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영의 솔직한 9월, 빛날 준비 됐규?


Q : 며칠 전에 생일이었잖아요. 올해 생일은 어떻게 보냈어요?
A : 저는 생일에 특별한 뭔가를 계획한다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편은 아닌데, 올해는 정말 많은 분께 축하를 받았어요. 그래도 1년 동안 다정하게 잘 살았구나(웃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고, 감사했어요.
Q : 마침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3〉의 긴 여정도 마무리됐어요. 케이크 앞에서 생일을 기념했던 것처럼 그간의 여정을 돌아보면 어떤 소회가 들어요?
A : ‘노을’은 제 인생에 어느 날 갑자기 뚝 하고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팬분들을 만났을 때도, 해외 프로모션을 갔을 때도 〈오징어 게임〉이라는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걸 넘어 하나의 현상이라는 게 피부에 와닿았거든요. 이 엄청난 작품에 ‘노을’로서 함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죠. 이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0대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달까요.
Q : 박규영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짙은 변곡점이 된 셈이네요.
A : 그런데, 대단하게 포장하기보단 연기하는 순간에 스스로 작은 농도의 변화를 느꼈던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아무래도 여러 시선 속에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 시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그 때문에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반대로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노을’을 연기하면서는 그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게 된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배운 것이 많죠.

Q : 〈오징어 게임〉은 첫 시즌부터 마지막까지, 전례 없는 사랑을 받은 시리즈임이 분명하죠. 거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져다준 변화에 대해 묻는다면요?
A : 물론 그런 반응에 마음이 동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마음이 붕 뜨거나 동요하지 말자고 오랜 시간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어요. 동요가 된 순간에 되레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짐도 했었고요. 〈오징어 게임〉이 하나의 현상처럼 느껴진다고 말씀드렸지만, 한 발짝 떨어져 보면 한 작품의 캐릭터를 연기한 것뿐이잖아요. 그런 순간은 앞으로도 찾아올 테고요. 그러니 나는 내 리듬대로 사는 것이 최선이겠다고 생각해요.

Q : 〈오징어 게임 시즌2·3〉의 ‘노을’을 비롯해 〈나인 퍼즐〉의 ‘승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스위트홈〉의 ‘지수’까지, 강렬하면서도 ‘걸 크러시’ 면모를 지닌 당찬 여성의 얼굴을 대변해왔어요. 전 규영 씨의 담백하면서도 드라이한 연기의 결이 인물의 현실성과 매력을 한껏 살려주었다고 생각해요. 인물을 입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요?
A : 어떤 인물이든 결국 저라는 사람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담백해지는 것 같아요. 아까 디지털 콘텐츠 촬영할 땐 밝고 텐션 높은 모습을 보셨겠지만, 사실 보통의 박규영은 심심한 사람이에요. 개인적인 성향이 캐릭터를 입을 때 자연스럽게 투영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게 인물의 현실성을 좀 더 살려주는 포인트가 되겠지만, 누군가에겐 그 모습이 심심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고민되는 점이기도 하고요. ‘평소에 내가 표현하는 것보다 좀 더 레벨을 올려서 연기해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얼마나 올려보면 좋을까?’ 하는 고민은 계속하고 있어요. 언젠가 파격적이고 새로운 모습이 한번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Q : 그 모습을 곧 공개될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에서 기대해봐도 좋을까요? 〈길복순〉의 스핀오프로 1인자 킬러 자리를 두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영화죠. 벌써부터 도파민이 넘쳐요.
A :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태까지 제가 보여드렸던 캐릭터 중 전투력이 제일 강합니다. 제일 센 인물이에요. 그것부터 뭔가 흥미진진하시지 않을까….(웃음) ‘재이’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통과하고 뚫어내려는 힘을 가진 인물이에요. 액션 연기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 노력만큼은 자부할 수 있어요.

Q : 센 캐릭터들의 강렬한 액션 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데, 한순간 그런 인물로 살아가는 배우에겐 그게 얼마나 짜릿한 일일까 막연한 궁금함이 있어요. 세상에서 강한 인물을 연기할 땐 어떤 기분이에요?
A : 캐릭터가 대신 뚫어주는 지점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우리는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그걸 매 순간 드러내거나 싸우지 않잖아요. 그런데 ‘재이’나 ‘노을’, 특히 ‘승주’는 거침없이 표현하고 행동해요. 평소에는 쉽게 느끼지 못할 감정을 대신 표출해주는 쾌감이 있죠. 가상의 세계에서 그걸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해요.(웃음)
Q : 그런 통쾌한 모습 덕분에 박규영을 선망하고 애정하는 여성 팬들도 굉장히 많아요.
A : 으아, 감사해요. 선망까지는 잘 모르겠는데(웃음) 저를 좋아해주신 분들은 거의 다 여자 팬들인 것 같아요. 워낙 걸 크러시한 캐릭터를 많이 했고, 한때 제 짧은 머리를 좋아해주셨던 분들도 많았던 것 같고요. 팬분들을 보고 있으면 다 너무 귀엽고 예쁜 여동생들 같아요. 외부 스케줄이나 행사장에서 만나면 제가 늘 그래요. “더운데 왜 와! 그냥 인스타로 봐. 얼른 들어가!”

Q : 캐릭터만큼이나 멋지고 털털한 언니 그 자체네요.(웃음) 이런 박규영의 ‘멋진’ 모멘트는 데뷔 초반에도 여전했더라고요. 웹 드라마 〈세상 잘 사는 지은씨〉에서 “왜 여자가 회사에 올 때 화장을 하는 게 예의인 거죠?” 속 시원한 대사를 치는 규영 씨를 보며 어찌나 공감되던지요.
A : 하하, 맞아요. 그때는 그냥 ‘지은’ 씨를 빙자한 규영 씨였어요. 세상 잘 사는 규영 씨랄까요. 현실을 살아가는 직장인을 그리는 작품인 만큼, 연기를 할 때도 자유롭게 오롯이 제가 만들어가는 대로 ‘지은’을 연기했어요. 촬영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죠.
Q : 〈세상 잘 사는 지은씨〉를 비롯해 드라마 〈여자들은 왜 화를 내는 걸까〉 〈로맨스는 별책부록〉 등 차근차근 연기 경험을 쌓아온 덕분일까요. 박규영이 지나온 일련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왠지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져요.
A : 허투루 버릴 경험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이건 하지 말걸’ 하는 일말의 후회도 없고요. 제게 모든 현장은 배울 것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어떤 현장에서는 기술적인 걸 배웠고, 또 다른 촬영장에서는 배우로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지금 제가 얻게 된 모든 것은 다 현장에서 비롯된 것들이죠.

Q : 이따금 넘기 힘든 산을 만났을 때, 어떻게 넘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A : 전 무조건 혼자 생각해서 스스로 답을 찾는 편이에요. 만약 오늘 제가 부족함이나 부적절함을 느꼈다면, 그게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내요. 그 다음엔 그걸 반복하지 말자고 답을 찾는 거죠. 그 답을 찾을 때까지는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스스로 답을 찾으면 저한테 떳떳해질 수 있거든요. 그렇게 제가 그리는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Q : 어떻게 보면 제일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차분해지는군요.
A :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아아악!’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하지만 차분해지려 노력하는 게 저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곧 제 주변 사람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사실 그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노력은 계속해봐야죠.

Q : 스스로에게 떳떳해질 수 있다는 말이 참 좋네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을 통해선 규영 씨의 한결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A : 24시간 마이크를 달고 촬영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조금은 낯설었지만, 솔직하게 저를 드러내는 것에 겁은 없어요. 왜냐하면 전 저에게 부끄러운 지점이 없거든요. 악한 마음도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 모습을 거짓 없이 그대로 다 드러냈을 때, 있는 그대로를 봐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죠.

Q : 멋진 생각이에요. 불특정 다수의 이목 사이에 서 있다 보면 움츠러들기 마련일 텐데요.
A : 뭐가 그렇게 다르고 특별할까 싶어요.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잖아요. 대중이 제가 완벽하게 메이크업하고 꾸민 모습으로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전혀 없고요. 전 평소에도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마스크나 모자도 쓰지 않고 다녀요. 마트에서 절 알아보시고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하셔도 거리낌 없이 함께 찍어요. 오히려 “저를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하고 여쭤봐요.(웃음)
Q : 스스로 바라보는 박규영은 어떤 사람인가요?
A : 저는 그저 곧이곧대로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늘 해야 할 거 열심히 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열심히 보완하고. 그렇게 해서 잘 나오면 기분 좋게 일하고. 내일은 또 내일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딱 그거예요.

Q :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인스타그램 계정도 그 모습을 좀 더 보여주기 위함일까요?
A :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우리의 일상은 별거 아니지만, 귀여운 순간들이 있잖아요. 오늘 촬영만 해도 스태프의 귀여운 탈색 머리, 발 아파서 구두를 살짝 벗고 까치발 들고 있는 모습들이요. 하찮고 허술한 모습, 그래서 귀여운 장면들을 아낌없이 풀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봤어요.

Q : 최근 박규영의 시선을 훔친 ‘귀여움’은요?
A : 제가 사고 싶어서 한동안 고민했던 의자를 드디어 샀어요. 보통 가구를 사면 배송받는데, 매장에 있는 제품을 들고 가도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차 뒷자리에 앉혀서 데리고 왔거든요. 뒷자리에 가득 들어찬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였어요. 그 사진, 꼭 봐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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