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저지 입었다고 10년 시즌티켓 보유자 출입금지...프리미어리그 '정치적 중립성' 논란 [스춘 해축]

[스포츠춘추]
팔레스타인 저지를 입은 팬이 경기장에서 쫓겨나면서 프리미어리그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브라이턴의 10년 시즌티켓 보유자가 팔레스타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5경기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정치적 슬로건도 선동적 문구도 없는 단순한 국가대표팀 저지였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의 콜린 밀라 기자는 26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가 시즌을 앞두고 각 클럽에 분쟁 중인 국가들의 상징물을 포함해 '정치적 의도'로 간주될 수 있는 자료들을 경기장에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지침의 실제 적용 과정에서 일관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의 당사자는 브라이턴 팬이자 투자회사 박스펀드 회장인 로저 웨이드다. 웨이드는 8월 16일 풀럼전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대표팀 공식 유니폼을 착용했다가 하프타임에 보안 요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초대석에서 나가라는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5경기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웨이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거의 10년간 브라이턴 시즌티켓 홀더였는데, 팔레스타인 축구 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출입금지를 당했다. 어떤 슬로건도 없었고 정치적인 것도 없었다. 그냥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만 있었을 뿐이다." 그는 보안 요원과의 언쟁 영상까지 공개했다. 영상에서 웨이드는 "왜 나가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보안 요원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웨이드는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답변 대신 출입금지 통지서만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노골적 차별"이라며 사과와 처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2월 3일 아스톤 빌라전까지 그의 출입금지 상태는 계속된다.
웨이드가 가장 강력히 제기하는 것은 이중잣대 문제다. UEFA는 토트넘과의 유럽 슈퍼컵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현수막을 공개했다. 셀틱 팬들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클럽의 뜻과 달리 팔레스타인 깃발을 당당히 흔들었다. 같은 축구, 같은 유럽인데 기준이 다르다.
프리미어리그 지침은 분쟁 지역 깃발을 금지하지만, 정치적 슬로건이 없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웨이드가 착용한 것은 팔레스타인 축구협회가 공식 제작한 국가대표팀 저지였다. 그런데도 브라이턴은 이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물품으로 간주했다. 에버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팬이 로마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팔레스타인 셔츠를 입었다가 입장을 거부당했다.

브라이턴은 성명에서 입장을 밝혔다. "다양한 팬 기반을 인정하지만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처음에 정중히 주의를 준다. 하지만 경기장 관리요원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더 강한 제재를 받게 된다."
클럽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다양한 배경의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영국 내 팔레스타인계 공동체가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 더욱 복잡하다. 에버턴은 팬 지침에서 '정치적 의도나 민족주의적 메시지'가 담긴 복장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명확한 기준 없이 사안별 대응을 하고 있다. 깃발과 저지의 차이, 정치적 슬로건과 국가명의 차이, 선동과 단순 지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호함이 자의적 해석을 낳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차원에서도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조치가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웨이드 사건 이후 팔레스타인계 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고, 다른 클럽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어리그의 정책 일관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팬 권리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단순한 개인 처분 문제를 넘어 프리미어리그 전체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진 웨이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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