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엔 한국 대통령이 성조기에 경례했다

안홍기 2025. 8. 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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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철저한 준비' 중요성 보여준 한·미정상회담, 극과 극이었다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안홍기 기자]

 인스타그램 POTUS(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계정에 올라온 사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동시에 왼쪽 가슴에 손을 얹는 순간이 포착됐다.
ⓒ POTUS 인스타그램 갈무리
2022년 5월 21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왔고, 당시 한국 대통령 윤석열씨와 정상회담을 열었다. 윤씨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11일 만에 열린 회담이었다. 이어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서 윤씨는 미국 국기에 경례했다. 각 정상은 자기 나라 국가가 연주될 때 자기 나라 국기에만 경례하는 게 국제적으로 굳어진 관례다.

윤씨의 의전 실수에 대해 당시 대통령실은 "상대 국가를 연주할 때 가슴에 손을 올리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존중 표시로 의전상 결례라고 할 수 없다"라면서 "행정안전부 '대한민국 국기법'과 정부의전편람을 보더라도 상대방 국가 연주 시 예를 표하는 데 대한 어떠한 제한 규정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수많은 정상회담을 한 윤씨는 다른 정상회담에서는 상대국 국기에 경례하지 않았다. '상대국에 대한 존중'이 사라졌던 걸까. 2022년 5월에는 존중했던 미국을 이후 회담에선 존중하지 않게 된 걸까. 물론 아니다. 단순히 '대통령이 실수했다'거나 '회담 예행연습에 소홀했다'라고 인정하면 될 것을, 대통령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려다 보니 이상한 해명을 내놓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3년 3개월이 지나 한·미 정상이 모두 다른 사람이 되었고, 이들은 미국에서 만났다. 회담에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급히 미국에 건너가더니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부랴부랴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만났다.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2시간 30분 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 일어나는 상황 같다"라고 올리면서 좋지 않은 예감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가, 국내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반대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며 '윤 어게인'을 외쳐왔던 이들은 이제야 트럼프가 자기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환호했고,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에서 크게 창피를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국의 극우가 서로 통한다는 것, 한국의 극우가 조작한 정보가 여과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순간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외교부 장관이 부랴부랴 미국으로 날아간 것도 이런 정황을 파악해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막상 회담을 시작한 한·미 정상은 화기애애했고, 대화의 내용도 훌륭했다. 무역으로 시작된 대화 주제는 세계 평화로 옮겨가더니 북핵 문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 등으로까지 발전했다. 기자들과 한 질의응답 후반부엔 격의없는 농담도 나왔고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같은 대화를 끌어낸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해온 일들을 세계평화에 대한 공헌으로 치켜세웠다. 또,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일을 한국이 도울 것이라고 해 트럼프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말문을 연 것은 무역 문제와 미국산 무기 구매 문제였다. 이런 트럼프가 세계평화와 북·미 대화 의지를 밝히도록 하기 위해 이 대통령은 '대화의 로드맵'을 단계별로 준비한 걸로 보인다.

별다른 악재가 없었던 2022년 5월 윤석열-바이든 한·미정상회담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 중 미합중국 대통령과 가장 이른 기간 내 개최한 회담"이라는 의미가 부여됐던 반면에 대통령의 의전 실수라는 '준비 부족'을 노출하고 말았다.

반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한·미정상회담 일정은 대체 언제 잡히는 거냐'라는 재촉과 비판을 들어온 이재명 대통령은 일방적인 관세 부과 국면과 극우 세력의 조작 정보 제공이라는 악재를 맞았지만, 결국 이를 뒤집어냈다. 이같은 결과에는 대통령 참모들의 노력, 대통령의 노련한 회담 진행이 작용했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철저한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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