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발 잘 뗀 이재명 정부 대미 외교, 본 게임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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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두 지도자 친밀한 관계 형성” 평가
세부 쟁점 여전히 조율 중…대중 관리도 숙제
어제(한국시간 26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첫 시험대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넘어섰다. 국가안보·정책실장에 이어 비서실장까지 방미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고, 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돌출 발언을 올리면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회담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지도자가 친밀한 관계(rapport)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고, 미국 조야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 대통령에 대한 우려도 희석되는 계기가 됐다.
이번 회담은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관세 협상 때 합의한 조선 협력을 포함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 방침을 재확인했고, 한국 기업들은 추가로 1500억 달러의 직접 투자 입장도 밝혔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한국군의 역할 확대 등 한·미 동맹 현대화에서도 양국은 큰 틀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이 대통령은 국방비 증액 입장을 밝히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손잡던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에 대해서도 더 이상은 힘들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한·미 동맹의 새로운 역사에 빠질 수 없는 파트너가 일본”이라는 발언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를 바라던 미국 입장에 적극 동조했다.
성과도 있었다. 미국의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공약과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재확인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첫 임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문제에 있어 향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도 의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이 대통령은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를 맡자고 제안한 것은 나름의 전략적 역할 분담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날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언론발표문을 내지 않았다.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상회담 운영 방식이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지만, 양국이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향후 협의 과정에서 디테일이 중요하게 됐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국방비 증액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릴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역할을 조정하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 방안은 합의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의 구체적인 용처와 수익금 환수 방식도 실무 TF를 통해 협의해야 한다. 새로 추가된 원자력 협력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당일에도 디지털 규제국에 추가 관세 방침을 밝힐 정도로 통상 압박은 현재진행형이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도 잠복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과거처럼 안미경중을 할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과제다. 중국은 이미 방중 특사단에 미·중 균형외교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북·미 회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고,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3년 반을 동고동락해야 할 두 정상이 일단 첫 단추를 무난히 끼웠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진짜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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