블의 전매특허인 눈이 즐거운 시각 경험을 위해 다층적으로 표현해 낸다.

귀신을 죽이는 귀살대는 무한성 내 각기 다른 공간에서 전투를 벌인다. 다른 공간마다 차별화하는 시네마토그라피를 적용하면서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미장센을 유지한다. 시노부와 도우마의 전투에서는 수직 공간감을 강조하는 틸트와 크레인 워크를, 젠이츠와 카이가쿠의 대결에서는 번개의 궤적을 따라가는 고속 패닝을 주된 연출 포인트로 잡았다. 인상적인 지점은 탄지로-기유와 아카자의 전투 시퀀스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제작비와 시간의 한계로 인해 시도하기 어려운 이 카메라 무브먼트를 유포터블은 3D 배경과 2D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정교한 콤포지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전투의 중심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해당 제작사의 작품을 관객들이 선호하는 주된 이유다.

캐릭터마다 다른 호흡법을 시각화하는 부문도 힘을 줬다. 물과 번개, 벌레가 연상시키는 색깔로 영상 톤을 잡아내어 다른 감정 온도를 만들어낸다. 전투를 고양시키는 오케스트라 스코어는 이런 시각효과와 정확히 싱크되며 전투 시퀀스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젠이츠가 적을 쓰러뜨리는 시퀀스에서 번개의 시각효과와 현악기로 강조시킨 사운드 이펙트는 작품의 백미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 스틸.
ⓒ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평이한 서사, 지나친 플래시백

2시간 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것은 시각적인 스펙터클의 힘이다. 하지만 원작의 평이한 서사를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가는 편이라 분명한 한계가 드러난다. 그중 하나는 캐릭터의 사연을 소개하기 위한 과도한 플래시백의 남발이다. 각 캐릭터의 과거 회상이 전투 중간마다 삽입되면서 액션의 리듬을 깨뜨리고 인물의 기구한 사연을 소개시켜 자칫 감정 조작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후반부 탄지로와 아카자의 전투에서 아카자의 회상 씬을 20분 남짓 삽입하며 액션으로 만들어낸 감흥을 전반적으로 꺼트린다. 원작 만화 자체가 갖고 있는 서사의 평면성을 영상화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세 개의 전투가 병렬적으로 진행되지만 각각의 갈등 구조가 '강한 적과 이를 극복하려는 아군'의 패턴을 반복할 뿐, 서로 다른 드라마적 층위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관객들이 열광하며 영화를 찾는 이유는 뭘까?

이런 서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왜 관객들은 이 작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물론 검증된 유포터블의 시각 스펙터클에 대한 신뢰감,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경험에 대한 갈증에 있을 것이다. 2019년 첫 TV 시리즈부터 <무한열차편>까지 일관되게 보여준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는 현 세대 관객들에게 최소한의 볼거리는 보장된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이는 대작 영화들의 잇따른 실패로 극장 관람에 신중해진 관객들에게 중요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팬데믹 이후 개인화된 감상이 기본인 관객들에게 극장은 타인과 함께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서 팬데믹 시기에 인기를 얻었던 '귀멸의 칼날' 시리즈를 함께 본다는 점도 흥행의 주된 이유일 것이다. 동시대에 같은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에게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위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시대의 관객들에게는 복잡한 메시지보다도 순수한 시각 쾌감과 지나간 시대의 공동체적 경험이 더 절실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불완전하지만 시의적절한, 그리고 본인의 강점을 십분 발휘한 솔직한 영화일 것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 스틸.
ⓒ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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