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앞에서 웃은 이재명, 울분만 터뜨린 국민의힘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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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세 시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는 표현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기실 내정 간섭에 가까운, 한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언사였다.
"대통령이 잠깐 접어주면 5200만 국민이 기 펼 수 있어"
그러나 막상 회담장에 들어선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는 불쾌한 내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꾸민 황금빛 백악관 인테리어를 칭찬하는 말로 시작해 비공개회담으로 이동하는 마지막까지 방명록에 한미 동맹의 '황금시대'를 강조하며 트럼프의 취임 이후 미국이 나날이 위대해지고 있고, 그의 재임기간 중 한국 또한 그러할 것이라며 트럼프를 추켜세웠다.
덕분에 회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부드럽게 이어졌다. 이 장면을 지켜보며 필자의 머릿속에 스친 것은 올해 6월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당시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타국 정상에게 면박까지 주는 트럼프의 행태를 언급하자 이렇게 말했다.
"강대국이 하는 일종의 정치 행태인데 잘 이겨내야죠. 그런 걸 피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떤 수모든 강압이든 제 개인 일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거니까 저는 필요하면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뭐 중요합니까? (중략) 대통령이 잠깐 접어주면 5,200만이 기를 펼 수 있다. 그러면 접어줘야죠."
이처럼 이 대통령은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적 수모도 감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실제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이 대통령은 자신이 한 발언을 충실히 지켰다. 그가 보여준 태도는 강대국의 무례를 맞받아치는 대신, 호의적인 태도로 일관해 상대의 공격을 무디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트럼프식 '모욕 정치'와 이재명의 '맞장구 정치'
모욕과 압박, 갑작스러운 돌출 발언으로 상대를 흔드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널리 알려져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대표적인 예시다. 국내 지지층을 겨냥해 스스로가 강력한 지도자임을 부각하는 정치적 퍼포먼스임과 동시에 상대국 지도자에게서 양보를 끌어내는 협상 전략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는 발언은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한국 사회를 흔드는 신호탄이 되었다. 여전히 이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한국 내 극우세력은 '윤어게인'을 외쳤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한 태도는 단순히 '접어주기'에 머물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를 상찬하면서도 노벨평화상을 향한 트럼프의 욕망을 남북관계 완화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조선업 부흥의 꿈을 가진 트럼프에게 한발 더 나아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양국이 함께 이루어 내자고 제안했다.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는 대신 상대의 욕망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방식으로 회담의 흐름을 가져간 것이다. 일종의 '맞장구 정치'라고 볼 만한 장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전략에 국민의힘은 '굴욕 외교'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지만 이는 너무 표면적인 부분만 바라본 판단이다. 트럼프에게 입 발린 소리는 했을지언정 한국이 원하는 의제를 포기한 적은 없다. 포기는커녕 짧은 회담에서나마 원하는 바를 최대한 얻어내고자 다분히 노력했다.
더구나 상대는 눈앞에 당장 보이는 태도를 중히 여기는 트럼프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관세 협상, 동맹 현대화,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대북 문제 등 중차대한 사안이었음을 생각하면, 첫 만남에서의 불필요한 충돌은 최대한 피하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냉철한 이재명, 국민의 이익 지켰다
결국 국민의힘의 반응은 국민에게 필요한 냉정한 외교 평가라기보다, 정쟁의 소재를 찾아 헤매는 정치적 습관에 가깝다. 그들이 말하는 국격은 정작 국민의 안전과 생계, 국가적 성과와는 무관하다. 사소한 의전 하나,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를 굴욕으로 포장해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국내 정치를 소모전으로 몰아넣는 행태다.
앞서 말했듯 트럼프의 도발은 본질적으로 미국 내 정치용 퍼포먼스다. 그런데 이를 국내에서 확대 재생산해 정쟁의 무기로 쓰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협상에서 불리하게 만드는 자해 행위다. 강대국의 압박 앞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실질적 이익이다. 자해 행위를 일삼으며 국민의 이익을 도모하라고 주문하는 모습을 보면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정치적 공세의 언어는 국민의 이익도, 자존심도 지켜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굴욕 외교라는 맹목적인 비난이 아니라, 협상의 본질을 평가하는 냉정한 눈이지만 불행하게도 제1야당의 시선은 너무나 감정적이기만 하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유지하면서도 누구보다 냉철하게 협상에 임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처럼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태도를 외교는 물론 내치에서도 꾸준히 견지한다면 국익을 오히려 깎아내리는 보수 세력의 낡은 정쟁 정치도 설 자리가 없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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