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난 이 대통령의 '묻고 더블로'...인상 깊었던 장면 다섯 가지
이 글은 <장애시민 불복종>의 저자 변재원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변재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이 잘 끝나서 다행이다. 아침부터 이 문제를 귀기울여 보느라 하루 진을 다 뺀 느낌이 들었다. 외교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번 회담의 외교적 함의를 분석하거나, 거래의 이익과 손실을 균형짓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없고 전문가들이 양질의 분석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나는 그저 긴장을 안고 시청한 평범한 시민으로서 정상회담 중 유난히 귀에 들렸던 이재명 대통령의 대화 방식에 대해서만 감상을 나누고 싶다. 내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으로 인상 깊게 본 장면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
|
|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트럼프가 이 같은 소셜 미디어 글을 게시한 후, 이를 공유한 미국 극우 마가(MAGA) 세력의 대표 인물 고든 창이 트럼프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것을 보면, 분명 부정선거론에 관한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작동한 것이고, 트럼프는 이들의 의견을 협상의 지렛대이자 주도권 싸움의 한 축으로 가져가려 했던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샅바 싸움의 조건에서 회담에 임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앞에서 보여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순수한 해명이나, 윽박지르기가 아니라 트럼프의 입에서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이 실제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을 테다. 원치 않는 이야기를 피하며 시간을 버는 게 최고의 회담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
|
| ▲ 2025년 8월 25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의 양자 회담 중 한국 대통령 이재명이 참석하고 있다. |
| ⓒ AFP=연합뉴스 |
한국 기자들의 질문도 '시간' 측면에서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백악관 출입 미국 기자들은 배경을 나열하지 않고 바로 궁금한 바를 질문하는 스타일을 주로 보이는데, 한국 기자들(특히 아리랑 TV 기자 등)은 '현재 상황이 이러저러한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질문했고 그 질문이 시선과 시간을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에 한국어로 질문한 남성 기자가 숙청에 대한 질문을 직접 던졌을 때 아차 싶었는데, 이미 시간이 꽤 지나고, 회담 내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여서 그런지 질문이 큰 힘을 갖지 못한 채 트럼프의 흥미 밖으로 무사히 벗어났다.
외신 기자들의 푸틴-젤렌스키, 이스라엘에 관한 질문들 또한 공개된 회담 시간이 지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마 서방 언론에게는 당장의 현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문제여서 한국 문제보다 이 사안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텐데,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어서 첨언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2. 묻고 더블로!
회담 초반 트럼프가 한국에 관하여 이야기 할 때, 무기 산업과 조선업에 관한 일장연설을 늘어 놓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차례가 왔을 때 그가 '조선업 받고 제조업'을 말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트럼프가 조선업 카드를 꺼냈다면 조선업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말하는 정도로 충분할 텐데, 조선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협력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할 때, 한국이 미국에 협력할 제조업이 과연 무엇인가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우선 많은 백인들이 거주하는 미국 중서부 북동부로 펼쳐진 러스트벨트를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만족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 발언이 마치 '묻고 더블로 가자'는 표현처럼 들렸다. 대통령의 발언으로부터 생길 파장의 손익 계산을 할 도리가 나에게는 없지만, 아마 한국 외교팀에서 이러나 저러나 제조업 분야에 대한 계산을 미리 끝냈다면, 회담의 '보여지는 성과'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트럼프를 더 만족시켰을 것이다.
3. 바이든은 못했지만 너는 한 것
대북정책을 이야기할 때,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 민주당 정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가 없을 때 악화된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몇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를 받아, 바이든과 힐러리 클린턴은 못하지만 자신은 할 수 있는 성과로 대북 관계를 스스로 추켜세웠으며, 김정은을 기자회견장까지 데려왔다는 일화를 자랑하게끔 만들었다. 그에게 대북 정책이란, 남북 관계이기 전에 민주당은 할 수 없고 오직 트럼프만 할 수 있는 분야나 다름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받아, 미국 국내 정치 문제로 대북 관계를 계속 가져오는 데서 트럼프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을 느꼈다.
4. 네가 내 위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는 시종일관 오늘의 협상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네가 내 위에 있음'을 보였다. 트럼프 집무실에 대한 칭찬, 위대한 미국에 대한 정치적 상찬, 다우존스 지수 대한 트럼프의 경제적 업적, 유럽부터 아시아까지 전쟁을 억제하고 있는 트럼프의 외교적 능력까지. 하나씩 내세우며, 사실상 트럼프가 전례 없는 가장 높은 지도자인 것처럼 느끼게끔 말해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의 과제를 던지며 회담의 나머지 시간을 전부 채웠는데, 그것이 대북 문제였다.
|
|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트럼프의 골프 사랑은 이미 더할 것 없이 많이 회자되었고, 골프장 사랑도 가자지구 "재개발" 사업 계획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지구에 대형 리조트 시설과 골프장을 지어 세계에서 손꼽는 관광지구로 만들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AI 제작 영상을 통해 시뮬레이션까지 그려 배포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세워 골프장을 짓고 골프를 치자고 말할 때, 트럼프 스스로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갖고 있는 (일반인과는 다른) 낯선 평화 플랜, 분쟁 지구를 골프장으로 바꾸는 계획을 상기한 것으로 보였고, 실제 그는 그 이야기가 나온 뒤로 북한 이야기에 푹 빠져 30분 이상을 보냈다.
이번 회담에 따르는 손익 계산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거니와, 정말 이해가 걸린 문제들은 비공개 회담에서 치열하게 나누어질 것이기 때문에 말을 더할 수는 없다. 그래도 각국의 대통령이 면박당하기 일쑤이고, 귀국하고 나서는 회담 후폭풍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상당 시간 겪게끔 만드는 자리에서 이 정도로 '쇼'가 끝났다는 건 국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만큼은 당장 최악을 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미국 현지에 있는 한인 교민 및 유학생들도 한숨 돌렸으리라 생각한다. 공개 회담에서 각국 대통령끼리 서로 언성 높이며 갈등하면, 실제 그 여파가 일상생활 영역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공세 잘 받아친 이 대통령, 왜 일본 먼저 갔는지 알겠다
- 3년 전엔 한국 대통령이 성조기에 경례했다
- 취임 첫날부터 반발... 장동혁 "윤 접견 약속 지킨다" vs. 조경태 "대표 그만두고 가라"
- 추미애 법사위, '삼부=골프 3부' 멋쟁해병 멤버 고발... "국힘도 위증 도와"
- 김진웅 아나운서 '서브' 발언이 던진 파장...우리 아들이 생각났습니다
- 민주당, 9월 1일 '속옷 저항 윤석열 CCTV' 열람한다
- '돌발 발언' 트럼프 앞 한숨 돌린 기업들... 208조 추가 투자
- 극우세력의 한미 이간질에 안이했다
- 대구시·경상북도 "비상계엄 당시 청사 폐쇄? 사실 아냐"
- "장동혁 국힘 신임 대표, 황교안 전 대표 길 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