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초록 들판에서 찰칵, 사람 많은 이유가 있네요

최온유 2025. 8. 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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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 순례길 세 성당에서 얻는 '힐링'... 솔뫼성지, 합덕성당, 신리성지

[최온유 기자]

몇 년 전부터 힐링이 필요할 때면 늘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충남 당진의 '버그내 순례길' 에 자리한 세 성당이다.

버그내 순례길은 한국 천주교 초창기, 순교자들이 걸었던 신앙의 길이다. 현재는 많은 이들이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 이 길을 찾는다. 순례길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들러야 할 세 곳. 솔뫼성지, 합덕성당, 그리고 신리성지다. 이 세 장소는 버그내 순례길을 대표하는 핵심 명소이자, 조용한 위로와 깊은 여운을 안겨주는 순례의 장소다.
▲ 버그내 순례 가는 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 최온유
이번 여행은 지난 23일, 한여름 더운 날씨 속에 떠났다. 무더위 탓에 순례길을 걷는 대신 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솔뫼성지] 스테인드 글라스에 압도되는 아름다운 성당

'소나무가 뫼를 이루고 있다' 하여 순 우리말로 '솔뫼'라 이름 붙은 곳.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자리이다. 이곳은 지난 2014년 교황이 방문하여 전 세계적인 천주교 성지로 명성을 얻었으며,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 기억과 희망 건물
ⓒ 최온유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천주교 복합 예술 공간인 '기억과 희망' 이 문을 열었다. 이 건축물은 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사목 표어인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 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으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형태가 꽃처럼 보인다.
▲ 기억과 희망 성당 내부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담은 스테인드 글라스
ⓒ 최온유
특히 이곳 성당의 내부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중심에는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담은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다. 이 스테인드 글라스는 김대건 신부의 초상, 서품식 모습, 조선의 선교사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순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합덕성당] 100명 이상의 사제와 수도자를 배출한 곳

다음으로 향한 곳은 버그내 순례길의 대표 성당 중 하나인 합덕성당이다. 합덕(合德)은 본래 학심덕적(合心德積)에서 유래한 것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 덕을 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합덕성당의 역사는 1890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궁리에 양촌 본당이 세워지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899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오면서 본당의 명칭도 합덕으로 변경되었다.
▲ 합덕성당 건물
ⓒ 최온유
지금의 성당 건물은 제 7대 주임 신부인 필립 페렝 (Philippe Perrin, 한국명 백문보 필립보) 신부가 1923년에 세운 것으로, 붉은 벽돌의 고풍스러운 외관과 함께, 오랜 세월 신자들의 신앙을 지켜온 공간이다. 특히 이곳은 100명 이상의 사제와 수도자를 배출해, 한국 교회의 '성소 못자리'로 불린다.
▲ 합덕성당 내부
ⓒ 최온유
성당 내부는 앞서 방문했던 솔뫼 성지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딕 양식에서 느껴지는 정갈한 아늑함은 순례객들에게 고요함을 선사하며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신리성지] 순교자들의 발자취

신리성지의 '신리' 는 이탈리아어 'Città Nuova' 와 비슷한 의미로, '신'은 '新'(새로울 신), '리'는'里'(마을 리)로, '새로운 마을' 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천주교가 처음 수용되던 시기부터 큰 교우촌이 형성된 지역으로, 신앙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신자들이 다블뤼 주교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신앙을 지켜낸 곳이다.

때문에 '조선의 카타콤바'라는 별칭을 지닌 이 성지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예비자와 신자, 순교자를 끊임없이 배출해 온 성지로 알려져 있다.
▲ 신리성지 평야
ⓒ 최온유
이곳은 버그내 순례길 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로, 많은 사람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찾는다. 특히 탁 트인 평야가 펼쳐진 미술관 앞은 누구나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 신리성지 성당 건물
ⓒ 최온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성당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앞에는 야외에서도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수상 앞에 제대가 설치되어 있다.
▲ 신리성지 성당 내부
ⓒ 최온유
성당 내부는 현대식 건축물로,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을 준다. 십자가 상 옆에 있는 성모상은 '승리의 성모상' 으로, 2006년 5월 6일 병인 박해 순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봉헌 되었으며, 한국 천주교의 역사와 신앙을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순교자 미술관 내부
ⓒ 최온유
조금만 더 가면, 아까 보았던 미술관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 '순교 미술관' 으로, 이곳에서는 이종상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화백의 재능 기부로 신리의 다섯 성인을 그린 영정화와 13점의 순교 기록화가 전시되고 있다.
▲ 순교자 미술관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 최온유
미술관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면 신리성지의 전체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탁 트인 평야가 펼쳐져 있어 사진을 찍기에 완벽한 장소이다.
▲ 카페 Citta Nuova 건물
ⓒ 최온유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성당 옆으로 가보면 앞서 설명한 '신리'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인 이탈리어 'Città Nuova'라는 명칭을 가진 작은 카페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은 과거에는 양곡 창고였지만 현재는 전시와 휴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 카페 Citta Nuova 에서 전시중인 이원경 작가의 《푸른 심장》
ⓒ 최온유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이원경 작가의 '푸른 심장'이다. 금속 와이어를 뜨개질 기법으로 엮어 만든 이 푸른색 심장 형태의 설치 미술은, 일반적으로 붉은색으로 표현되는 심장을 대신해 푸른색으로 엮어내며 그 과정에서 작가의 지혜를 담아냈다고 한다.

작품을 지나면 카페 내부가 보이는데, 전반적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에서는 쿠키, 음료, 커피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며, 성지의 이름인 '신리'를 딴 크림슨 펀치와 레몬이 조화를 이루는 차도 판매되고 있다. 맛은 새콤달콤하다. 신리성지를 찾는다면 꼭 한번 맛보길 추천한다.

마음의 쉼터가 필요할 때 가볼만한 곳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쉼터가 필요할 때면, 나는 언제나 충남 당진의 버그내 순례길을 찾는다. 이 길은 한국 천주교의 초창기 순교자들이 걸었던 신앙의 길이자, 오늘날 많은 이에게 위로와 안식을 선사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순례길을 따라가다 보면 솔뫼성지, 합덕성당, 그리고 신리성지라는 세 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세 성당은 버그내 순례길을 대표하는 핵심 명소로, 고요한 풍경 속에서 깊은 여운과 평화를 안겨준다. 앞으로도 쉼이 필요할 때 자주 갈 것 같다.
▲ 합덕제 수변공원 연꽃
ⓒ 최온유
가는 길에 잠깐 들른 합덕제 수변공원에서는 여름을 맞아 홍색의 연꽃이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도, 이 길이 주는 평온함과 풍경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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