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경평’에 안전은 뒷전...잇단 중대재해에 새정부 경평 이목
구윤철, ‘안전 및 재난관리’ 가중치 강화
책임회피 문서 조작 부작용 발생 우려

최근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새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이하 경평)에 관심이다. 정부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청도 무궁화호 열차사고 등으로 공공기관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안전, 재난관리의 경평 가중치를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공공기관부터 안전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책임회피를 위한 문서 조작 등의 부작용도 막을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李정부, 산재와의 전쟁 선포…공공기관 경평 손질

산재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공공기관 경평이다.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실시되는 공공기관 경평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평가 등급은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 미흡) 등 6개로 나뉜다.
D·E등급을 받으면 임금과 성과급이 삭감되고,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한 기관의 당락을 좌우하는 경평의 평가지표는 이재명 정부부터 ‘안전 및 재난관리’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재부는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및 재난관리의 가중치를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전 및 재난관리는 주요 평가지표 중 하나지만, 정권에 따라 배점 기준을 달리했다. 안전 및 재난 관리는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4점이었다.
이후 윤석열 정부들어 2점으로 절반 가량 축소됐다. 당시 윤 정부는 초기 집권 당시 ‘재무 건전성’을 공공기관 키워드로 강조하며 안전 및 재난관리보다는 재무 관련 평가의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정부가 안전 및 재난관리의 배점을 강화해 사고 예방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세종안성고속도로 건설현장 교량 붕괴사고, 청도 무궁화호 열차사고 등 공공기관과 연관된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도 무궁화호 열차사고를 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정부 공공기관 경평에서 등급이 상향됐다. 코레일은 2021년과 2022년 경평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으나 2024년 경평에서는 C등급으로 상향했다.
당시 윤 정부가 중점을 두고 평가한 영업적자 축소 등 재무건전성 부분이 개선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안전관리 역량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산업안전 관련 공공기관 긴급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고에 대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무건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별한 결의를 다져야 한다”며 “중대재해에 대해 기관장의 책임을 묻고, 경평에서 안전관리 비중을 확대하고, 안전관리등급제를 안전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안전사고와 관련된 경영 공시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韓, 건설업 사고 OECD 중서 가장 높아…“예방의 관점서 접근해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건설업 근로자 사고 비율이 높다. 2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건설업 사고 사망 만인율(근로자 1명당 사망자 비율)은 1.59퍼밀리아드로, 이는 OECD 경제 10대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통계를 봐도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이 OECD 중에서 도 높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업이 주업장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안전 및 재난관리 배점 강화를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경평의 경우 D등급 이하를 연속으로 받게될 경우 그 책임은 기관장이 지게 된다.
물론, 안전 및 재난관리의 가중치가 커지면 그만큼 주의를 기울이겠지만, 사고 발생 이후의 처벌의 관점이기 때문에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또 경평 과정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책임 회피식 문서 작성에 치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는 피평가자에 대한 셧다운 방식이 아닌 예방의 관점에서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서류에 집중하면 책임을 피하기 위한 근거 문서를 남발할 우려가 크다”며 “특별히 위험한 지역을 선별해 셧다운이 아닌 예방의 관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테면 정부가 위험성이 높은 곳을 집중 관리하도록 유도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적극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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