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동부 해변을 걸으며, 마음 속 파도를 실어보냈다
[노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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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전 9시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 구름이 빠르게 지나간다. 태양을 가리기도 하는 구름아래서. 아이들. 산책나온 개들. 마지막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
| ⓒ 노태헌 |
아침에 본 바다를 저녁까지 바라본 사람은 안다. 세상의 모든 아침에 해와 함께 바다가 밀려오면 밤까지 단 한번도 바다는 같은 빛깔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주의 탄생과 사라짐의 신비처럼 생동하는 바다의 현재는 과거로 밀려나고 미래로 이어진다. 같은 강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듯 파도가 해안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밀려오면 바다의 물결은 마침내 마지막으로 수장되고 어디선가 운명처럼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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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를 타는 갈매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파도위에 앉아 물살을 타고 있다. 하늘도 달고 물에도 부유하는 새. 영국의 갈매기는 조금 사납기도 하다. |
| ⓒ 노태헌 |
소년 시절에 가졌던 청명하고 투명한 그 무언가를, 지금은 숨어버리고 사라지고 있는 소중한 무언가를, 세상의 끝(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희미하게 불러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개인마다 여러 터닝 포인트가 있고 무엇이든 계기로 삼을 수 있겠지만, 나는 과부하된 감정의 한 부분들이나 스스로 만든 상처 같은 것을 씻어내고 정화할 수 있는 장소(바다)에서 비워내고 싶다. 나아가 그것이 무엇이든 소중한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찾고 싶다. 해안가에서 바람을 맞으며 존재 안에 숨겨진 작고 따뜻한 씨앗을 온기로 싹틔우고 싶다. 그리고 소중하게 발아한 씨앗에 물을 주고 가꾸고 싶은 바람을 가진다.
후회스러운 것을 계속 상념하는 것을 끊어 낸다. 햇살 가득한 자연 앞에서 씻을 것은 씻어내고 비울 것은 비워내는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 예를 들면 햇살, 공기,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사랑하는 사람과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현재라는 상황, 그리고 어떤 것이든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힘을 믿고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어떤 행동의 결과가 의도와 일치하지 않아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지혜에 대한 기원을 찾고 싶다. 어딘가 있겠지. 소박하지만 개인적인 소망을 꿈꾸기 위해 밀려오는 파도를 맨발로 느끼며 해안가를 걸어본다.
바다에서 여름과 가을 사이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흐름은 파도처럼 밀려와 부서지고 재생된다. 차갑거나 뜨거워야 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생각, 이어지는 마음의 파고를 유리병에 넣어 바다 어딘가로 실어나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이대로 밤이 밀려와 별이 내려 앉기까지 모든 것이 하루에 주어 진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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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람스게이트해변에서 물이 고인 해변에 썰물때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생명들이 있다. |
| ⓒ 노태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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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의 삶을 기리는 의자 의자에는 그녀(또는 그)의 이름이 있다. 언제 태어나 언제 영면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가져다 놓은 의자들을 본다. |
| ⓒ 노태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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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게이트 해변에서 바다를 지키는 남자(청동상) 저길은 2차세계 대전때 군수물자를 나르는 철로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저 길 끝에 청동으로 된 남자를 세워놓았다. 그는 무엇인가를 지키고 있는것인가.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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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돛이 없는 배 어딘가로 가야하는 것이 너와 나의 운명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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